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핵 문제의 내부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strong>박소현 사진기자
북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핵 문제의 내부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박소현 사진기자

젊은 세대는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문제를 상속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결국 우리가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7일 ECC 이삼봉홀에서 북핵 연구가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S. Hecker) 박사가 ‘힌지 포인트(Hinge Points): 북핵 문제의 내부 전망(An Inside Look at North Korea’s Nuclear Program)’를 주제로 강연했다. 헤커 박사는 2004년부터 북한에 7회 방문해 핵 시설에서 방사성 원소인 플루토늄을 직접 관찰했다. 그는 외교 정책을 중점적으로 펼치며 그와 동시에 실패에 대비해 핵개발을 진행하는 북한의 이중경로 정책을 설명했다. 보편적으로 북한이 아무런 대책 없이 핵에 집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북한은 실패 대안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크랜튼대 박인휘 학장은 연사 소개에서 “현재 외교 상황이 어렵지만 헤커 박사가 평화를 주창하는 점이 이화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세계 처음으로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로스앨러모스(Los Alamos) 국립연구소에서 1986년부터 10년간 소장으로 근무했다. 2009년에는 미 정부가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에너지 부문 상인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상을 수상했다. 헤커 박사는 세 가지 변곡점을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세 가지 변곡점은 ▲2002년 부시 집권 당시 강경파의 정치적 대화 단절 ▲2009년 오바마 집권 후 대북 제재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다. 헤커 박사에 따르면, 북한은 김일성 전 북한 주석부터 최근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로 성공적인 외교를 이끌려고 했으나 세 가지 변곡점을 거치며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변곡점으로 그는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제시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당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주석을 ‘로켓 맨’이라고 부르고 김정은 북한 주석은 “항상 내 책상에 핵미사일 버튼이 있다”고 위협하던 시기에 서로 대화할 의지를 보이며 성사된 회담이었다. 헤커 박사는 “회담에서 트럼프가 떠나 버리며 김정은을 화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더 이상 미국 정부의 연락에 대답하지 않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미사일 실험 최대치를 기록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의 극현실주의 태도를 언급하며, 학생들에게 “Never say never(불가능은 없다)”라며 북핵 관련 문제를 포기 하지 않는 태도를 강조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나 통일이 됐던 독일을 사례로 제시하며, 우리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희망이 있지만 지난 30년과 비교해 조금 부정적이고 다른 상황에 처해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에 실패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북한이 중국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강연 후에는 브렌든 하우(Brendan Howe) 국제대학원장의 진행으로 ▲헤커 박사 ▲고민희 교수(정치외교학과) ▲레이프 에릭 이슬리(Leif Eric Easley) 교수(국제학과) ▲변인수 교수(국제학과) ▲박원곤 교수(북한학과)의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해당 토론에서 박 교수는 “북한을 봤을 때 핵무기 극대화가 목표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관점을 공유했다. 고 교수는 “과학과 정치 사이의 충돌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이는 의사결정을 제한시킨다”며 “과학적 지식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어떻게 잘 반영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윌리엄 페리(William J. Perry) 강연’의 일환이다. 윌리엄 페리는 1994년 미국 국방장관과 1998년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인물로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쓴 인물이다. 2016년 본교에 설립된 이 강연 프로그램은 페리 전 장관을 비롯한 전문가 초청 강연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찰력을 제공해 왔다. 본교는 ▲2021년 재닛 나폴리타노 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2022년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대사 ▲2023년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했다.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은 관련 경험이 풍부해 북한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준 연사라며 만족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민주(국제⋅19)씨는 “강의에서는 교수님들이 정치학 측면에서 북한을 이야기하는데 헤커 박사는 기술과 정치학을 결합한 관점을 제시해서 흥미로웠다”며 “플루토늄과 핵에 대해 잘 아는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관점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최다빈(국제⋅20)씨는 “헤커 박사는 과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 평소 가졌던 북한에 대한 생각에 변환점을 줄 것 같아서 강연을 들었다”며 “박사가 직접 북한을 7번이나 방문해서 선입견을 가지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최씨는 “북한이 실제로 미국과 협상하려고 시도했고 이중경로 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 시설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본인의 경험을 녹여서 말하는 점이 가장 와 닿았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에게 해당 강연을 수락한 이유를 묻자 “(윌리엄) 페리 강연은 훌륭한 강연”이라며 “세계적인 명문 여자대학 중 하나인 이화여자대학교에 오게 돼 매우 기쁘고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과 관련해 미래 세대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젊은 세대는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문제를 상속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결국 우리가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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