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불심검문을 당했다.

서울대와 지하철역을 왕복운행하는 버스 안에서였는데, 지하철의 막차를 겨우 찰만한 늦은 시간이라 버스의 승객들과 우리 일행은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른들은 학생이 아니라며 검문을 거부했고 학생답게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거부는 받아들여졌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을 때, 난 분명 위심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가슴이 뛰었다.

(왜인지는 검문을 받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난 불심검문이 명백한 불법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신념대로 행동하기엔 너무 가슴이 뛰었기에 전경의 소속을 밝히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왜 검문을 받아야 하는 지만을 물었다.

이유는 예상대로 웃겼다.

다음날 있을 집회 때문이라고 했다.

미래에 있을 집회에 참석할 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버스를 세우고 다짜고짜 신분증을 검사하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나는 학생증을 달라는 요구에 불응함으로써 검문을 거부했지만 위에서 시키는 일이니 그냥 좀 보여달라는 전경의 `떼"에 그 사람이 무슨 죄인가 싶기도 했고, 나의 검문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학생증을 보여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잠시 기다리라며 밖에 나갔다 오더니 이대생이라면 잠깐 내려가줘야 겠다는 것이 아닌가!(서울대생이 서울대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대생이 그곳에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선지 수상해 보였나 보다) 순간 나의 긴장은 극에 달했지만, 동시에 검문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의 짜증난 목소리도 함께 터져나왔다.

버스 앞머리에서는 "불심검문하지 맙시다"라며 한 서울대생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전경은 그제서야 감당할 수 없다는 듯이 알았다며 물러갔다.

집으로 동아오는 내내 그 일이 분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날 확률은 매우 높다.

이대역 내지 이대정문에서는 아직 전경이 보이지 않아 이화인은 실감나지 않을 수 있으나, 불심검문은 대학가 주변 곳곳, 바로 이웃 학교에서까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만약 이런일이 당신에게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새내기로서 만오천 이화인에게 감히 제안하건대, 불심검문엔 절대로 응하지 말자. 만약 바쁜일이 있거나 전경과의 실랑이가 귀찮다면, 최소한 왜 자신이 불심검문을 당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가 될 때까지 물어보고, 검문을 실시하는 전경의 소속과 이름 등을 알아두자. 신분증을 자신의 손으로 들어 보여주지 않고, 전경의 손에 건네주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가방 검사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고...또한 불심검문을 받는 상황이 자신에게 생기지 않더라도 만약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에게 검문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자. 그는 이미 검문 때문에 비굴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불심검문이 왜 불법인지 보여주는 법조항을 달달 외우고 있다 하더라도, 막상 전경 앞에 서면 많이 떨릴 것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하자. 간첩을 잡기 위해 온 나라가 들끓기 전까지 우리는 그 어떤 종류의 불심검문으로부터도 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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