우리는 늘 이맘때만 되면 ‘새로운 출발’에 대한 각오와 다짐을 한다.

새해, 새 봄, 새 학기, 대학 생활의 시작 등은 연례행사로 맞이하는 것이지만 새 정부 출범, 아직도 유효한 새천년은 ‘시작’에 대한 다짐을 더욱 의미있게 만든다.

새로운 출발은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듯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새로운 것이 더 이상 ‘새롭지 않으며’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새마을 운동, 신지식인, 새천년 00당, 신00당 등 새로움을 강조하면서 과거를 청산하고자 해왔다.

그러나 과거는 현재의 일부이며 따라서 청산의 대상이 아닌 성찰의 영역이다.

새로움이 담고 있는 의미의 하나는 창조이다.

창조는 처음 만든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나 자신을 포함해 인간이나 자연의 존재를 알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 자신의 주인인가? 나를 둘러싼 세상과 나는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고 또는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 구하고 있는가? 여성을 제2의 성이라고 하는 것은 ‘답을 구하는 과정’에 여성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한다.

여성들은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키워 자기를 실현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주체가 될 수 있다.

즉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창조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둘째는 전환이다.

대립, 경쟁, 충돌, 정복의 20세기에서 배려, 관용, 평화, 참여의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기대는 21세기 패러다임의 전환을 근거로 한 것이다.

지난해 말 총선에서 나타난 인터넷 정치를 통해 ‘참여’의 시대를 실감했지만 부시 행정부의 전쟁위협은 ‘정복’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 주고 있다.

참여정부는 여성 분야의 국정 과제로 호주제 폐지와 획기적인 보육정책을 제시함으로써 가부장적 가족과 성별분업해체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인기 연예인의 야구방망이 구타사건을 통해 우리는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성을 확인했다.

즉 과거의 현재성이다.

제도적 변화나 나아가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목표가 아닌 과정이다.

목표 달성 그 자체가 중요했던 과거의 방식보다 실현 과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세상 만들기는 우리(여성을 포함하여) 모두가 참여자이다.

셋째는 도전이다.

새로움에 접하는 것은 그 자체가 도전이 된다.

처음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무한한 정보를 만나면서 도전의식을 느끼곤 한다.

미지의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는 첫 해외여행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우리 문화에 대한 도전이자 나 자신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역사 속의 인물을 통해 역사의 특정한 맥락이나 이들의 지혜와 판단을 배우고, 책 속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도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다.

이 때에 도전은 과거에 대한 성찰을 포함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는 도전에 부딪히게 된다.

전쟁, 종교갈등, 인종갈등, 환경문제 등 전지구적 과제뿐 아니라 한반도의 운명, 빈곤 문제, 여성 문제 등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도전이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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