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단체 라온디어, 연령 통합의 가능성을 모색하다

“1인 가구로 살면서 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1인가구 교환일기 프로젝트' 신청자를 모집했던 포스터 출처=라온디어 공식블로그
'1인가구 교환일기 프로젝트' 신청자를 모집했던 포스터 출처=라온디어 공식블로그

16일 본교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주최로 이화·포스코관(포관)에서 진행한 연령통합포럼에서 라온디어(RAONDEAR) 박정환 대표는 ‘1인 가구 교환일기’를 소개했다. 1인 가구 교환일기는 1인 가구 청년과 노인이 2인 1조로 일기 형식의 편지를 주고받는 프로젝트다. 라온디어는 ‘예술로 세상을 위로하자‘를 주제로 활동하는 청년 예술 단체로, 1인 가구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나누며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올해로 제40회를 맞이한 연령통합포럼은 노인과 청년이 통합되는 사회에 대한 다양한 학술적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1인 가구 교환일기는 각각 13명의 노인과 청년들이 모여 총 26개의 1인 가구가 참여했다. 청년과 노년의 교환일기를 기획한 이유로 박 대표는 “청년과 노인이 소통하며 세대 간 유대감을 쌓아 교류할 기회를 늘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5월8일~5월24일, 6월19일~7월5일 동안 각각 주3회 교환일기를 작성했다. 평일 3번 교환일기를 쓴 후 주말에 대면으로 만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청년과 노인이 쉽게 교류할 수 있도록 수도권 내 도보 1시간 이내 거리에 사는 청년과 노인이 교환일기를 작성하면 운영진들이 서로에게 전달했다.

1인 가구 교환일기는 2022년 박 대표의 경험에서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매일 안부를 묻던 할아버지가 9일간 보이지 않았는데, 밖에 온 구급차를 보고 그제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됐다. 박 대표는 ‘할아버지를 한 번만 더 살펴볼 걸’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박 대표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1인 가구를 살피겠다고 다짐했다. 홀로 사는 사람끼리 일상 경험이나 고민을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박 대표는 교환일기를 떠올렸다.

라온디어가 소통 방식으로 교환일기를 떠올린 건 군 생활 동안 받은 가족들의 따뜻한 편지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었던 시절,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던 편지는 큰 힘이 됐다. 박 대표는 “1인 가구에게 힘을 얻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기록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기는 상대와의 소통에서 부담이 덜하기도 하다. 박 대표는 “편지는 매번 상대를 위해 새로운 말을 해야 하는 느낌이라 부담감이 크지만, 일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돼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인 가구 교환일기’의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사례의 주인공은 오막내(64·여)씨와 서연호(23·남)씨였다. 박 대표는 “(이들의 교환일기가) 초반에는 하루 동안 먹은 것을 공유하며 진행됐다”고 말했다. 첫 교환일기에서 오씨는 된장찌개를 끓인 이야기, 서씨는 친구들과 감자탕을 먹은 이야기를 나눴다. 2회차 교환일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씨는 사회복지사와 감자탕을 먹고 저녁에 콩나물국을 끓인 이야기, 서씨는 낮에는 토스트를 먹고 저녁에는 라면을 먹었다는 이야기만 나눴다. 그러다 세 번째 교환일기에서는 변화가 생겼다. 오씨는 ‘비타 500 대신 음료수 아침햇살이 먹고 싶다’는 문장을, 서씨는 ‘끝내야 할 학교 과제가 있다’는 문장을 일기 마지막에 추가했다. 서로의 사소한 일상 공유가 시작된 것이다.

박 대표는 “3번의 교환일기 이후 처음 만난 할머니와 청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오씨는 서씨에게 챙겨줄 반찬을 싸 왔고, 서씨는 오씨가 먹고 싶어 한 음료수 ‘아침햇살’을 사 온 것이다. 대화 자리를 마련한 박 대표는 “할머니께서 (서씨에게) 앞으로 반찬을 많이는 못 해준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말했다.

만남 이후 교환일기에서는 감정적으로 더 큰 변화가 보였다. 박 대표는 “그동안의 교환일기 때와는 달리 감정적인 교류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네 번째 교환일기에서 오씨는 밥이나 반찬을 잘 먹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걱정 어린 안부 인사를 건넸다. 서씨는 할머니의 무릎 건강이 괜찮은지 물으며 걱정하는 일기를 썼다. 다섯 번째 교환일기에서 오씨는 가장 맛있었던 반찬이 무엇이었냐 물었고, 서씨는 모든 반찬이 맛있었다며 앞으로 편지가 한 번만 더 남았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회답했다. 대망의 마지막 교환일기에서 오씨와 서씨는 “고마웠고 보고 싶을 것”이라며 서로 아쉬움과 감사의 말을 전했다.

마지막 교환일기 전달 후 가진 만남에서 할머니와 청년 간의 대화도 달라졌다. 박 대표는 “할머니께서는 대화하는 내내 건강을 어떻게 챙겨야 하고, 밥은 어떻게 챙겨 먹어야 한다며 걱정을 했고, 청년은 할머니 건강을 계속 확인했다”며 “두 분 다 너무 아쉬워하며 우는 모습을 보니 프로젝트를 종료할 때 굉장히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박 대표는 “할머니가 다음에는 집에 놀러 오라고 말씀하셨고, 청년도 외로웠던 자신을 돌봐주셔서 감사했다는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16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1인 가구 노인과 청년의 교류는 계속됐다. 박 대표는 “며칠 전 (서씨에게) 전화했을 때도 할머니와 영화를 보고 집에서 밥도 같이 먹었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논의되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1인 가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무엇에 대해 고민하는지 무엇에 관심 가지는지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온디어는 2024년 3월부터 ‘1인 가구 교환일기’를 비수도권 지역까지 확장해 더 넓은 곳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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