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MBTI은 뭐세요?!” 한동안 사적으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이제 자기보고서 문항을 통해 개인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주는 MBTI는 일상의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입사지원 시 지원자의 MBTI 유형을 가지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요구하고, MBTI가 특정 유형인 경우 지원하지 말라는 채용공고를 해서 사회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쯤 되면 MBTI 광풍, 바야흐로 MBTI 전성시대다.

그런데 뿐만이 아니다. MBTI 못지않게 혈액형과 사주(四柱), 타로점, 각종 심리테스트, 근래 들어서는 유전자 검사, 학창시절 생활기록부까지 청년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아이템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자신에 대한 궁금증과 탐구’이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전 세계 소위 MZ세대라 불리우는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인정받고 있는,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아티스트 BTS의 앨범 <Map of the soul 7> ‘Intro Persona’의 가사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왜 지금의 청년 세대는 이토록 내가 궁금하고 나를 탐구하기 위해 이 같은 각종 테스트에 열중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일차적인 답은 유동하는 근대, 액체근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의 본원적인 문제이며 생애 발달 단계에서 어떤 시대의 청년세대든 늘 마주하는 공통적인 과업이라는 점이다. 또 ‘미미미 제너레이션(Me Me Me generation)’이라고 불릴 만큼 타인보다 ‘나 자신’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는, 현 시대의 청년세대의 특성에서도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엔 ‘내가’ 존재하며, 선택의 기준 역시 자기 자신이 된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시대적 맥락과 사회구조에서 조망해 보자. 세대의 특성은 시대와 구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성세대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사회 구조적으로 확장된 계층 상승의 기회로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대학 학위는 뿌리 깊은 유교의 학문 숭상 기조를 등에 업고 계층 사다리의 상승 이동에 있어 우선권을 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은 열심히 노력했고 국가의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개인적인 성공을 쟁취해나가면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성실과 근면의 신화를 체화해왔다.

그러나 청년세대의 현실은 다르다. 경제 성장은 둔화되었고, 대학학위는 더 이상 사회적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심화된 개인주의와 치열한 경쟁구도 하에 개인은 스스로를 기획, 관리하여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거듭나야만 하는 사명을 갖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자신을 알아서 적성도 찾고 전공도 결정해서 여러 활동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자기경영의 주체가 되어 실패 없는 ‘선택’을 요구 받아왔다.

내 선택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불안감과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나에게 꼭 맞는 선택을 위한 기준을 세우는 작업으로 귀결된다. 결국 젊은 세대의 ‘자신에 대한 궁금증과 탐구’는 한국사회를 지탱하던 신화들의 붕괴와, 여기서 파생된 근원적인 불안이 만들어낸 새로운 신화 즉 ‘나를 알면 나에게 꼭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개인적인 수준에서, 불안한 시대와 사회를 살아내기 위하여 나 자신 하나에 집중하고 탐구하는데 매진하는 것은 효율적이고 적절한 적응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자기 자신을 탐구해도 사회구조적인 부분이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의 기회는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청년 세대의 자기탐구의 열망이 이해가 가면서도 자신에게 과도하게 침잠하여 보다 큰 맥락에서 문제점을 조망하고 다른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회학은 우리가 꼭두각시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꼭두각시와 달리 고개를 들어 그 줄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자유를 향한 첫걸음이다.” 진정한 ‘나’에 대한 그리고 ‘우리’에 대한 궁금증이 만들어지고 또 해결될 수 있도록, 사회학자 피터 버거의 언명에 따라 우리 시선을 내 자신이 아닌 우리를 움직이고 있는 줄로 돌리고 함께 그 줄을 움직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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