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코코(2018)

출처=다음영화
출처=다음영화

멕시코에는 죽은 자의 날이라는 전통이 있다. 이날이 되면 사람들은 해골 모양의 장식물을 집에 걸어두고 죽은 가족들의 사진과 주황색 멕시코 국화를 함께 두어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빈다. 또한 소중한 사람들과 춤추고 노래하며 죽은 자들의 영혼을 반긴다. 이러한 모습을 통하여 죽음을 마냥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떠나간 이들을 소중하게 기억하고자 하는 멕시코 사람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코코(2018)는 이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멕시코만의 색을 가득 담은 사후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후세계에서는 망자들도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똑같이 사회를 이루며 살아간다. 이들은 영계와 현실의 세계 경계가 흐려지는 망자의 날에만 현실 세계로 돌아가 자신들을 기억해 주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데, 자신의 꿈을 반대하는 가족과 갈등을 겪던 코코의 주인공 미겔은 바로 이날에 사후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는 죽은 자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 위하여 위험천만한 모험을 거치며 결국 자신의 꿈을 가족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며 동시에 스스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미겔의 모험은 대부분 사후세계에서 이루어지기에 영화 코코는 사후세계에 대한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영화 코코가 그려낸 사후세계에서는 죽은 자들을 심판대에 세워 처벌하지도, 지옥에 떨어뜨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사후세계에서 망자들은 현실 세계와 똑같이 일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사후세계를 두려운 것이 아닌 현실 세계와의 간극이 적은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죽음을 부정적이고 공포를 느껴야 하는 대상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죽음을 삶의 과정 중 일부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후세계관을 보여준다.

다만, 망자의 세계에서도 끝은 존재한다. 이는 “이승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저승에서도 먼지가 되어 사라지지”라는 헥터의 대사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헥터는 이승에 남아있는 가족 그 누구도 자신을 기억해 주지 않아 언제든지 사후세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보낸다. 이는 사후세계의 망자들에게 이승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추억해 주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망자들이 느꼈을 공포감과 불안함의 크기는 가족과 전통이 최우선으로 여겨졌던 과거에는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21세기, 현재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현재는 전통을 바쁜 현대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 방해되는 구시대적인 사고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과거에 존재하던 끈끈한 가족 간의 관계도 점차 옅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해를 거듭할수록 바쁜 현대인들의 삶 속에 차례와 같이 세상을 떠난 가족들을 기리는 풍습은 점차 사라져가고 추석과 설날 같은 연휴는 고향으로 내려가 대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문화보다는 휴가의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전통과 가족이 지니는 중요성의 퇴색은 풍습보다 음악가가 되고 싶은 꿈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미겔을 통하여 알 수 있다. 그는 망자의 날에 가족들과 함께 조상들을 기리기보다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길을 나서는데, 이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바빠 죽은 자들을 기억하는 것에 소홀해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나타낸다.

영화 코코는 전통과 개인의 꿈 중에 하나를 버리고 나머지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잊고 있지 않았는지를 스스로 물을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그들을 잊고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사후세계에서 우리의 가족 중 누군가가 사라지고 있지 않겠냐는 상상과 함께 말이다.

“날 기억해 줘. 슬픈 기타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아줘.” 이는 주인공 미겔의 증조할머니, 코코가 어릴 적에 음악가의 꿈을 위하여 떠났던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부르던 곡의 일부이다. 이 영화를 보는 모두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