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남짓한 짧은 영상, ‘숏폼’(short-form)이 대학생들의 집중력을 위협하고 있다. 숏폼 콘텐츠 시장은 2016년 틱톡(TikTok)을 시작으로 2021년 2월 인스타그램(Instagram) 릴스, 7월 유튜브(YouTube) 쇼츠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기업이나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숏폼을 활용하기도 한다. 숏폼 콘텐츠는 다양한 정보를 짧은 시간 내에 소비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중독을 유발하고 뇌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일상으로 스며든 숏폼 콘텐츠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박민정(정외·21)씨는 하루에 약 1~2시간은 꼭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다. 종종 숏폼을 시청하느라 밤을 새우고 후회하기도 한다. 박씨는 “다른 매체를 시청한 것에 비해 시간을 무의미하게 사용했다는 느낌에 허탈하고, 눈과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오진영(컴공·21)씨는 숏폼을 시청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감을 느꼈다. 그는 “짧은 콘텐츠라서 빠르게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고 수업을 들을 때 자꾸 휴대폰을 켜게 된다”고 말했다. 오씨는 “영상을 보고 나면 바로 다음 영상이 재생되는 형태고, 짧은 시간 내에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 중독성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숏폼 콘텐츠에 빠지는 것은 두 학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22년 6~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996~2007년생의 숏폼 콘텐츠 시청 시간은 평균적으로 평일 75.8분, 주말에는 96.2분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시간15분 이상은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다. 

숏폼 소비가 늘어난 현상에 대해 임소혜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요즘 모바일 매체가 주로 멀티태스킹의 형태로 사용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시청할 수 있는 영상이 더 많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숏폼은 서사에 몰입하는 호흡이 길지 않아 감정적인 관여도가 높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한 자극의 숏폼, 올바르게 활용해야

숏폼은 짧은 시간 내에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시청자의 관심사를 반영한 콘텐츠를 추천해 영상 시청을 부추기기도 한다. 임 교수는 “숏폼 중독은 짧은 시간 내에 자주 이용할 수 있다는 속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단시간 동안 강한 자극을 받으면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인 것이다. 그는 “숏폼은 자극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면서 자극의 정도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는 “숏폼 중독은 더욱 강력한 자극을 일으키는 것을 찾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팝콘 브레인 현상은 뇌가 디지털 기기의 자극에 익숙해져 팝콘이 터지듯이 크고 강렬한 자극만을 원하는 것을 말한다. 강력한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서 비슷한 수준의 자극에 무뎌지고, 이전보다 더욱 강렬한 자극을 주는 매체에 중독되는 것이다. 숏폼 중독으로 인해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 교수는 “더 큰 자극을 원하면서 중요한 일을 미루고 숏폼만을 지속적으로 시청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숏폼 중독으로 인해 정시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생체리듬이 무너지면서 학업 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정서적인 우울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자극을 원하면서 중요한 일을 미루고 숏폼을 시청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숏폼은 집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집중력에는 의지를 발휘해 뭔가에 몰두하는 능동적 집중력(active attention)과 자극이 강한 대상을 마주할 때 의도하지 않아도 생기는 수동적 집중력(passive attention)의 두 종류가 있다. 김 교수는 “숏폼을 시청하면 수동적 집중력이 생기는데, 이에 익숙해지면 대화나 독서할 때 사용되는 능동적 집중력을 제때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숏폼과 같은 축약된 영상매체는 정보의 파편화와 단편화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정보가 단편적이고 축약돼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사고와 통찰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숏폼을 배제할 수는 없다. 임 교수는 “숏폼 중독에서 벗어나는 핵심은 ‘자기통제(self-control)를 행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자기통제는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 욕망을 통제하고 단기적인 쾌락과 만족을 미루는 능력을 말한다. 덧붙여 “자기통제는 건강한 자아존중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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