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역사관 도슨트 홍윤서(의류·22)씨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는 정유진씨,  샤론 퀵씨(왼쪽부터). 박연정 기자
이화역사관에서 상설 전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박연정 기자 

“이화역사관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혹시 눈치채셨나요?”

도슨트 김지하(융콘·23)씨는 건물의 유리창에 관한 이야기로 이화역사관 투어 설명을 시작했다. 이화역사관이 재현한 이화학당은 설립할 때부터 창호지가 아닌 유리창을 썼다. 김씨는 “이화를 설립한 스크랜튼(Mary F. Scranton) 선생은 학생들이 공부하기 편하도록 빛이 잘 드는 유리로 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화역사관에서 2024년 새 학기를 맞이해 처음으로 상설 전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화학당의 자취를 그대로 간직한 이화역사관은 법학관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이화학당 최초의 한옥 교사를 복원해 둔 역사 체험의 공간이자 학교 역사 자료를 수집 및 보존하고 있는 대학기록관이다.

 

이화학당을 재현한 이화역사관은 법학관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박연정 기자
이화학당을 재현한 이화역사관은 법학관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박연정 기자

투어는 3월4일(월)~29일(금) 영문 투어와 국문 투어로 나뉘어 각각 하루 2번 진행된다. 투어는 약 40분 동안 상설 전시관 두 곳을 돌아보는 코스로 진행된다. 1945년 해방 이전까지의 이야기는 상설전시실 1, 이후의 이야기는 상설전시실 2에 전시돼 있다. 전시관을 차례로 지나며 1886년 이화학당 시절부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까지의 시대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김씨는 “보통 예약하지 않고 자유롭게 찾아오시는 분들은 도슨트에게 해설을 요청하기 어려워한다”며 “해설을 들으며 전시에서 놓치는 부분 없이 관람하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화역사관 내부 난방 문제로 상시 개방은 어렵지만 개강 시기 많은 방문객들이 오길 바라며 투어를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화역사관 상설 전시실에는 이화학당 시절부터 현재의 이화여자대학교가 되기까지의 역사가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다. 박연정 기자
이화역사관 상설 전시실에는 이화학당 시절부터 현재의 이화여자대학교가 되기까지의 역사가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다. 박연정 기자

상설전시실 1에서는 우리대학의 창립기념일과 관련한 이야기가 소개됐다. 초창기 이화학당은 학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김씨는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서양인을 향한 조선인들의 불신과 여성 교육 대한 반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886년 5월31일 자신을 김씨부인이라고 칭하는 한 학생이 학당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김씨부인은 영어를 배워 왕비의 통역사가 되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학당을 찾았다. 김씨는 “김씨부인은 지병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지만, 김씨부인이 학당을 찾아온 5월31일은 이화여대의 창립기념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상설전시실 1에는 이렇게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이화학당에 중학과, 보통과, 고등과, 대학과가 차례로 개설되기까지의 역사가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다.

이어 상설전시실 2에서는 해방 이후의 역사에 관한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역사관에 전시된 연표를 따라가며 김씨는 시대별 중요한 사건들의 설명을 이어나갔다. 1945년 종합대학으로 인정받은 우리대학은 1946년 정부로부터 종합대학 1호 인가서를 받았다. 전시관에는 해당 문서도 전시돼 있다. 197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여성학 강의가 열렸고, 1989년에는 대학 최초로 학교사를 전담하는 기관이 세워졌다는 내용 등도 전시관 내에 소개돼 있다.

 

이화학당의 자취를 그대로 간직한 이화역사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하씨. 그는 투어를 통해 애교심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연정 기자
이화학당의 자취를 그대로 간직한 이화역사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하씨.  박연정 기자

투어를 진행한 김씨는 이화역사관 투어를 통해 “애교심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사관 투어는 이화역사관 건물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대학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3월 투어가 끝나도, 상설 전시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18일 영문 투어를 들은 싱가포르에서 온 샤론 퀵(Sharon Quek)씨는 “전쟁 당시에도 여성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대학이 사회적 순응에서 벗어나 여성 개인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한 점이 감명 깊다”고 말했다. 정유진(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 전공 박사과정·23년졸)씨는 “이대부고를 졸업하고 학⋅석⋅박사 과정을 모두 이화에서 보냈지만, 이화역사관 방문은 처음”이라며 “설명도 재밌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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