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사이트 ‘밥약’의 개발팀 박세은씨, 윤지윤씨, 김태영씨(왼쪽부터). ‘밥약’은 9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현재 시범 운영 중에 있다. <strong>이승현 사진기자
웹 사이트 ‘밥약’의 개발팀 박세은씨, 윤지윤씨, 김태영씨(왼쪽부터). ‘밥약’은 9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현재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이승현 사진기자

이화인들의 밥 약속을 잡아주는 웹 사이트 ‘밥약(babyakmate.com)’이 탄생했다. 밥약은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9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화인(ewhain.net) 계정으로만 가입할 수 있기에, 외부인 걱정 없이 동문들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밥약 개발팀 박세은(패디·19)씨, 설유진(컴공·19)씨, 장효신(컴공·19)씨, 진정현(컴공·19)씨, 한수아(컴공·19)씨, 김태영(사이버·19)씨, 김민서(컴공·20)씨, 윤지윤(컴공·20)씨를 만났다.

“밥약 할 새내기 찾습니다”

3월 개강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밥 약속을 잡으려는 학생들의 게시글이 활발히 올라온다. ‘밥약’은 밥 약속의 줄임말로, 보통 선배가 후배에게 사주는 식사 약속을 말한다. 대학생활을 막 시작한 새내기가 선배나 동기와 친해지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밥약을 잡기도 한다. 밥 약속은 직장인 사이에서도 활발하다.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teamblind.com)에서는 밥 약속과 미팅을 합친 ‘밥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어디에서나 식사를 통해 관계 형성이 이뤄진다는 것을 깨달은 박씨는 식사 약속을 잡는 서비스를 고안하기 시작했다. 그는 익명의 상대와 밥 약속을 잡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신원이 보장된 이들과 안전하게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타깃 집단을 설정하려 주위를 둘러보니 여성들의 연대와 교류가 활발한 본교의 분위기를 부러워하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여자 친구들과 밥을 먹고 관계를 이어가는 게 당연했어요. 근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고등학교 동창들이 많더라고요.” 박씨는 여성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연대감과 자신이 밥을 함께 먹으며 느꼈던 따뜻한 온기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 바람은 융합콘텐츠학과 전공 수업 <콘텐츠시스템프로젝트>의 팀 과제로 이어졌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구성원은 모두 밥 한끼가 가진 연결의 힘에 공감했고, 국내 여자 대학생들의 밥 약속 플랫폼을 구상하게 됐다.

확실한 계기를 가지고 <콘텐츠시스템프로젝트> 수업에서 프로젝트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개발자가 부족했다. 본교 에브리타임 등을 통해 개발 인력을 충원해 지금의 밥약팀이 됐다.

밥약 사이트는 개발 단계서부터 이용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특히 악성 이용자를 선별하는 제도를 고안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용자들이 처한 상황 변수, 그 변수가 사이트 프로그램과 상호작용하는 과정, ◆API와 ◆프론트엔드 간의 연결. 이 모든 변수와 영향을 고민해야 했고 그 결과 ‘노쇼 리포트’ 제도가 탄생했다.

노쇼 리포트는 이용자의 신용을 보증해 밥 약속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이용자들은 밥 약속 종료 시각 15분 이후에 일괄적으로 노쇼 리포트를 받는다. 약속 참석자 과반수가 리포트에 특정인을 노쇼로 기재하면 약속 불참자로 간주되고 이는 개인의 프로필에 반영된다. 노쇼는 약속을 잡기 위해 상대 프로필에 들어갔을 때 확인할 수 있다.

밥약팀이 ‘서비스가 잘 되겠다’는 확신을 얻은 순간은 이용자들의 성원을 체감했을 때다. 하루 이용자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분석하기 위해 밥약팀은 8월12일 본교 에브리타임에 출시 예고 글을 올렸다. 32시간 동안 약 700명의 사이트 방문을 확인했다. 박씨는 “더 많은 채널에서 홍보하면 더 많은 이용자가 진입하게 될 것 같아 ‘이거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밥약팀은 이용자를 최우선시하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밥약은 반 익명 시스템을 채택했다. 반 익명 시스템은 이용자의 별명, 학과, 학번만 프로필에 기재하도록 한다. 밥약팀은 이용자의 성향을 더 잘 담아낼 수 있는 프로필을 기획 중이다.

같은 학과 학생끼리 이용하는 채널 생성도 기획 중이다. 여성만을 소비층으로 하기에 수익보다는 여성 연대라는 가치 창출에 집중했다. 여성의 안전한 밥 약속 문화를 선도하는 시발점이 되겠다는 목표로 달려 나갈 밥약팀의 행보가 기대된다.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을 매개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

◆프론트엔드: 이용자가 볼 수 있는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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