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본 한 모녀의 커플 운동화.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붐비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본 한 모녀의 커플 운동화. 이자빈 사진기자

 

9월28일 오전6시12분, 졸린 눈을 비비며 명절 귀성길 고속버스에서 내렸다. 줄을 서니 4살 아이가 보인다. 시선을 내리니 보이는 모녀의 커플 운동화. 모녀가 사랑스럽기 때문인지, 오랜만에 가족 얼굴이 보고 싶어서인지 카메라를 들었다. 

집에 오니 뉴스에서 ’취업 부담에 고향 못 내려가는 20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표도 구하기 힘들고 내려가면 가족 얼굴 보기도 힘들어서….”라고 말하는 축 처진 어깨. 밀린 숙제 해나가듯 ‘처리’하기 바쁜 인생의 관문들이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을까. 10명 중 3명이 혼자 사는 대한민국, 그 많은 1인가구의 정서적 기둥은 어디에 자리 잡고 있을까.

오랜만에 친척끼리 한자리에 모였다. 길면 10년까지 얼굴을 보지 못했던 터라 어색함이 맴돌았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랬던가, 얘기하다 보니 분위기는 금방 풀렸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낯을 꽤 가리는 편이라, 쑥스러우면 웃음을 자주 짓는 편이다. 그럴 때는 꼭 입을 가리고 웃게 되는데, 3살 무렵 동네 슈퍼 가게 아주머니 앞에서도 그렇게 웃었다고 한다. 처음 보는 자리에서 말보다 웃음이 편한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됐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독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명절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일찍 일어날 때마다, 자취방 월세를 낼 때마다, 언제 집에 올 거냐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았음에 서러워했다. 꽤 수월하게 ‘서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며 남아있는 고향 냄새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뿌리를 외면한 채로, 오히려 그 뿌리를 뽑아내기를 자처했다. 

하지만 뿌리가 깊고 단단한 나무일수록 오래 살아남는 법. 열심히 커가다 힘들 때면 나를 지탱해 주는 뿌리를 내려다보자. 생각보다 많은 답이 그곳에 숨어있을 것이다. 어떤 흙을 좋아하는지, 물은 먹으며 자랐는지, 주변에 마음 맞는 나무들은 찾았는지. 잠시 아래를 내려다봤다면 이제 햇볕을 쬘 차례, 다가올 미래를 향해 힘껏 줄기를 펼쳤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