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본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시사웹진 듀(DEW)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기사의 내용은 이대학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듀의 기사를 더 찾아보시려면 다음 주소를 클릭해 주세요. http://dew.dothome.co.kr/

 

깡마르면서도 탄탄한 몸, 최근 미디어가 MZ세대에게 제시하는 이상적인 몸의 기준이다. 멋진 몸을 위해 스스로를 가꾸는 사람들이 많아진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몸을 가꾸는 과정에서 식욕억제제까지 먹으며 건강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바디프로필이 뭐기에

바디프로필은 운동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몸매를 촬영하는 사진으로 헬스 트레이너와 보디빌딩 선수가 주로 찍어왔다. 하지만 최근 운동 열풍이 불면서 운동을 업으로 삼지 않는 일반인 MZ 세대 사이에도 바디프로필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검색데이터 분석 플랫폼 블랙위키는 2021년 6월부터 1년 동안 ‘바디프로필’ 키워드 검색량이 무려 50만 건을 넘어섰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해당 단어를 검색한 사람 중 20대는 41.9%, 30대는 28.5%로 전체 검색자의 약 70%가 MZ세대에 해당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바디프로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은 자그마치 356만 건이다.

 

#오운완, #오하운 MZ세대의 해시태그 열풍

스스로를 가꾸고 멋진 모습으로 사진을 남겨 SNS에 공유하는 것은 MZ세대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예쁜 운동복을 입고 운동한 후 인증샷을 찍어 올리며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공유하는 것이 트렌드로 굳어졌다.

인스타그램에 오하운, 오운완 해시태그를 5월 10일에 검색한 결과 #오하운은 34만개, #오운완은 565만개의 게시물로 작년 7월 검색결과(#오하운 21만개, #오운완 168만개) 대비 약 10개월 만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출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 오하운, 오운완 해시태그를 5월 10일에 검색한 결과 #오하운은 34만개, #오운완은 565만개의 게시물로 작년 7월 검색결과(#오하운 21만개, #오운완 168만개) 대비 약 10개월 만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출처= 인스타그램

 

헬스 유튜브와 바디프로필 장기 프로젝트의 인기

유튜브는 운동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건강한 운동법으로 유명한 방송인 김종국 씨의 유튜브 채널 ‘GYM종국’은 2021년 6월 채널 개설 4개월 만에 약 21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된 만큼 화제성이 크다. 2023년 5월 현재는 약 28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약 307만 구독자를 보유한 헬스 유튜버 피지컬갤러리의 바디프로필 프로젝트 ‘프로틴스101’에는 유명 유튜버와 연예인이 참여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건강해 보이는 바디프로필, 보이지 않았던 내상

MZ세대 사이에는 미의 기준이 단순한 마른 몸에서 건강하고 탄탄한 몸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MZ세대가 스포츠와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탄탄하고 건강해 보이는 바디프로필 촬영 뒤에는 식이장애라는 부작용도 따라온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몸이 좋은 유명인의 모습으로 인해 필요 이상의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하면서 섭식장애를 갖게 되는 일반인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도리어 건강을 상하게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유튜브에 바디프로필 관련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바디프로필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바디프로필 찍은 것을 후회합니다’와 같은 영상이 상단 추천 영상으로 뜨는 것을 보아도 바디프로필의 후유증을 무시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바디프로필 부작용’을 검색한 결과. 출처= 유튜브 화면 캡처
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바디프로필 부작용’을 검색한 결과. 출처= 유튜브 화면 캡처

 

바디프로필이 불러오는 식이장애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4개월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몸을 만들기 시작한다. 보통 남성은 체지방률을 5~10%, 여성은 10~15%까지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 바디프로필을 찍게 된다. 사진 촬영 준비 기간에 고강도 운동과 식단 조절을 하게 되는데 칼로리, 식사량을 과도하게 줄인 초절식 상태를 오랜 기간 유지하면서 섭식장애가 생긴다. 식욕을 강제로 제한하게 되면서 우울증, 불안증, 강박 장애와 같은 질병을 얻게 되거나 요요 현상으로 인해 오히려 바디프로필 준비 이전보다 체중이 증가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촬영 직전 체내 수분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일주일 가량 수분량을 줄일 경우 몸의 수분량을 조절하는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헬스 트레이너 박정민 씨(48)는 “바디프로필 촬영 직후 잠깐이라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이장애를 경험한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할 때는 음식을 제한하기 때문에 촬영이 끝나면 음식을 자유롭게 먹어도 된다는 마음가짐이 식이장애의 요인”이라고 밝혔다.

