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돈을 많이 썼는데 망하면..." ㄱ(수교·23)씨는 삼수 후 본교에 입학했다. ㄱ씨는 재수 후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지 못해 다시 한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도전했다.

“재수 때는 기숙재수학원 비용으로 한 달에 약 400만 원이 들었고 삼수 때는 재수종합학원을 다니면서 한 달에 300만원 정도 든 것 같아요.” 그는 매달 3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2년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ㄱ씨는 “사교육비로 인한 부담이 매우 컸다”며 “돈을 많이 들였는데 입시에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매일 했다”고 말했다. 

 

일 년에 천만 원?

N수 입시를 위한 높은 비용 부담은 ㄱ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수 후 본교 23학번으로 입학한 ㄴ씨도 재수하는 동안 학원비 1000만 원과 독서실 비용 약 150만 원이 들었다. 책값으로만 거의 150만 원, 교통비로는 80만 원이 나갔다. 재수 이후 다른 대학에 등록해 두고 입시에 다시 도전했을 때는 대학교 등록금 약 300만 원이 추가로 들었다. 여기에 1년간의 인터넷 강의 비용 75만 원과 독서실 비용 70만 원, 책값 약 60만 원도 더해졌다. 

동국대에 재학 중인 ㄷ(화생공·21)씨도 과목 수업과 전반적인 입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수종합학원에 다녔다. 학원비는 한 달에 140만 원이었고 매달 모의고사 특강이나 취약 과목 특강으로 15만 원이 추가로 들었다. ㄷ씨는 여기에 “책값 약 91만 원과 식비, 교통비를 더해 1700만 원 이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의 한 재수종합학원 홈페이지에 안내된 가격에 따르면 한 달 기준 수업료는 176만 5000원이다. 재수종합학원의 형태에서 기숙사가 추가된 기숙재수학원의 경우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합쳐 한 달 기준 354만 원이다. 경제적인 부담에 학생들은 독학재수학원을 선택하기도 한다. 독학재수학원은 각 과목의 수업을 진행하는 종합학원과 달리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바탕으로 한다. 한 달 학원비는 평균 60만 원으로 다른 재수학원보다 저렴한 편이다. 그럼에도 재수 이상 N수를 위한 사교육비는 2022년 고등학생의 한 달 평균 사교육비인 46만 원을 크게 웃돈다.

 

투자가 된 'N수'

이런 상황에서 ‘재수는 중형차 한 대를 불태우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ㄹ(약학·23)씨는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든지 비용이 정말 많이 든다”며 “재수 과정에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입시 비용이 너무 커서 부모님께 정말 죄송했어요. ‘재수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ㄴ씨도 입시를 준비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한 달에 70만원이었던 학원도 세 달을 다니고 그만뒀다. 아르바이트로 책값과 교재비를 충당했던 ㄴ씨는 “일을 해도 남는 게 없고 계속 마이너스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입시 비용을 투자 비용으로 여겼다. ㄴ씨는 경제적 부담에도 원하던 대학에 입학한다면 입시 비용은 적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용이 많이 들어) 한 달 한 달 겨우 사는 느낌이었다”며 “그래도 ‘좋은 대학만 가면 괜찮다’는 생각이 있어서 사교육비에 투자하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안나 교수(교육학과)는 이에 대해 “대학교육을 위한 비용은 기본적으로 투자”라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데 사교육이 효과적이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번 더 수능보는 학생들

높은 사교육비에도 학생들은 한 번 더 입시에 도전한다. 이유가 뭘까. 지민선(미래약학·22)씨는 “높은 학벌보다도 내 성적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ㄷ씨도 “상위권 대학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며 “(재수를)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열화된 대학구조에서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N수를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자리와 학력 수준 간의 불일치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산업의 변화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대학 졸업자 수는 늘어난 상황”이라며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명문대학의 학위로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변의 분위기도 N수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ㄷ씨는 “재수를 택한 친구들이 많아서 재수를 하기로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ㄱ씨 또한 “고등학교 친구 60명 중에서 10명 빼고는 다시 수능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N수생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2016학년도에 비해 2022학년도의 수능 응시생 수는 10만 명 이상 감소했지만, 졸업생 응시자는 양년 모두 11만 명을 상회했다. 

좋은 학벌과 높은 소득만을 성공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사회에서 수험생들은 상위권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만을 바라보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의사가 꿈이었던 ㄹ씨는 의학 분야로 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했다. “지원한 대학에 다 떨어져 버리니 재수는 반강제가 됐어요. 지금까지 이렇게 나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는데 허무하게 그 꿈을 놓아 버릴 순 없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김 교수는 높은 비용을 들여 N수를 선택하는 현 상황에 대해 “일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져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보상을 직업 선택의 최우선 가치로 하는 지금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씨는 재수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N수를 제 인생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높은 사교육비도 합리화했고 당연하게 여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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