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nge Fair의 한국 부스에서 준비한 달고나. 제공=전소이씨.
Exchange Fair의 한국 부스에서 준비한 달고나. 제공=전소이씨.

한국과 오스트리아는 다른 점이 많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대부분의 상점이 평일 저녁 7시면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문을 연 곳을 찾기가 힘들다. 아날로그 친화적인 환경이다. 거의 모든 아파트는 열쇠로 여닫아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마주하더라도 서로 눈이 마주치면, ‘Guten Morgen(좋은 아침)’ 혹은 ‘Hallo(안녕)’의 인사말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이렇게 내가 살아온 환경과는 다른 것들을 마주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생활하던 모습들이 겹치곤 한다. ‘이런 점은 한국이 더 낫네 혹은 더 불편하네’와 같은 감상부터, ‘한국인들은 왜 이런 생활 방식을 갖게 되었지?’와 같은 궁금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낯선 오스트리아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다.

교환학생들을 위한 행사인 Exchange Fair에서 이 감정을 가장 크게 느꼈다. 쿠프슈타인 티롤 응용 과학대학교(FH Kufstein Tirol)의 학생들은 정규 학기 중 한 학기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야 한다. 매 학기에 많은 학생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 많은 교환학생이 쿠프슈타인에 파견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Exchange Fair는 교환학생이 각자의 출신 국가와 대학교를 정규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이다.

교환학생들은 출신 국가와 학교를 대표하는 사진들로 보드를 꾸미고, 나라를 대표하는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겨울학기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수많은 학생이 온 만큼, 화려한 보드와 간식이 눈을 사로잡았다. 벨기에의 초콜릿, 프랑스의 햄과 치즈, 대만의 버블티, 네덜란드의 드롭(감초 사탕) 등. 그중 한국 부스를 채운 것은 달고나였다. 한식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이곳에서 만들기가 가장 간편하고, 다른 학생들의 거부감이 가장 적을 것 같다는 이유로 고심 끝에 고른 간식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교환학생들이 서로의 부스를 방문하기도 했고, 정규 학생들이 각자 관심 있는 국가의 부스에 모여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국 부스에도 다양한 학생들이 오고 갔는데, 이들이 우리가 준비한 달고나를 보고 하는 이야기는 모두 같았다. “이거 오징어 게임에 나온 그거 맞지?”. K-드라마, K-팝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유럽의 아주 작은 도시에서 ‘오징어 게임’이 언급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놀람도 잠시, 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불타올랐다. 한국인을 만나서 설명을 듣는데,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한류에 대해서만 알고 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달고나에 대한 아주 사소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학교 앞에서 달고나를 팔기도 했고, 뽑기에 성공하면 하나를 더 먹을 수 있었다는 것 등. 몇몇 학생들은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며 한국 생활에 관한 질문을 더했고, 나 또한 신이 나서 답했다. 하지만,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있었다. “한국은 어떤 나라야?”라는 단순한 질문이었다. 이상했다. 동방예의지국, 24시간의 나라, 뚜렷한 사계절에 따라 다른 생활양식을 가진 곳. 혹은 BTS, 블랙핑크. 답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은데, 쉽게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였으리라. 한국은 어떤 나라냐는 질문을 받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한 질문에 얼버무리며 대답했었다.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동원하여도 정확한 답을 주지 못한 것에 스스로 답답함을 느꼈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외국인에게 한마디로 정의하여 답하기에는 나의 지식이 너무나 얕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우리나라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러한 점은 왜 유럽과 다른지, 이러한 점은 왜 비슷한지, 우리의 문화를 구성하는 것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었다.

외국인에게 설명을 해주기 위해 우리나라를 더 알고 싶어졌다는 이야기는 허무맹랑한가? 하지만 이는 이때껏 느꼈던 것 중 가장 강력한 동기였다. 20년이 넘도록 한국에서만 살아오면서, 나에게 한국은 그저 우리나라일 뿐이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는 그저 빨리 이 나라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을 살면서 당연하게 체득했기에 별다른 의문도, 특별한 감상도 없었다. 한국사 시간에는 졸기 일쑤, 정치나 사회 분야 뉴스는 어렵다는 핑계로 피하기만 했다.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리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기에.

하지만 익숙함의 틀을 깨고, 먼 타지에 나와 우리나라를 돌아보니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언제나 편리함을 책임지는 상점들의 긴 영업시간, 다양한 놀거리, 활기찬 밤의 문화와 같은 사소한 것들.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생소한 무언가라는 사실을 매일 깨닫는다. 그리고, 내가 더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한국을 떠나온 타지에서, 비로소 한국을 온전히 이해하려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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