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교수 기독교학 전공 지난 7월28일 독일 하노버시에서는 독일에 처음 생기는 국제여자대학교 (Internationale Frauenuniversitaet+=International Women"s University)개교식이 열려 세계 여러 곳에서 온 1000여명의 피부색깔이 다른 여성 손님을 맞이하노라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70년대에 독일에서 유학 시절을 보낸 필자는 이 대학의 이사로 선임되신 장상총장님을 모시고 이 여자대학교의 개교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노버에 도착하면서, 많이 달라진 고향을 찾아 간 사람처럼 무척 설레는 심정이었다.

사실 작년 가을 처음으로 독일에도 여자대학교가 생긴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을 때, 이는 참으로 믿기 어려온 소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대학들이 남녀공학대학이 되는 추세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화여대는 언제 남녀공학할 것이냐고 묻고 있는데, 여성의 사회활동이 우리하고는 비교가 안되게 활발한 독일에 새삼스럽게 여자대학이 설립되다니...그 배경과 과정이 참으로 궁금했다.

독일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남녀평등이 이루어져 있어 곳곳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펼치고 있고, 또 독일 국회의사당에는 여성국회위원이 상당히 많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지난번 국회의장도 수스킨트라는 여성이었고, 현제 기민당 당수도 메르겔이라는 여성이다.

그런 독일에서 새천년을 맞아 여성의 능력을 키우고 발젼시키기 위해 여자대학교를 만든다는 사실은 참으로 이채롭고 놀라운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교식에서 이 대학의 초대 총장 노이젤 교수는 이 국제여자대학교는 독일의 여성 교수들과 여성 정치가들이 힘을 합쳐 10년간의 준비과정을 걸쳐 만든 대학교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 독일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남녀차별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일상적인 직업이나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이 취직하는 경우에만 한정되고, 그 이후의 승진 기회를 보면 여성이 고위직에 가기만 무척 어렵다는 사실이 있다고 말하였다.

가령 현재 독일 대학에서 여성들이 공부하는 비율은 전국민의 50~60%이고 분야에 따라서는 여성의 숫자가 남성보다 더 많은 분야도 있어 대학내에서의 남녀차별은 없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박사학위 과정생의 분포를 보거나 혹은 교수자격 논문을 쓰는 지망생들의 숫자를 보면 여성은 전체의 20%정도에 불과하며, 특히 교수직을 차지한 여성의 비율은 전체 교수 수의 5~6%정동에 그치므로, 학문분야에서 여성이 최고위직에 오르는 경우는 극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댜 보면 고위직에 관한 한 독일 여성들도 겉보기와는 달리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독일의 여성학자들은국제여자대학교의 설립과 관련하여 이화여자대학교를 하나의 모범사례로 삼으려고 하고 있어서 매우 자랑스러웠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화의 역할과 위상을 닮고 싶다고 역설하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편에서는 무척 자랑스러우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고위직은 커녕 일반직 취직에서 조차 남녀차별이 극심하지 않은가? 이화 안에서 여자교수 비율이 50%정도가 되니 이 점에서는 우리가 독일보다 앞섰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사실 여자대학 이외에 남녀공학대학에서는 미대, 음대, 가정대, 간호대를 제외하면 여자교수 비율은 독일의 5~6%수준보다 높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 한가지 아주 부러웠던 점은 독일의 수많은 여성 정치가들이 정치적으로 큰 세력을 차지하고 있어서 여자대학설립이라든지 그밖에 여성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지원해 주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독일에서는 1970년대부터 각 정당에서 여성할당제 30%를 실시하여 30년이 지난 오늘날 여성정치가들의 활약이 눈부셨고, 현재는 기민당 당수를 여자가 맡는 등, 여성 정치가들이 남성정치가들에게 식상해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호감을 주고 있었다.

여성 교수들이 아이디어와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여성의 위치 향상상을 위해 애쓰는 독일의 여성정치가들, 그들은 독일연방정부에서 5명이나 장관의 위치에 올라있고 독일 국회에서 또 유럽의회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었다.

여성들이 정게에서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여성의 정책을 밀어주고 뒷받침해주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도 빨리 여성정치가들이 숫적으로 늘어나 힘을 가지고 여성 학자들과 함께 여성정채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우리 이화 출신들이 대거 정계에서 활약하는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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