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중심에 있는 통합교육을 찾다②] 홍천중학교 1학년 8반 학생들의 아름다운 '경험’

 

본 기사는 언론고시반인 미디어커리어센터(MCC) 실원들이 취재 및 작성한 것으로 이대학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음을 밝힙니다.

 

편집자주|“다운증후군을 처음 봤어요. 그게 잘못됐다면 미안해요.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 집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어서 그랬어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온 이 대사는 우리나라 통합교육의 현실을 보여준다. 비장애학생은 장애학생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한 공간에 있을 뿐, 어울려 생활하지는 못하고 있다.

교육부의 특수교육 정책은 ‘통합교육’을 기조로 삼지만, 현장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분리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통합교육의 주체인 교사, 학부모, 장애학생 그리고 비장애학생들이 더 나은 통합교육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양한 문제가 얽힌 통합교육을 이해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약 60명의 학부모, 학생, 교사, 전문가, 교육부 관계자와 인터뷰했다. 기사를 통해 발달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적극적으로 공존의 방향을 모색했던 사례들을 다뤘다. 다양한 경우들을 살펴보면서 더 나은 공존, 통합교육의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통합은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다

통합교육이 원만히 이뤄지려면 학생들이 서로 직접 부딪히면서 공존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현실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또한 공교육의 역할이다.

박승희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통합교육에 대해 “(우리) 사회는 난민, 탈북자, 이민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한다”며 “학교 교육에서부터 다양성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장애”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8년 제5차 특수교육 5개년 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이 중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통합교육 프로그램은 대표적으로 정다운학교와 장애이해교육이 있다.

교육부는 정다운학교를 지난해 114개교로 늘렸고 앞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그리고 장애이해교육을 최소 연 2회 이상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다운학교란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협력해 특수교육대상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통합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다.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 사이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정다운학교에서 이뤄진 프로그램 예시. 출처=교육부
정다운학교에서 이뤄진 프로그램 예시. 출처=교육부

하지만 여전히 물리적 통합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다운학교에서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체육놀이, 바자회, 컵 쌓기 등의 활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장애학생의 특성에 따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면 학생들은 같은 공간에 있을 뿐 함께 생활하며 교류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신현기 단국대 특수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학교생활은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이 기본"이라며 "일상적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림을 배우는 것이 학교 교육이어야 하는데 컵 쌓기(와 같은 프로그램)로는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2 특수교육운영계획에서 정다운학교 운영에 통합교육 지원교사(특수교육 순회교사)를 우선 배치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외부 강사가 특정한 날에만 하는 교육은 부족함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학교 특수교사 A씨는 이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지원해 주고 있지만 통합교육을 외부 교사가 해주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아이들을 잘 모르는 분들이 오셔서 통합교육을 주도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이천초등학교 3학년 4반 학생들이 장애이해교육 수업을 듣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이천초등학교 3학년 4반 학생들이 장애이해교육 수업을 듣고 있다.

 

장애이해교육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교사들은 일회성 프로그램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일반교사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장애이해교육에 대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영상을 틀어서 시청한다”며 장애학생이 신체장애를 극복하고 좋은 대학에 간 사례, 장애이해를 통해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이 친구가 된 사례 등을 보여준다고 답했다.

중학교 특수교사 B씨는 함께 생활하는 장애학생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인 장애 인식을 교육하는 방식을 두고 “장애학생들의 특성은 다양한데, 글이나 영상으로 배우는 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찾은 통합의 열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이 있다. 통합교육도 결국 학생이 주체가 돼야 한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일상 속에서 직접 부딪혀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홍천중학교 1학년 8반 학생들도 다운증후군인 같은 반 친구 상훈이에 대해 몰랐을 땐 서로를 오해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이해교육을 받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은 달라졌다. 가을 축제 준비를 위한 학급회의 시간, 어떤 단체복을 입을지, 무슨 부스를 운영할지에 대해 아이들이 신나게 의견을 이야기했다. 어느덧 마지막 안건만 남았다.

“어떻게 상훈이와 함께 축제에 참여할까.” 상훈이의 안전을 위해 ‘또래도우미 학생이 같이 다니자’는 의견이 가장 먼저 나왔다.

또래도우미인 승찬이는 상훈이와 수업 이동을 함께 했던 기억이 났다. 상훈이는 학교에 적응한 후부터 혼자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 했다.

“축제에서 상훈이 혼자 다니게 하자. 우리처럼 상훈이도 원하는 대로 다니고 싶을 거야!”

승찬이의 의견에 과반의 학생들이 찬성했고 대신 ‘우리 모두가 상훈이를 지켜보고 있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회의를 진행했던 학급회장 홍원이는 “(장애이해교육 전에는) 항상 옆에서 신경 써주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인식이 달라졌다”며 “상훈이는 혼자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도 많았고 소통도 잘 됐다”고 승찬이 의견에 찬성한 이유를 밝혔다.

상훈이는 축제 날 다른 반 부스도 찾아가며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축제를 즐겼다. 반 친구들은 축제를 즐기다 상훈이를 마주치면 “상훈아 뭐 하고 왔어?”라며 대화를 나눴다.

상훈이 어머니 김연경 씨(50)는 “상훈이는 상훈이대로 축제를 즐겼고 (친구들이 상훈이를 돌보기 위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다른 친구들 누구한테도 미안하지 않아도 됐다”고 전했다.

처음엔 축제 기간 상훈이를 보호할 방법을 찾기 위해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상훈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함께 생활하는 법을 찾았다.

아이들은 옆에 있는 친구를 통해 ‘다름’을 이해했다. 잡음 없는 통합이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공존을 고민하고 방법을 알아가다 보면, 작은 시도들이 모여 일상 속의 자연스러운 ‘함께’를 완성하는 데 가까워질 것이다.

노연수(불문·16), 박유빈(정외·15), 이승주(커미·16), 임유나(커미·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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