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이번 달부터 중앙도서관 열람실을 출입하는 졸업생, 휴학생, 수료생들에게 열람실 이용료를 징수한다고 한다.

열람실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도서관 환경개선, 시설 보수, 개방시간 연장 등 재학생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서라는 것이 이용료 징수에 대한 그들 나름의 이유였다.

사립대도 아닌 국립대에서, 그것도 그 학교를 나온 졸업생과 잠시 학교를 떠나 있는 휴학생들에게 학교 건물을 이용하는 댓가로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씁쓸했다.

요즘 우리 학교에서도 학교 시설물을 타인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컴퓨터마다 붙은 "중고등학생의 컴퓨터 이용으로 방해 받을때는 신고하세요"라는 문구에서 말이다.

아마도 상당수의 재학생들이 바쁘고 급할 때 사용해야 할 피씨나 기타 학교 시설을 일반인과 중고등학생이 차지하고 있어 불쾌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신고제도 실시 후 자유게시판에는 그간 중고등학생들의 횡포를 고발하며 신고제도에 찬성하다는 글이 여기저기서 많이 올라왔다.

깻잎 머리가 무섭다는 내용부터 시작해 더이상 고등학생들이 컴퓨터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지 않아 좋다는 글까지 다양한 의견을 볼 수 있었다.

학교 내의 시설물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마련된 것이며 학생들의 새로운 학문 탐구와 연구를 위해 사용돼야 할 학생들의 것이다.

학생들은 누구보다 먼저 시설물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현재 학교의 컴퓨터 시설이 확충됐다고는 하나 일반인에게까지 개방하기에는 시설이나 공간이 부족하고, 관리 차원에서도 어느 선까지는 중고등학생 제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과 지역의 관계, 사회에서 대학의 일정한 책임이 요구되는 이 시기에 대학이 자신의 내부만을 정비하며 외부인을 배제하는 것이 과연 불가피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학은 단지 학문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지식을 익히고 공유하고 인성을 닦는 것 또한 대학의 중요한 열할일 것이다.

그런 대학이라는 곳에서 단지 불편하다, 이 물품은 우리의 것이다라는 고집스런 이유로 외부인들을 "신고"라는 극단적이 조치까지 취해가며 배타적으로 대해야 하는 것일까?물론 대학 재정의 어려움이나 한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편함이나, 재정상 어려움을 이유로 신고제도를 도입하거나 이용료를 받는 대학의 행동은 이기주의 집단으로 비춰질 뿐이다.

덧붙여 과연 피씨를 사용하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배려하는지, 단지 어린 중고등학생들만이 윌에게 불쾌한 기억을 안겨 줬는지,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까지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한 티비 프로에서 이런 대사를 들은 기억이 난다.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울타리 안에서 결국 고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중고등학생이 피씨를 사용할 시에 신고해 주십시오" 이 문구를 볼 때마다 나는 우리 앞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놓여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은정 (영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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