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현(사회·22년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생
이송현(사회·22년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생

본교 사회학과를 2022년 졸업하고 곧이어 본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해 현재 2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엄마, 로스쿨에 가보니까 법조인은 왜 똑똑해야만 하는지 알 것 같아.”

얼마 전 엄마에게 한탄하듯 한 얘기다. 대학교 학부에서의 공부는 물론 파고들면 깊이 있고 어렵지만, 열심히만 한다면 시험을 무사히 치러낼 정도는 되는 분량이었다. 리트(LEET), 자기소개서, 면접의 과정을 거쳐 겨우 입학한 자대 로스쿨은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방대한 양을, 생각보다도 더 완벽하게 소화해 내어야 좋은 성적을 거두는 곳이었다.

MBTI 검사로는 ‘파워 P’인 나는 공부를 자꾸 미룬다. 그래서 지난 학기에는 5개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시험 기간이 아닐 때도 오전9시부터 오후10시까지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시험 전날까지도 중요한 부분과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분별하는 것에 아등바등했다. 차근히 공부한 날보다는 공부가 파도가 되어 나를 쓸고 가는 듯한 날들이 더 많았다. 오죽하면 번아웃을 소재로 해서, 넓은 바다 위에 부유하는 물고기가 된 나를 상상한 시도 써봤다. 예전에는 로스쿨이 공부로 손꼽히는 학생만 선발하는 것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으나, 두 학기를 지나온 지금은 예의 그 선발 과정이 너무도 이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게 늘어놓은 푸념대로 공부가 녹록지 않다. 감당하지 못할 공부량을 회피하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일주일간 육체를 침대 위로 내던져 보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했다. 로스쿨에서 처음으로 나약한 내면을 마주하면서, 지금도 내 안의 스트레스와 무기력을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을 벗들을 위해 내가 무기력을 해결했던 방법을 나누고자 한다.

먼저 주변인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의지하는 것이다. 힘들고 답답할 때 혼자 앓기만 해서는 내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리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정의 노예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주변인과 대화하면서 어려움을 말로 표현하다 보면, 나도 몰랐던 힘든 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 덕에 과거 부모님께 의젓한 장녀이자 친구들에게 똑 부러지는 이미지였던 나는, 사실은 골골거리는 허섭스레기에 불과함이 다 들통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힘든 상황을 털어놓는 게 어려운 날엔 내 감정을 일기나 블로그 글로 기록하면서 나를 들여다보고 정리해보는 게 도움이 됐다.

다음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다. 여름 방학 중 선행학습은 고사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은 지 며칠째, 책장에 꽂혀 있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꺼냈다. 텅 빈 무기력한 세상에서 가슴에 와닿는 텍스트를 읽으니 나를 꾹꾹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와닿았던 두 문장을 소개한다.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지상의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겨우 반쯤만 현실적이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공부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버겁고 힘든 건, 어쩌면 인간으로서의 나의 존재와 스스로 살아있음을 자각하는 과정이 아닐까. 이 문장을 읽고서 ‘내가 힘든 건 그저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 나가는 중이기 때문이구나’ 하며 위로받았다. 포기하지 않고 작은 것부터 해보기나 할 용기와 무거운 짐을 이고 나갈 힘을 얻었다. 자주 읽지는 못해도 가끔 책을 펼칠 때마다 큰 울림을 얻었기에 벗들도 잠시 책에서 쉬어가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하나 고민하면서 학부 시절을 돌이켜보았다. 꿈이 많았던 나는 기자가 되고 싶어 학보사 취재기자 활동도 해보고, 선생님은 어떨까 싶어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교직 이수 과정을 신청해 선발됐고, 법조인을 동경하며 공공리더십과정 복수전공과 현장실습도 했다. 학점을 챙기려 고군분투하던 와중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늘 고민이 많았다. 지나치게 많은 일을 벌이다가 모두 놓치는 것은 아닌지, 너무 힘들지는 않을지. 그럼에도 여러 활동에 참여했던 것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활동에서 마주한 사소한 경험들로부터 내 취향을 알게 되고 진로를 다듬었기 때문이다.

다우리 활동에서 만난 멘토 언니가 로스쿨에 간 일, 학보에서 변호사를 인터뷰한 일과 같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되는 계기들을 만났다. 또 정신적으로 조금 더 성숙하고 단단해졌다. 눈앞의 할 일들에 치여 관심 있었던 활동에 도전하기를 포기했을 때는 언제나 후회가 남았다.

그렇기에 지금 학부 생활 중인 벗이라면 자신이 관심 있고 흥미를 느끼는 일에 적극 지원하고 도전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만족스러웠던 경험도, 힘들었던 일들도 모두 반짝이는 별이 되어 벗들의 은하수를 이룰 것이라 믿는다.

이송현(사회·22년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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