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12시 신공학관에서 화재 경보가 울렸다. 수업 중이던 이규민(컴공⋅20)씨는 교수 지도하에 밖으로 대피했다. 연기가 나지 않아 위급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학생들은 경보 소리가 끊기자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씨는 “건물을 빠져나가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실제로 불이 나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화재 경보로 대피했던 학생들은 늦은 교내 방송과 안내 직원의 부재를 지적했다. 이씨는 “화재 경보음이 울리면 우선적으로 담당 자가 나와 대피 경로를 안내해야 한다”며 담 당자의 안내가 없었던 대피 현장을 지적했 다. 그는 “학교 측 안내 방송은 화재 경보가 멈춘 지 약 15분이 지나고서야 나와 의미 없었다”고 덧붙였다. 3일 기숙사에서도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현장에서 안내하는 직원은 없었다. 3월 발생한 ECC 화재 이후 화재나 안전사고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은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오후 10시경 이하우스 304동 앞에 대피한 학생들의 모습. 제공=김나현씨
3일 오후 10시경 이하우스 304동 앞에 대피한 학생들의 모습. 제공=김나현씨

 

본교 화재 경보 시스템은

본교 관리처 안전팀에 따르면 계단, 복도, 사무실 등에 설치된 화재 감지기가 열이나 연 기를 감지하면 연동된 화재 경보 시스템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린다. 화재 감지기는 화재 발 생 시 연기나 열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방식 이다. 하지만 감지기 주변의 수증기와 먼지 등에 의해 경보가 울리기도 한다. 

안전팀은 “공학관에서 화재 경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2023년 1월부터 현재까지 2건의 화재 경보가 울렸고 각각 난방기구 가동, 습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교내 정기 소방 점검과 장비 교체 후 경보 시험을 할 때 화재 경보가 울린다”며 “이 경우에는 행정실과 협의해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밤중에도 기숙사 화재 경보 울려

3일 오후9시50분경 기숙사에서 화재 경보가 울려 학생들이 E-House(이하우스) 200동 대와 300동대 사이로 대피했다. 화재 경보음과 함께 대피하라는 자동 안내 방송이 나왔고, 밖으로 나온 사생들은 실제 화재 상황인지 살폈다. 화재가 아니라고 판단한 사생들이 다시 기숙사로 들어간 후인 오후10시10분경, 행정 실에서 오보였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하 우스 203동에 거주하는 김다애(경제⋅23)씨 는 “화재 경보가 울릴 때 짐을 풀고 있었는데 실감이 안 났다”며 “직원들이 대피를 도와주시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상황을 물어볼 사람이 없어 기숙사생들은 실시간 상황을 공유할 수 있 는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everytime.kr)에 의존했다. 이하우스 304동 에 거주하는 김나현(간호⋅23)씨는 “사생들이 기숙사로 들어간 후 행정실 방송이 나온 건 한 번뿐이었고, 제대로 듣지 못해 왜 화재 경보가 울렸는지 알 수 없었다”며 “에브리타임 기숙 사 게시판만 바라봤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 ‘나는 E-HOUSE에 산다’ 게시판에는 ‘진짜 화재야’, ‘화재 아닌 거 맞지’ 등의 게시물이 오후 9시46분부터 7분 동안 12개 올라왔다.

화재 경보 이후 기숙사 측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나현씨는 “일요일 저녁인 것을 감안해 월요일까지 상황에 대한 안내 문자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기숙사 행정실의 대처 방식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기숙사 화재 대피 교육은 기숙사 화재 대피 훈련은 4월과 10월에 한 번씩 이뤄지지만, 사생 전원 참여는 비현실적이다. 실시 중 기숙사 외부에 있는 학생들은 화재 대피 훈련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리경(건축시스템⋅20)씨는 “지난 화재 대피 훈련 때 수업이 있어 참여하지 못했다”며 “화재 대피 훈련 횟수를 늘려서 적어도 기숙사생 과반수는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재 대피 훈련에 참석해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화재 대피 훈련에 참여 한 이규원(철학⋅23)씨는 “대피 요원의 안내에 따라 기숙사 밖으로 대피한 뒤 소방관들의 설명을 들었지만, 뒷줄은 앞이 거의 보이지 않고 설명도 들리지 않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학생들은 아이하우스에도 화재 대피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021년도에 1년간 아이하우스에서 거주한 안채연(컴공⋅20)씨는 “아이하우스는 교환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기숙사이고 구조도 복잡해서 화재 시 대피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환 학생들은 본교 학생들보다 비상 상황 시에 새로운 환경인 한국에서 대처하기가 어렵고 당황스러울 것 같아 화재 대피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이하우스는 “올해 하반기에 한우리집과 함께 대피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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