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없이 24시간 이용했던 실습실, 이틀 전 신청으로 바뀌어

의류산업학과 실습실인 생활환경관 308호에 비치된 재봉틀. <strong>지수현 기자
의류산업학과 실습실인 생활환경관 308호에 비치된 재봉틀. 지수현 기자

신산업융합대학 의류산업학과에서 평일 야간과 주말에 실습실을 이용하려면 일주일부터 이틀 전까지 신청하도록 공지했다.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자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별도의 신청 없이 이용해 온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공지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명으로 학과 내 문제를 밝히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일부 학생 취재원은 익명 표기를 요청했다.

실습실인 생활환경관 308호, 317-1호에는 옷 제작에 필요한 재봉틀과 인체모형인 드레스폼이 배치돼 있다. 과제 수행에서 해당 도구가 필요한 <패턴디자인>, <의류산업과창업실무>, <드레이핑>, <전통복식디자인>, <패션프로젝트I>을 수강 중인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이 이용한다.

해당 과목들은 실기 과제를 통해 표현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 <패션프로젝트I>의 경우 실험/실습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이른다. <패턴디자인>은 학습평가방식에서 재봉틀을 이용한 셔츠 제작 등의 과제가 90%를 차지한다. 실습으로 수업과 과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은 실습실 이용 방식에 민감하다.

자유로웠던 실습실 이용, 왜 제한됐나

의류산업학과 실습실 문에 부착된 실습실 사용 지침서. <strong>지수현 기자
의류산업학과 실습실 문에 부착된 실습실 사용 지침서. 지수현 기자

2022년 1학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습실을 신청제로 운영했지만 2학기부터는 신청제 없이 자유롭게 이용했다.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오후8시까지로 이용 시간을 제한했지만 학생들은 암묵적으로 야간작업을 해왔다. ㄱ(의류산업⋅23)씨는 “이번 공지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신청하지않고도 자유롭게 실습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ㄴ(의류산업⋅23)씨는 “오히려 실습실 문이 잠겼을 때 경비원이 왜 문이 닫혀 있는지 의아해하며 다시 열어주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역시 실습실이 24시간 개방돼 있어 작업이 필요하면 별도 신청 없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었다. 의류산업학과 공지사항 기준으로 실습실 사용이 가능한 과목의 수강생은 1, 2학년이 대다수다.

10월25일 의류산업학과는 홈페이지(fashion.ewha.ac.kr) 공지사항을 통해 실습실 신청 방식을 새롭게 알렸다. 25일부터 실습실을 평일 오후7시~오전7시와 주말에 사용하려면 근무일 기준 이틀 전까지 신청서를 작성해 교과목 담당 교수의 서명을 받아 사무실에제출해야 한다. 화요일 야간에 실습실을 사용하려면 전 주 금요일까지 신청해야 한다.

의류산업학과 사무실 관계자는 “학생 안전을 위해 학교 규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과 방침이 아닌 총무처 총무팀의 학교 전체 건물 야간 사용에 관한 규정을 고려한 것이다. 실습실에 재봉틀과 다리미 등의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기자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도교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안전사고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 파악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실습실 이용 이틀 전에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공지에 대해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아 갑작스러운 변화라는 입장이다. 공진하(의류산업⋅20)씨는 “조교가 단체 채팅방에 공지사항 링크를 전송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김은교(의류산업⋅23)씨는 “설명은 못 듣고 실습실 앞에 붙어있는 안내문과 교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고 신청 방식이 바뀐 걸 알았다”고 말했다.

야간작업 예상 어려워 신청제 불편하다는 학생들

의류산업학과 실습실인 생활환경관 317-1호에 비치된 드레스폼. <strong>지수현 기자
의류산업학과 실습실인 생활환경관 317-1호에 비치된 드레스폼. 지수현 기자

학생들은 과제 도중 야간작업이 급하게 필요할 때가 빈번하다며 공지 내용에 당황을 표했다. 김씨는 “수업을 들으며 바로 야간작업이 필요한지 가늠이 안 된다”며 “앞으로 제한적으로 실습실을 사용하다 보면 과제 수행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공씨는 “야간작업이 급히 필요할 때도 있는데 이런 신청 방식은 학생들에게 너무 번거롭다”며 “특히 1학년 때는 작업량 파악이 익숙하지 않아 예측한 시간보다 늦게 작업을 마칠 때가 많다”고 말했다. ㄷ(의류산업⋅23)씨는 “실수를 한 번 하면 야간작업을 하게 된다”며 “오늘도 오후9시까지 과제를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부피가 큰 과제물과 도구를 이용하는 실습 과목 특성상 실습실이 아닌 공간에서 과제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특히 의류산업학과 전공선택 과목 <드레이핑>의 경우 마네킹과 유사한 모양과 크기의 드레스폼을 이용해 과제를 한다. 해당 과목을 수강 중인 ㄷ씨는 “드레스폼을 학교에서 빌려 사용 중인데 부피가 크고 개인 소유가 아니라 실습실 외의 공간으로 들고 나가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ㄹ(의류산업⋅23)씨는 “집에 재봉틀이 없어서 실습실이 아닌 곳에서 과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사용자 파악이 이유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틀 간 취재한 결과, 인터뷰를 진행한 의류산업학과 학생 5명 모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실습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실사용자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ㄴ씨는 “한 명이라도 신청서를 내면 실습실이 열려 사실상 신청서를 내지 않아도 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지와 달리, 학과 차원에서 신청서 제출 인원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학생들은 이전과 같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거나 더 간편한 방식으로 규정을 정비하길 바랐다. ㄷ씨는 “구글 폼으로 신청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일 저녁까지라도 신청서를 내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류산업학과 55대 학생회 ACF는 2일 학과장에게 “실습실 사용 이틀 전까지 신청하는 현행 방식에 대해서는 학교 규정이라 조정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학생회 관계자는 “신청서 미제출 시 사용 가능 시간을 오후9~10시로 연장하는 것은 의류산업학과 교수와 논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과목 담당 교수의 서명을 받는 방식도 총무팀와 논의할 예정이다. 실습실 이용을 실습 관련 과목 수강자로 제한했던 것은 모든 의류산업학과 학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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