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파티 갈 거지? 그때 봐.” “너 안 와? 언제쯤 도착해? 만나서 같이 가자.”

개강을 맞이한 지 약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현시점, 학교에서 열린 행사는 족히 일곱 개가 넘었다. 신입생 환영 파티, 고향 소개하기 파티, 학생문화관 슬립오퍼 파티 등등. 각종 행사가 줄지어 이뤄졌다. 어제 뭐했어? 파 티 갔어. 오늘은 뭐해? 파티 가려고. 오, 내일 은? (장보고) 파티갈 것 같아. 물론 학기 초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한국과는 달리 파티에 ‘진심’인 학생들을 보며 경외감을 느꼈다. 파티 좋지. 하지만 파티는 주말의 산물 아니던가.

생각을 비우고자 올랐던 메체크 산 정상에서의 풍경. 도시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제공=현정민 선임기자
생각을 비우고자 올랐던 메체크 산 정상에서의 풍경. 도시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제공=현정민 선임기자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서양권의 문화는 동양권의 문화와 굉장한 차이를 보인다. 현재 필자가 거주 중인 지역은 유럽이므로 북미권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일단 이 지역의 사람들은 (대부분) 활발하고 사교적이다. 서 로를 알아가는 데 있어 가감이 없고, 새로운 사람에게 본인을 소개하는 것에 일말의 거리낌도 없달까. 사교와 인맥을 주요한 자산으로 여기는 문화이기에 그들에게는 파티가 파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방식에서부터 티가 난다. 한국인인 나는 줄곧 친구를 만나 면 어떻게 인사를 해왔나? 1. 안녕! 2. 밥 먹 었어? 3. 뭐해? ... 가장 자주 썼던 표현들이 다. 가까운 친구를 만나면 인사를 생략하고 할 말을 했던 적도 많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라면 비슷할 것이라 추정한다. 그러나 유럽 은 다르다. 먼저, 반짝이는 눈으로 상대를 바 라보며 ‘How are you?’를 물어야 한다. 대답 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교과서에서 배웠던 I’m fine은 좋은 대답이 아니다. 주로 Good혹은 Everything’s fine. 솔직해지고 싶은 날에는 Tired 내지는 Same Old Same Old로 대답한다. 상대방의 안부를 되묻는 것도 중요하다. How about you?를 거치고 나면, 드디어 인사치레가 끝난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으로, 서로를 포옹하거나 악수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는 경우도 많다. 작은 대학도시인 이곳에서 학생들이 많이 가는 술 집은 정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가면 아는 얼 굴을 만나기 마련. 친구의 친구를 만날 확률도 높다. 활짝 웃는 미소와 활발한 리액션을 어디서나 발포할 수 있게끔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탓에 적응이 쉽 지 않았다. 지금도 물론 완전히 적응을 한 상태는 아니다. 아직도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 어떻게 인사를 할지, 혹은 외국인 친구를 길 거리에서 마주쳤을 때 어떻게 대꾸할지 판단이 바로 서지 않을 때가 많다. 평소 덤덤한 성격인지라 더욱 어려운 문제로 느껴졌다. 가까운 소수의 친구들과 어울려 왔기에 더욱 힘들 었다. 아는 얼굴은 늘어나지만 ‘친한’ 사람은 없는 느낌이 들어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꼈 다. 내가 꿈꾸던 교환학생이 이런 것이었나, 하는 마음이 삽시간에 피어올랐으니까.

교환학생에 있어 성향은 생각보다도 중요한 문제다. 한 학기, 5개월 남짓의 시간은 다소 짧지만 동시에 꽤 길기 때문이다. 한 달도 최소 30일의 하루가 모여 완성된다. 작은 입 자들을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까, 나의 성향이 어떻게 여기 적용될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물론,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해서 무조건 교환학생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할 수도, 혹은 새로운 적응법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교환학생을 통해 어떤 부분을 충족하고 싶 은지 고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기대 조건이 충족되긴 어려울 것이다.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막연한 수준으로 줄 세워 보는 데 그친다면, 막상 해외에 도착해서 모든 목표들 이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교환 학생을 떠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들이지 않았나. 그 모든 투자가 무의미하다 고 느껴지는 순간이, 불시에 찾아올 수 있다는 거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것만은 이루고 가겠다’는 촘촘한 다짐이 필요하 다.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여행을 많이 하는 것도, 어학 실력을 늘리는 것도, 좋은 학점을 받아 가는 것도 모두 각자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본다.

당신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취미 활동을 찾아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창 외로 움으로 지쳤을 때 올랐던 메체크 산 정상에서의 풍경이 큰 위안이 됐을 때, 취미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꼈다.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홀로 살아가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넘어져도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를 꼭 생각해 오라. 장담컨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열매를 맛보기 위해서는 쓴 인내를 견뎌야 하고, 쓴 인내를 견디는 것이 힘에 부치는 순 간도 종종 찾아온다. 생각했던 교환학생과 다르더라도, 적응의 과정에서 마음 한편이 쓰더 라도, 잘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에도 명심하자. 그저, 당신은 지금 마음의 중심 잡기가 필요할 뿐 생각보다 잘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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