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초교·10년졸) 서울지역 초등교사
이지영(초교·10년졸) 서울지역 초등교사

13년차 초등교사. 본교 초등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초등수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중이다. 현재 이화영재원(초등수학논리영역)에서 8년째 지도교사를 맡고 있으며, 2022 개정 초등수학 검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본교 초등교육과 강의를 맡아 예비교사를 가르친다.

처음 교사가 됐을 때 언젠가 다시 모교에서 후배들을 만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올해 그 소망이 현실이 됐다. 후배들에게 배움을 나눠줄 수 있어서 그랬을까? 첫 강의가 있던 날, 이화의 교정을 내딛는 발걸음마다 떨림이 있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을 겪으며 앞으로 교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올랐는데, 이렇게 글을 쓸 기회가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중요한 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다면 ‘교사’라는 직업은 매우 특별하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교사가 ‘가르친다’고 할 때 그 영역은 학습지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런데 생활지도라는 것이 참 쉽지 않다. 교사의 교육관이나 가치관에 따라 생활지도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학급 경영방침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결국 학급을 잘 이끌어간다는 것은 우리 반 구성원 모두가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것일 텐데….

교육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있다. 행복 교육을 연구하는 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강의에서 행복을 ‘쾌족(快足)’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지금 기분이 유쾌하고, 삶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에서 만족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 강의 내용 중 ‘Feeling Happy’와 ‘Happy Life’를 구분하면서 사람들은 ‘삶의 의미와 가치로서의 행복’보다는 ‘순간적인 행복’에 치우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삶의 의미와 가치에 중점을 두게 되면, 노력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는 힘들거나 불만족스러운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들도 결과적으로는 행복한 삶으로 가는 여정이 아닐까?

교육자로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했을 때, 학생들이 ‘Happy Life’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그 길목에 선생님이 있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 바로 학교라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부족한 점은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잘못한 행동은 적절히 지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믿음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의 현실은 ‘모두의 행복’이 아닌 ‘나의 행복’이 중요하고, 개개인의 ‘순간의 행복’이 충족되지 않으면 교사가 비난받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으니 말이다.

7월의 어느 날, 어린 선생님의 비보를 전해 듣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바로 전엔 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일어나 탄원서를 써 보내는 와중이었기에 정신적 타격이 더 컸다. 그 선생님들과 일면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도 비슷한 일들을 목격한 바 있기에 ‘언제든 다음은 내가 될 수 있다’라는 공감과 연민, 더불어 불안이라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나와 비슷한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이렇게 커다란 움직임이 되지 않았을까. 하나의 불씨가 큰 움직임을 만들어 낸 것은 앞으로의 교육이 좀 더 희망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를 꿈꾸는 후배들의 마음은 어떨지 헤아리기 어렵다. 학교라는 공간은 내가 주는 에너지보다 받는 에너지와 사랑이 훨씬 더 많은 곳이다. 지금까지 교직 생활을 하면서 부족한 가운데서도 학부모의 지지와 성원, 아이들의 사랑으로 많은 힘을 얻었고, 그 힘으로 교직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나로서는 후배 교사들도 이러한 소중한 일상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작은 힘이라도 계속해서 보태고 싶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교육 현장은 거듭 변화하고 있다. 요즘은 AI나 챗 GPT가 화두에 오르면서 저경력 교사들이 더 두각을 나타낸다. 과거에는 고경력 교사들이 가르치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제는 저경력 교사들이 콘텐츠 개발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한다. 연수에서 강사로 등장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대학교 풍경도 변한 것은 마찬가지다. 예전에 그렇게 바글바글했던 복사실도 없어졌고, 학생들이 발표하는 피피티도 과거에 내가 만들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학기 강의를 하면서 ‘미래의 학교에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강의가 있는 날은 아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금은 후배들을 제자로 만나지만 곧 내가 그들에게 배우는 시간이 다가오지 않을까?

우리나라만큼 교사 역량이 뛰어난 국가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나 또한 초등생 자녀를 둔 학모로서, 지금까지 여러 선생님을 만나며 부모로서 성장할 수 있는 도움을 받아왔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지만 서로가 서로를 채워가며 둥글게 사는 것이 모두 행복한 삶으로 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학교는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앞으로 더욱 자유롭게 교육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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