헬스 트레이너 홍남기 씨(31)는 바디프로필 촬영 직후 10명 중 10명이 조금이라도 식이장애를 경험하는 것을 봤다. 바디프로필은 건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요요를 비롯한 식이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이지 않은 적당한 식이조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SNS에 퍼진 마약성 식욕억제제, 10대에게까지 영향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식욕억제제의 문제도 심각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2년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약 성분인 펜타민이 포함된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은 지난 4년 동안 10억 정이나 처방됐다. 디에타민, 일명 ‘나비약’은 만 16세 미만 처방이 불가능한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지나치게 마른 몸을 동경하는 청소년 사이에서 최근 ‘나비약’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트위터에 ‘나비약’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글. 불법 거래를 통해 쉽게 약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출처= 트위터 화면 캡처
트위터에 ‘나비약’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글. 불법 거래를 통해 쉽게 약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출처= 트위터 화면 캡처

식약처에 따르면 디에타민은 적절한 체중감량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외인성 비만 환자에게 제공되는 처방약이다. 마약류 식욕억제제인 만큼 병원에서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복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비약은 부작용이 심하고, 의존성이 강해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비약의 대표적 부작용으로는 환청, 환각, 우울증, 공황장애, 정신분열, 폭력성이 보고됐다. 식약처는 2017년부터 보고된 부작용 사례가 10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SNS에서는 병원에서의 처방 없이도 불법 거래를 통해 쉽게 약을 구할 수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트위터에서 SNS 계정을 개설해 디에타민을 판매한다는 사람에게 구매 희망 메시지를 보내봤다. 연락이 닿은 판매자는 2006년생 10대 학생이었다. 해당 판매자는 그의 SNS 계정에 디에타민 복용 후기와 부작용을 작성해 놓았으며 약이 자신의 몸과 맞지 않아 판매한다고 밝혔다.

복용했을 때의 느낌을 묻자 판매자는 면역력이 확 낮아진 것을 느꼈다고 했다. 또한, 온도 변화에 민감해지고, 손떨림이 심해져서 기존에 하던 미술 활동을 못할 정도였다고도 했다. 판매자에게 구매 경로와 복용 계기를 물었더니 “복용하기만 하면 살이 급격하게 빠진다는 것이 정신병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너무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미성년자라 약을 합법적으로 구할 수 없어서 아는 언니 민증(주민등록증)을 빌려 병원에서 처방받았다”며 불법적으로 약을 얻은 사실을 밝혔다.

트위터에서 '나비약'을 판매하는 10대 판매자에게 디에타민 복용 느낌과 구매경로, 복용 계기 등을 물었다. 출처=트위터 화면 캡처
트위터에서 '나비약'을 판매하는 10대 판매자에게 디에타민 복용 느낌과 구매경로, 복용 계기 등을 물었다. 출처=트위터 화면 캡처

 

잘못된 다이어트를 노출하는 미디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유튜브에서 ‘식이장애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폭식, 거식, 먹토와 같이 식이장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콘텐츠가 다량 노출된다. 영상을 클릭했을 때 연령 제한이나 시청자에게 안내되는 경고문 하나 없었다. 폭식 후 '먹토(먹고 토하는 행위)'하는 모습을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터라 미디어가 잘못된 식습관을 향한 경계심을 풀어주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선구 교수는 식이장애의 일종인 폭식에 대해 “사회적으로는 날씬함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준다. 심리적으로는 낮은 자존감이나 자신감의 부족,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의 문제를 음식과 체중이라는 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원인”이라며 식이장애의 원인을 설명했다. 그리고 “자기 자존감의 회복과 체중 변화를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고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유빈(커미·21) 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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