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을 알리는 진눈깨비가 휘날리던 11월28일(목) 오후8시, 언손을 녹이며 이화광장에 모인 이화인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재적인원 1만4천9백20명 중 7천5백18명 투표, 투표율 50.38%... ‘하루 연장’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넘긴것이다.

11월27일(목)~11우러28일(금) 양일간 치뤄진 제29대 총학생회장단 선거는 ‘신나는 이화’김민정(물리·4)·정인숙 후보의 당선이라는 결과를 남긴 채 무사히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보여진 여러 문제들은 아직 남아있다.

50.38%라는 낮은 수치가 보여주는 이화인의 관심부족, 선거과정에서 문제시된 선거비용문제, ‘주장은 있으나 비판이 없는’선거풍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 관위)는 시행세칙을 개정, ‘선거본부(선본) 간의 비판을 통한 차별성 부각’을 허용했다.

즉, 작년 시행세칙 ‘타 선본의 핵심문구·모토 등을 언급할 수 없다’가 그 애매성으로 인해 각 선본의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따라 ‘타후보에 대한 인격비난 및 흑생선전을 통해 타 선본을 비방하는 행위는 부정선거운동 행위로 간주된다’고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선거에서 보여진 결과는 그 어느때와 다름이 없었다.

각 선본은 기존의 시행 세칙 규정에 얽매여 타 선본의 비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에 따라 각 선본의 정책·공약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한계를 보여줬다.

쟁점이 없던 이번 선거에 있어 학내 학우들의 관심을 끈 사안 중 하나가 선거비용문제 이다.

선본이 아니라 일반 이화인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과대선거비용문제는 이후 대자보·PC통신 등을 통해 부분적이나마 학내 여론화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선관위장 윤민희양(사복·4)는 “선배나 운동원의 후원금과 중선관위엣 지급되는 선거운동비 등으로 충당되는 선거비용은 일정정도의 한계 내에서 쓰여진다면 문제화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각 선본간의 선거비용이 최고 1천만원에서 최저 5백만원까지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선거비용의 한계지정 및 예·결산 공개의 의무화가 요구된다.

또한, 이러한 선거비용이 상당부분 선전물 제작비용에 쓰이면서 선전물의 과다제작 및 이미지 집착의 병폐를 낳고 잇어 공동선본공약집 등을 통한 선전물 제작비용의 절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선거에 대한 이화인의 관심부족이다.

공청회나 1차·2차 유세때 보여진 이화인의 무관심은 낮은 투표율로 가시화됐다.

학생들의 무관심은 이제 이화 내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무관심과 선거 거부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학내의 전반적인 개인주의 풍조와 기존 선거에서 보여진 총학생회의 사업·공약남발에 대한 학생들의 냉소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그 연결고리를 생각해 봤을 때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잇다.

실천되지 않은 선거공약을 보며 학생들은 학생회를 불신하게 되고 이는 학생회 자체에 대한 회의로 자리잡아 선거 자체를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화의 총학생회는 1만5천이화인의 자치기구이며 선거는 앞으로 1년간 히와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중요한 자리이다.

이를 통해 결정된 제29대 총학생회는 투표를 하지 않은 7천4백2명의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투표를 하지않은 7천4백2명의 이화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학생회의 문제점을 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일방적 외면이 아닌 나머지 이화인들이 택한 기회와 참여를 통한 비판에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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