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 오전12시. 본교 정문 근처 오피스텔촌에 위치한 전봇대 하나가 ‘펑’ 소리를 내며 터졌다. 순식간에 전기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밝았던 집이 잠깐 어두워진 순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위협의 감정이 다가왔다. 

걱정되는 마음에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의 ‘자취게시판’부터 들어갔다. 전기가 끊기면서 와이파이도 끊겨 데이터로 접속해야 했고, 아니나 다를까 다른 학생들도 무슨 일이냐며 걱정을 토해냈다. 같은 건물 입주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오픈 채팅방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왔다. 원인은 갑작스러운 폭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이런 순간에 기댈 곳은 오직 온라인 공간뿐이라는 사실이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이화여대 인근’은 현재 격변기를 겪고 있다. 본교 정문 바로 옆 이화52번가에서는 건물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다. 9일 새벽 비를 맞으며 터졌던 전봇대 바로 앞, 그리고 옆에서도 새로운 오피스텔을 짓고 있다. 낮았던 건물들은 높아져만 가고, 월세도 천장을 찌른다. 본교 인근 평균 월세는 2021년에 비해 2022년 33.7%가 올라 서울 주요 대학가 평균 월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근처 부동산 몇 곳만 둘러봐도 월세가 세 자리인 곳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그에 합당한 양질의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엔데믹에 접어들었고, 대학가와 상권은 이제 활기를 되찾았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학교에는 학생이 넘쳐나고, 식사 시간에 학교 인근에서 밥을 먹으려면 웨이팅은 기본이다. 높아진 월세도 이런 흐름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공간은 아직 ‘안전’하지 않다. 긴 팬데믹 기간 많은 인프라가 무너졌고, 길거리를 지키던 수많은 불빛이 홀연히 사라졌다.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들여다보고 다시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를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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