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김대중 대통령은 독일 국빈 방문중에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과 한반도 문제’라는 제목으로 행한 연설을 통해 북한에 당국자간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른바 ‘베를린 선언’으로 알려지게된 이연설의 내용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김대통령은 취임 당시 남북 특사 교환을 북측에 제의한 바 있고, 남북경제공동체 구성 및 국책연구기관 간의 협의도 이미 신년사에서 제의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번 서언은 지금가지 ‘정경분리’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 온 민간경협의 한계를 인식한 정부가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북정책을 전환하고 또 이를 국제화사회에 알렸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본인은 국민의 한 삶으로서 이 선언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다만 이 선언이 이번에도 구체적인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한낱 ‘선언’으로 자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 우울할 뿐이다.

왜냐하면 베를린 선언의 실현 여부는 북측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또 이 선언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정부가 향후 어떤 대내외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가에 달려있는데. ‘우리삭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자존심 강한 북한이 결코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남한이 주체가 되어 ‘통일보다는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이라는 현실적이고 상생(상생)적인 방향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부방과 주변국들 모두에게 천명했다는 점에서 이 선언의 외교적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

김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유럽국가들에서 얻어낸 ’햇볕정책’에 대한 지원 약속은 그들이 한국 경제에 신뢰를 갖고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과학·산업기술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도록 해 얻어낸 경제적 성과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남북이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 할 수 있느냐는 무엇보다 남북한 당사자들에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베를린 선언에 대한 국내 야당들의 반응은 역시 때가 총선 정국임을 확인시켜준다.

야권은 이 선언이 남북간 사전 조율 속에서 이뤄진 흔적이 짙다며 남북연계설의 의혹을 제가하는가 하면 ‘국가안보와 국민안녕을 생각치 않은 총선용 DJJ(김대중­김정일) 국민기만극’이라는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지역주의적 사고에 찌들어 있는 이들 정치가들에게서 거국적인 시각은 찾아볼 수 없고 옹졸한 이기주으이만 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다.

또한 흑색선전이나 일삼는 정치계의 너절한 얘기들을 무슨 중대한 뉴스라도 되는것 처럼 매일 대, 여섯 면을 도배하다시피 일색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도 거국적 시각이 아쉽다.

국민들의 대표는 어떤가? 정권이 교체되고 시류고 변하면서 정부차원에서 북한에 비료지원도 하게 되었고 국민들에게도 북한돕기운동을 장려하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호응은 미지근했다.

언제는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형제가 되었다가 하루 아침에 경계할 적으로 둔갑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현주서였고 이러한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 국민들도 익숙해 졌고, 그 결과는 정치적 무관심, 통일데 대한 무관십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정부나 국민이나 한뜻으로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는 일일 것이다.

이번 베를린 선언 역시 실현되면 그 결과는 북한사회의 점진적 개방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개방이 되면 폐쇄된 체제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것이 북한 당국이다.

나라 전체의 총체적 붕괴를 피하려면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하고 자본주의적 방식을 중국처럼 부분적으로 도입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여 있는 북한 정권이 이런 상황에서 나아갈 방향은 뻔하다.

그것은 내대 적으로는 앞으로 점점더 피할 수 없게 될 부분적 개장과 함께 이루어질 자본주의 사조의 학산을 ‘황색바람’으로 매도하는 분의기를 조성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지금까지 처럼 핵이나 미사일 등의 협박용 카드를 가지고 미국과 일본및 남한을 도발하고 자극하여 자신들에게 실리를 가져다 줄 협상 조건을 계속 만들어 가는 일이다.

지금 북한은 미,일과 관계정상화 내지 수교를 앞두고 외교적 카드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아런 복합적 상황 때문에 북측은 베를린 선언에 대한 반응을 미룰 것이 뻔해 보인다.

사실 북한 당국은 며칠 전 로동신문을 통해 ‘말보다는 실천행도이 중요하다’며 베를린 선언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하 논평을 가하면서 구체적 반응을 피했다.

북한사회는 여러가지 점에서 과거의 동독과 다르다.

북한은 체제가 폐쇄적이면서 내부갈등이 정권을 위협할 정도가 되지 못하도록 통제가 이루어져 온 나라이다.

남한에서 통일에 대한 열기가 식어가고 냉정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러한 경향이 결국 무관심과 냉소주의로 이어진다면, 너 나아가 통일된 조국을 이끌어 나갈 지금의 젊은 세대가 북한에 대해 잘못된 우월감이나 갖고 성장한다면 걱정이 안될 수 없다.

우리는 냉소주의에 빠지지 말고 북한의 변화를 끈기를 갖고 추적하고 기다리면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 통일에 대비하는 대국적 자세를 잃지 말아랴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