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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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더 이상 4050세대만의 고민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탈모증으로 진료를 받은 전체 인원 중 20~30대가 42.9%였다. 청년들의 탈모 고민이 깊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도 앞다퉈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청년 탈모 지원 정책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청년 세대를 겨냥한 틈새 공약으로 처음 등장했다. 현재는 대구시, 서울시 성동구, 충남 보령시에서 해당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4살 처음 탈모를 겪은 후 현재까지도 증상이 재발하고 있는 ㄱ(29⋅여)씨는 “우울증이 탈모를 불러온 첫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치료와 약을 시도하며 차도가 있었으나 최근 개인사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다시 탈모가 심해졌다. 약 150만 원을 지불하고 받은 탈모클리닉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ㄱ씨는 “현재는 미녹시딜을 바르고 있다”며 “약국의 절반 값인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20년 탈모증 질환 진료비는 387억 원으로, 268억 원이었던 2016년에 비해 44.4% 증가했다. 1인당 진료비 또한 2016년 12만6000원에서 2020년 16만6000원으로 31.3% 증가했다. 탈모가 비보험 질환인 것을 감안할 때 개인이 치료에 지불한 금액의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30대 청년들의 탈모 고민이 드러나면서 관련 정책도 나오고 있다. 청년 탈모 지원 정책에 대한 목소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청년선거대책위원회가 진행한 ‘경청 프로젝트’에서 처음 나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30대 남성이 “탈모약 비용 부담이 너무 커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이후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이 이재명 전 후보의 대선 공약이 됐다. 

대선 후에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청년 탈모 지원 정책이 이어졌다. 성동구는 만 39세 이하 성동 구민 중 탈모 환자에게 경구용 약제비 구매금의 50%를 연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2일부터 추진 중이다. 대구시도 2022년 말 의원입법으로 제정된 ‘대구시 청년 탈모 치료 지원 조례안’에 관련 내용을 담았다. 1년 이상 대구에 거주한 만 19~39세 청년 중 탈모증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경구용 탈모 치료제 구매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보령시는 2023년부터 탈모 환자에게 외래진료비 및 약제비를 1인당 1회,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탈모로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지자체의 청년 탈모 지원 정책은 희소식이다. ㄱ씨는 “젊은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성 탈모가 많고 자주 재발한다고 느꼈다”며 “지자체의 정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의회 차원에서 청년 탈모 지원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있다. 3일 열린 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국민의힘 김영철 의원은 “청년들이 많이 겪고 있는 여드름, 치아교정, 라식, 스트레스 등의 질병도 모두 의료보험 비급여 대상”이라며 “탈모증만 지원해주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탈모는 현재 질환이라기보다 미용으로 분류가 돼 탈모치료는 부가가치세까지 내고 있다”며 “다른 위중한 질환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만 지원한다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도 이 전 후보의 공약 발표 당시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건보공단 재정을 ‘생색내기’ 용도로 사용하면서 중증 환자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년 탈모 지원 정책을 두고 벌어진 갑론을박에 대해 중앙대 최영 교수(사회복지학부)는 “사회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나 욕구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것이 사회복지”라며 운을 뗐다. 그는 “외모도 스펙의 하나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극심한 취업경쟁으로 인해, 청년세대에게  탈모 또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적 환경이 지속된다면, 이를 개인차원에서 해결할 수 어려울 수 있고 사회 문제화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현재는 사회적 지원 대상이 된 아이 돌봄, 노인 부양 등 문제들도 이전에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었다"며 이후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돌봄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확산되면서 사회 제도화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청년 탈모 문제가 어느 정도로  청년의 삶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다각도로 함께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제도화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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