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새 학기는 안녕하신가요?”

어느새 새 학기가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믿을 수 없이 빨리 지나갔다. 이번 한 달 동안 공강 없이 매일 학교에 갔고 2년 동안 했던 과외 수업을 그만두고 제과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으며 학보의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부 부장으로 본격적으로 일했다. 되돌아보면 새로 시작한 일들이 이리도 많다는 것이 놀랍다. 공강 없는 대면 학기에 적응하기도 아직 벅찬데, 아르바이트에 활동까지 새롭게 적응하려니 생각보다 힘든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난생처음 대상포진에 걸려서 일주일간 고생했고 대걸레를 급하게 빨다가 왼쪽 손목에 근육통이 왔으며 검지에는 빵칼에 찢어진 상처가 아무는 중이다. 지금 내 상태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일주일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너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당시 인생 처음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교에 긴장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니 설렜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낯설고 새로운 것투성이였다. 그래서 그 일주일 동안은 밤마다 울었다. 평일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숙사 침대에서 혼자 숨죽여 울었고 주말에 집에 와서는 내 방 책상 앞에서 멍때리다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이런 내 상태를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았고, 알릴 수도 없었다. 학교에 있는 주변의 친구들은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생각했고, 담임 선생님과는 아직 상담할 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더 걱정할까 봐 힘들다고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 함께 생활하는 룸메이트, 학교 선생님, 반 친구들이 잘 안 맞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환경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었고,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생활에 두렵고 힘들었다. 불현듯 ‘이 학교에서 어떻게 3년을 살아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는가? 신기하게도 그 마성의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는, 내 주변 환경이 바뀐 것도 아니고 딱히 내가 달라지려고 노력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괜찮아졌다. 사실 그 일주일 후로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다른 생각할 틈도 없었던 것 같다. 매일 수업 들으며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과제를 하고 기숙사 방에 돌아와서는 룸메이트들과 몰래 컵라면 한 젓가락 하며 소소하게 웃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느새 내가 학교에 소속돼 있었고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해 있었다.

대학교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입학했을 때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학교에 가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동기들을 만나고 대학 생활을 즐기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비대면 학기를 1년 반쯤 보냈을 때는 집에서 혼자 수업을 듣고 과제하고 줌(Zoom)으로 여러 활동들을 하는 데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다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 대면 학기가 성큼 다가왔다. 주전공보다 복수전공 강의를 더 많이 듣는 탓에 같이 수업을 들을 친구는 찾기 어려웠고 저녁 시간은 주로 학보 회의, 동아리 활동, 과외로 채워져 있어 편의점에서 한 끼를 때우기 일쑤였다. 다들 대면 학기에 들어서 활기차 보이는데 나만 이렇게 기운이 빠지나 싶었다. 평소처럼 동아리 운영진 회의를 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이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방법도, 사람들이 많은 라운지에서 혼자 밥 먹는 방법도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 나만의 하루를 바쁘게 보내며 또 그렇게 나대로 생활하고 자연스레 적응하고 있었다.

지금도 새 학기가 시작되면 여전히 잘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잘 적응하려고 고민하는 시간에 비해 그 방법은 늘 명확하지 않다. 다시 생각해보면 고등학교에 다녔던 시절도, 대학교에 다니는 지금도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건 많이 없었다. 그저 물 흐르듯 일상을 흘려보내고 나면 어느새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새 학기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당장은 나만 이방인인 것처럼 느껴지고 모든 것이 낯설어서 그만두고 싶을지라도 나의 오늘을 살아가 보자. 그렇게 하루하루를 꾹꾹 채워 담다 보면 언젠가 그 자리에서 자리 잡게 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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