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C 주차장에 교내 이용자들이 주차하고 있다. <strong>이자빈 사진기자
ECC 주차장에 교내 이용자들이 주차하고 있다. 이자빈 사진기자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정기 주차권이 없어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할인 주차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학생도 대형 악기를 가진 음대생으로 한정돼 주차권을 이용할 수 있는 학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학부생 고려 않는 본교 주차 시스템

본교는 ECC B5층, B6층 지하주차장에 일반 주차 차량을 수용한다. 주차권은 정기 주차권과 할인 주차권의 두 가지 형태로 발급하고 있다. 정기 주차권은 기간제로 발급하는 방식이며 교직원, 연구원, 강사, 대학원생, 임산부, 장애인, 입주차량이나 공사차량 등이 그 대상이다. 교직원과 연구원, 강사는 월권 4만 원, 학기권 10만 원에, 대학원생과 임산부, 기타 차량은 월권 4만 원, 학기권 15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학부생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부생은 정기 주차권을 발급받을 수 없어 외부인과 동일하게 일일 주차권을 구매해야 한다. 입차 15분 이하는 1000원, 15분 초과 30분 이하는 2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입차 30분부터 2시간까지는 10분당 500원씩, 2시간 이후는 10분당 1000원씩 할증된다. 강의 2개를 듣기 위해 3시간 동안 주차할 경우 주차요금으로 9500원을 내야 한다. 일일 최고 요금은 4만 원이다.

행사, 납품 등 교내 업무와 관련해 주차 공간이 필요할 경우 할인 주차권이 제공된다. 이는 시간별 1회권으로 이용 가능하다. 일부 학부생에게는 할인 주차권이 제공된다. 대형 악기를 소지한 음악대학 소속 학부생이 대상이다. 할인 주차권을 신청할 수 있는 대형 악기는 ▲가야금 ▲거문고 ▲아쟁▲ 첼로▲ 더블베이스▲ 바순▲ 트럼본▲ 호른▲ 튜바에 한정된다. 대형 악기를 소지한 학생들은 연주하는 악기가 바뀔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달 주차권을 다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관현악과는 매달 25일까지, 한국음악과는 공지가 올라올 때 1주일간 신청을 받는다.

서강대와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는 전체 학부생을 대상으로 정기 주차권을 발급하고 있다. 서강대는 학기당 최대 6개월의 정기 주차를 신청할 수 있으며, 1개월에 5만7000원, 6개월에 28만5000원에 정기 주차권을 구매할 수 있다.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는 상시로 정기 주차권을 발급받을 수 있고, 1개월에 1만 원, 6개월에 4만 원으로 구매 가능하다. 서울대와 경희대는 음악대학 대형 악기 소지자에 한해 각각 학기당 8만 원, 15만 원에 정기 주차권을 발급하고 있다.

 

주차권 없는 학생들, 불만의 이유 들어봤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에서도 학부생 대상의 주차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박채원(조소·21)씨는 수업 준비물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ECC 주차장을 사용하곤 한다. 박씨는 “짧게는 5시간에서 9시간 정도 주차하고 작업량이 많은 날에는 13시간 정도 있었다”며 “남아서 실기를 한 날에는 주차요금으로 4만원 가까이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비싼 주차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조예대 학생 중에는 웃돈을 주고 음대생들의 주차권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서예슬(도예·21)씨는 “간혹 쓰다가 남은 주차할인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판매된다”며 “주차할인권 수요가 많다 보니 기간이 많이 남은 주차할인권은 더 비싸게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씨는 “학교 측에서 전공별 특성을 고려해서 주차할인 기준을 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서씨의 경우 흙을 3덩이, 4덩이씩 옮길 때도 있고, 작품 무게도 평균 30키로 정도지만 주차권이 발급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다. 서씨는 “무거운 악기를 옮기는 음대생만을 대상으로 주차할인권을 제공하는 것은 지엽적인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음대생들에게도 불만은 있다. 첼로를 전공하는 장유나(관현·21)씨는 악기가 무거워 매일 가지고 다니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악기인 첼로를 전공하기에 할인 주차권을 받을 수는 있지만 매달 신청하는 것이 번거롭고, 신청 기한을 놓치면 꼼짝없이 무거운 악기를 들고 언덕길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장씨는 “할인권을 제공한다고 해도 타교보다 비싼  가격에 매번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학부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아쉬운 심정을 밝혔다.

 

학부생은 왜 주차권을 발급받지 못하나

본교는 정기 주차권 발급 대상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총무처 총무팀은 “2023년 5월 기준, 이미 정기 주차권 대상만으로 교내 주차 수용 공간을 4배 이상 초과하는 실정”이라며 발급 대상을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할인 주차권 역시 동일한 이유로 확대 제공할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덧붙여 부족한 주차 공간에도 학부생이 정기 주차권 발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타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생들에게 주차요금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총무팀은 “본교의 주차요금은 서울 시내 소재 대학들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주차요금에는 본교에서 근무하는 주차 인력 인건비, 주차장 유지비, 운영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학생들이 내는 주차요금을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교내 학생들의 안전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총무팀은 “인근 주차장에 비해 저렴한 주차요금을 부과한다면 외부 차량의 유입이 늘어날 것이고, 캠퍼스 내 도로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무팀은 “교내 지형 및 도로 현황을 고려했을 때 ‘차 없는 캠퍼스'는 불가능하지만, 도보 이동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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