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이화수첩은 크기가 작아서 휴대하기에도 간편하고 학사일정이 표시돼 있어서 많은 이화인들이 사용한다.

학기 초에 나눠주는 학생수첩은 공짜가 아니라 다 우리의 등록금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수첩은 학생들에게 나눠줄 때는 항상 모자라면서 어디선가는 남아돌고 있다.

나는 외국에 있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학교를 늦게 나오게 돼 수첩을 받지 못했다.

게시판에는 이미 수첩이 떨어졌으니 다시 나오면 공고하겠다는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이화수첩을 받기 위해 학생회실에 며칠동안 들락날락 해봤지만 항상 가보면 수량이 적게 나와서 다 떨어졌다고 했다.

하루는 내가 사정을 설명하고 등록금을 낸 권리를 주장하자 학생회실에 있던 한 학생이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가며 자기 것이라도 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당시 학생회실에는 신입생에게 주는 큰 다이어리가 한박스 가득 남아 있었지만 그것은 신입생용이라며 줄 수 없다고 했다.

연락이 오지 않아서 나는 그냥 수첩받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4월 중순, 다른 과 친구로부터 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아직도 이화수첩을 못 받았냐며 자기 과방에 가봤더니 캐비넷에 이화수첩 몇 개가 그대로 쌓여 있더라는 것이었다.

결국 친구가 거기서 빼온 것을 받기는 했지만 마음은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나눠주지도 않은 다이어리를 학생회실에 쌓아두는 것이며 각 단대 학생회끼리도 교류가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화수첩은 전 학기에 등록한 학생수를 기준으로 개수를 맞춰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부터는 다음 학기 학생 수를 감안해 제작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서 최소한 그렇게 굴러다니는 수첩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가 낸 등록금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수첩 하나지만 나는 그것만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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