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로 이민 간 여성을 주제로 5분 영상 출품

이화사자가 '사진 한 장의 무게'를 출품해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있다. 이다권 기자
이화사자가 '사진 한 장의 무게'를 출품해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전국역사학대회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있다. 이다권 기자

본교 사학과 동아리 이화사자의 출품작 ‘사진 한 장의 무게’가 전국 역사학대회에서 1등인 최우수상을 받아 28일 서강대학교에서 상영됐다. 영상 ‘사진 한 장의 무게’는 사진 한 장으로 결혼을 선택했던 이주여성들의 삶과 그들의 선택을 주제로 여성의 주체성을 다룬다.

2023년 제66회를 맞이한 전국 역사학대회는 ‘역사 속의 인구변동’이라는 주제로 10월27일~28일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전국 역사학대회는 ▲교수 공동주제 발표 ▲자유토론 ▲역사 콘텐츠 경연대회 시상 및 우수작 상영으로 구성됐다. 이 중 이화사자가 영상을 출품한 역사 콘텐츠 경연대회에서는 팀별로 소주제를 선정해 5분 이내의 영상물을 제작해야 했다. 전국역사학대회협의회가 주최하고 역사학회가 주관했다.

이화사자의 출품작 ‘사진 한 장의 무게’가 전국역사학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영상을 제작한 김하영씨, 강혜원씨, 장지우씨, 장리안씨(앞줄 왼쪽부터).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이화사자의 출품작 ‘사진 한 장의 무게’가 전국역사학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영상을 제작한 김하영씨, 강혜원씨, 장지우씨, 장리안씨(앞줄 왼쪽부터). 이승현 사진기자

 ‘사진 한 장의 무게’를 제작한 이화사자 부원 김하영(사학·23), 장지우(사학·21), 장리안(사학·21), 강혜원(사학·22)씨를 만나 영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화사자는 사진 신부를 소재로 5분짜리 영상을 제작했다. 사진 신부는 결혼 대상을 찾기 위해 하와이로 노동 이주를 한 한인 남성들과 사진으로 중매를 맺어 결혼한 여성들을 뜻한다.

장지우씨는 “역사학대회 대주제가 역사 속의 인구이동이라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민을 생각하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민 간 남성 노동자가 먼저 떠올랐다”며 “오히려 그들과 결혼을 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새로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진 한 장의 무게’는 하와이에 가서 가정을 꾸리고 노동하는 남편들을 내조하는 일제강점기 시대 여성들의 삶을 다뤘다. 그러나 힘든 여성의 삶에 집중하기보단 이들이 하와이로 가 선택한 ‘새로운 삶’에 더 주목했다.

이화사자는 영상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강씨는 “단순히 사진만 보고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수동적인 여성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당대 여성들이 처음으로 결혼할 남성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체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를 앞둔 시점, 자유가 억압된 조선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교육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강씨는 “하와이에서의 삶은 힘들었을지라도 여성들이 하와이에 가기로 선택한 것 자체가 새로운 자유를 찾아 떠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영상 속 사진 신부들은 막노동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현실 속에서도 교회 내 소모임을 꾸려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김씨는 “그들끼리 열심히 모은 돈을 모아 독립운동 자금을 한국에 보내기도 하고 학교를 세워 한국어 교육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며 “타지에서도 미래를 향한 터전을 직접 마련해 나간 여성들의 모습을 다뤘다”고 말했다.

사진 신부에 대한 영상 제작을 위해 실제 구술 기록, 일기, 음성 기록이 필요했지만 관련 자료들은 부족했다. 국가기록 편찬위원회 기록실에까지 찾아갔지만 CD가 너무 오래돼 기계가 음성을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장지우씨는 이주 한인의 1900년대의 조선일보의 사진 신부 구인 광고를 찾았다.

편집을 담당한 장지우씨는 5분 동안 영상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사진 신부를 설명하는 부분은 검은색 배경으로, 부원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나오는 부분은 흰색 배경으로 화면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흰 화면으로 전환되며 화면에 등장한 단어들은 도전, 해방, 불안, 열정, 사랑, 꿈이었다. 장씨는 “여성들이 사진 한 장을 보고 떠나기로 결심할 당시에 그들이 가졌던 마음가짐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무수히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상의 제목도 영상 제작 마무리 단계에서 지어졌다. 장지우씨는 “여성들이 사진 한 장에 담긴 의미들이 무겁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당대 여성들이 자유를 위해 내린 선택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생각에 영상을 ‘사진 한 장의 무게’라고 이름 지었다.

부원들은 사진 신부를 주제로 한 영상이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했다. 장지우씨는 더 좋은 삶을 살고자 한 여성의 마음을 느끼는 것에서 영상의 의미를 찾았다. 그는 “현대에도, 당시에도 결국 모두가 좋은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며 “역사를 알아야 현재의 우리가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리안씨 또한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현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도구가 역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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