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가 유독 교환학생 경쟁이 심한 것 같아요.” 김세린(철학∙19)씨는 2023학년도 1학기 홍콩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김씨 주변에는 교환학생에 지원한 동기들이 대다수였기에 자연스럽게 교환학생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김씨는 원래 영미권 국가에서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비교적 경쟁률이 낮은 국가를 선택했다. 코로나19가 완화된 이후 교환학생 지원율이 증가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영미권 대학들은 높은 학점과 토플 점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시아권 대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교환학생은 학기별로 선발 절차를 거쳐 본교와 협정을 맺은 협정교로 학생을 파견하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이다. 교환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은 본교에서도 인정되고 등록금을 본교에만 납부한다는 점 때문에 국제교류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높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주변에서 다들 가니까…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됐던 교환 프로그램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교환학생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국제처는 “코로나19 이후로 교환학생 지원 인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국제교류팀 관계자는 “코로나19 동안에는 교환 프로그램 자체를 중단한 협정교가 많아 지원 가능한 대학이 적었다”며 “2022학년도 2학기부터는 점차 지원 인원이 증가해 코로나 이전 상태로 파견 인원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코로나19가 완화되기 시작한 2022학년도 2학기가 교환학생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것 같다”며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2022학년도 2학기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한소원(중문∙19)씨 또한 “코로나 이전에 선배들이 알려준 영미권 선발 점수대보다 제가 지원했을 당시의 점수대가 더 높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본교의 교환학생 경쟁이 타교에 비해 치열하다고 말한다. 김씨는 “다른 학교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교환학생에 이 정도로 많이 지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본교는) 협정교의 수는 많지만 원하는 교환교에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서은빈(정외∙20)씨도 “다른 학교 친구들보다 동기들이 훨씬 교환학생을 많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립대신문>의 2023년 4월11일자 기사에 따르면 서울시립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설립 이래 한 번도 경쟁률이 1을 넘긴 적이 없다.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교환학생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한씨는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보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에서의 수학, 언어 공부,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을 당연시하는 분위기 또한 학생들이 교환학생을 선택하는 동기가 된다. 서씨는 “입학 후 주변 사람들이 당연히 교환학생에 가는 분위기였다"며 “교환학생에 지원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양적 평가로 과열되는 학점∙토플 경쟁 

“영미권 대학에 붙으려면 무조건 학점 4점대를 넘어야 되고 토플(TOEFL)도 110점은 넘어야 하는 느낌이었어요.”(김세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영미권 대학은 ‘학점 4점대, 토플 100점 이상'이 기본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본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지원 자격이 ​​학점 3.0/4.3 이상, 토플 72점 이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점수와 실제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점수 간 격차가 큰 것이다. 

본교의 영미권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면접이나 학업계획서를 요구하지 않고 학점과 공인어학시험 성적으로만 선발한다. 학점은 이미 확정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만족스러운 공인어학시험 성적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한씨는 교환학생 지원을 위해 3학년 여름방학을 온전히 토플 공부에 쏟았다. “두 달 동안 주말 없이 일주일 내내 토플만 4시간씩 공부했어요. 지치고 지겨웠지만 원하는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버텼죠.” 

정량적 요소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본교와 다르게 숭실대와 숙명여대는 면접과 학업계획서를 요구한다. 숭실대는 100점 만점 중 자소서와 학업계획서를 10점, 면접에 30점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 숙명여대의 경우 자기소개 및 학업계획서를 20% 반영한다. 지원서에서는 ▲지원동기 ▲학업계획 ▲발전가능성 ▲학생의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정량적 요소와 정성적 요소를 함께 평가하는 것이다. 숙명여대 국제협력팀은 “선발 시 변별력을 높이면서 정량적 요소로는 확인이 어려운 파견 동기나 목표 등의 정성적 요소를 함께 평가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ECC에 위치한 본교 국제처 사무실. <strong>김수현 기자
ECC에 위치한 본교 국제처 사무실. 김수현 기자

 과거 본교에도 영미권 교환학생 선발 절차에 면접이 포함됐으나 2014년 1학기 폐지됐다. 국제처는 이에 대해 “토플 내 스피킹 시험이 있으므로 면접을 폐지하고 토플 섹션별 점수를 반영해 인터뷰 시험을 대체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교환 선발 절차에서 정성적 요소의 도입에 대해 양가적인 의견을 보였다. 서씨는 “현재 본교의 학점 경쟁이 과열돼 있으므로 성적 이외에 다른 평가 절차가 도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또한 “정성적 요소가 다시 도입되면 학점과 토플로만 결정되는 현재의 방식보다 성적 부담이 덜할 것”이라 말했다. 다만 “교환학생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가 많다 보니 선발 과정이 현재보다 더 길어질 것 같다”며 선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절차가 복잡해질 것을 걱정했다. 한편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한씨는 “면접은 면접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기에 선정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며 “학업계획서도 다소 형식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성적 DB’부터 ‘학∙토 공유 단톡’까지

이렇게 과열된 경쟁 속에서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성적을 공유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학교에서 교환 준비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학생들끼리 공유하는 것이다.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의 ‘교환학생 벗들을 위한 게시판'이 그 예다. 김씨와 서씨, 한씨 모두 이 게시판을 드나들며 교환학생을 준비했다. 한씨는 “혼자 준비했기 때문에 게시판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엑셀로 학점과 토플 점수 반영비가 적용된 환산점수 계산기를 만들어 게시판에 공유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게시판에서는 교환교 배정 결과가 나오면 ‘성적 배정 DB’(Database) 게시글을 만들어 각자의 ▲성적 ▲언어권 ▲대학 ▲지망순위를 적는다. 

교환교 목록을 작성하기 전에 학생들끼리 학점과 토플 점수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도 있다. 일명 ‘학토방’(학점∙토플 공유방)이다. 지원 전에 성적 분포를 대략 파악해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 학토 공유방’에 참가했던 김씨는 “100명에서 200명 정도가 채팅방에 있었다”며 “채팅방에서 학점과 토플 점수를 공유해서 서로의 점수를 비교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본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국제처에서 과거 선발 성적 자료를 제공해 주면 안정권으로 내가 진짜 원하는 곳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기마다 정원과 교환교의 수가 달라져 경쟁률을 공개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학생들이 지원하면서 많이 불안해하지 않게 자료를 제공해 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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