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창에 ‘무료 드라마 사이트’를 입력하면 추천 검색어에 ‘무료 드라마 사이트 추천’, ‘무료 드라마 사이트 리스트’ 등이 나온다. 추천 검색어를 따라 들어가 보면 링크가 나열된 게시글이 나오고 ‘〇〇TV 바로가기’를 누르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연결된다. 복잡한 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온라인 저작권침해와 무단이용 근절을 위해 구성된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협의체)에 따르면 2월3일 기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동영상 전체 조회수는 약 15억3800회로 웨이브, 티빙, 왓챠의 조회수를 뛰어넘었다. 반면 국내 OTT는 지난 2년간 4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OTT 업계의 불황에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등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불법 도박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고 콘텐츠 산업을 붕괴시킨다. 출처=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쿠쿠티비) 캡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불법 도박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고 콘텐츠 산업을 붕괴시킨다. 출처=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쿠쿠티비) 캡처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업계에도 순위가 있다. 최근까지 부동의 1위는 ‘누누티비’였다. 누누티비는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드라마 ‘더 글로리’(2023), 영화 ‘길복순’(2023) 등 인기 콘텐츠를 공개 즉시 스트리밍해 문제가 됐다. 월 1000만 명의 접속자를 확보하며 불법 도박 광고를 통해 최소 333억 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누누티비는 4월13일 ‘트래픽 요금 문제와 사이트 전방위 압박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알렸다.

누누티비 외에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많은 만큼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협의체에 참여 중인 MBC 법무팀 안상필 차장은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불법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기 때문에 ◆트래픽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누누티비가 정부 부처의 대응과 OTT 업계의 고소, 경찰의 수사를 통한 압박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긴 했지만 그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사이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왜 문제일까

세명대 김기태 교수(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해 “정당하게 저작물을 창작하고 유통하는 개인과 사업체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러한 침해 행위는 저작자의 창작 의욕과 사업체의 투자 의욕을 꺾어 문화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안 차장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운영비 대부분을 불법 도박 광고비에서 충당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배너를 보고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고, 배팅액을 입금하게 만드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콘텐츠 무료 이용이라는 미끼로 이용자들을 도박 사이트로 유인한다”며 “불법 도박 사이트는 돈을 더 벌게 되고 콘텐츠 업계는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 산업 구조와 같이 콘텐츠 산업도 제작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한 만큼의 수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음 투자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면 콘텐츠 업계가 무너지고 피해자는 곧 이용자 본인이 됩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보안에도 취약하다. 아이디, 비밀번호 등 이용자 개인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누누티비의 서비스 종료 이후 시즌2로 돌아왔다며 누누티비를 사칭하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를 자아냈다. 누누티비 앱이라며 설치 파일이나 웹페이지 주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랜섬웨어 등 악성코드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차장은 “사이버범죄의 수단으로 주로 이용돼 온 안드로이드 기반의 ◆APK(Android Application Package) 파일은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업데이트하며 이용자 정보를 빼낼 수 있다”며 경고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종료만으로 해결되나

국내 최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였던 누누티비는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제2, 제3의 누누티비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와의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땜질 처방이 난무했다”며 그동안의 대응 방식을 지적했다. “저작권법 개정 등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3월21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국내에 ◆캐시 서버를 설치한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사업자에게도 불법 유해정보 접속 차단의 의무를 부여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누누티비가 도미니카공화국에 서버를 둔 것처럼 주로 해외에 복제 서버를 두고 제재를 피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을 겨냥한 것이다. 복제 서버 접속 자체를 차단하기 때문에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사업자가 대부분인 CDN 업계에서 우리나라 행정력이 어디까지 강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접속자들의 콘텐츠 이용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저작권 보호 및 건전한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에 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며 교육을 통한 이용 의식 고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차장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이용이 콘텐츠 산업계와 이용자 모두를 무너지게 한다고 경고했다. “도박 사이트는 들어가지 않고 콘텐츠만 시청하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행동이 콘텐츠 가치를 떨어뜨리고 산업계를 붕괴시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트래픽: 특정 통신장치나 전송로 상에서 일정 시간 내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 전송량

◆APK(Android Application Package): 안드로이드 운영 체계에서 응용 프로그램과 미들웨어를 설치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된 파일 포맷

◆캐시 서버: 관리하는 데이터의 복사분을 축적해서 이용자가 접속하고 있는 서버에 신속하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버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대용량 콘텐츠를 다수 이용자에게 빠르게 전송하도록 세계 각지에 분산형 서버를 구축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최적화해 콘텐츠 전송 속도와 품질을 높이는 네트워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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