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대 학생카페 U1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학교 소속 카페로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한다.<strong>김해인 선임기자
사회대 학생카페 U1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학교 소속 카페로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판매한다. 김해인 선임기자

매주 월요일 아침 9시 반, 나는 사회대 학생 카페 U1으로 출근한다. 사회대 지하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가 먼저 기본 블랙커피를 내린 뒤, 테이크아웃 커피잔들을 미리 꺼내놓는다. 10시가 되면 사회대 학생들이 한두 명씩, 가끔은 우르르 들어와서 커피를 주문한다. 아직 노르웨이어가 서툰 나는 영어로 주문을 받고 라떼면 라떼, 블랙커피면 블랙커피를 준비한 뒤 계산을 돕는다.

카페 오픈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이 일을 오슬로 시내 카페에서 한다면 시급이 족히 삼만 원은 될 것이다. 하지만 내 시급은 0원이다. 학생카페의 인턴으로, 무료로 봉사하고 있다.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매일 무료 블랙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것, 그리고 모든 카페 메뉴의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현재 난 기쁘게 일하고 있다. 인턴들을 위한 행사에서 무료로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인턴 활동 자체가 친구를 사귀는 좋은 기회가 되기에 노르웨이 현지 학생과 국제 학생 모두 많이들 지원해서 일한다.

하지만 이같은 이유를 제외하고서라도 내가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이가 학생복지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학생카페가 봉사 학생, 여기서 칭하는 인턴을 쓰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커피를 싸게 팔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우스갯소리로 ‘카페인 수혈’이라는 말을 하듯이 이곳 노르웨이 학생들도 커피를 많이 마신다.

노르웨이는 인건비가 비싸다. 그래서 이 학생카페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원가 정도만 받고 학생들에게 커피를 파는 것이다. 시내에 있는 카페에 가면 7000원은 내야 카페 라떼 한 잔을 마실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3000원이면 마실 수 있다. 인턴이라면 반값이니 1500원이다. 풀타임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커피값도 부담이 되기에 이런 식으로 학생들을 지원한다. 한국에서도 라떼 한 잔에 4000원 정도 하니 학생카페는 꽤 싼 가격이다.

이 학생카페뿐만이 아니다. 노르웨이에는 자국민 대학생들을 위한 복지시스템이 정말 잘 정비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로네카센(Lånekassen)이라는 학자금 대출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노르웨이는 대학 학비가 무료이다. 그렇기에 생활비 지원이 주목적이라고 보면 된다.

방학인 7월을 제외하고 일 년간 매달 100만 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 학기가 시작하는 1월과 8월에는 새 학기에 필요한 교재와 준비물들을 위해 약 280만 원을 추가로 받는다. 말은 대출이지만 매 학기 정해진 학점을 잘 이수하고 부모에게 독립하여 살고 있다는 조건을 갖춘다면 졸업 후 대출금의 40%는 장학금으로 전환된다. 나머지 돈은 2% 정도의 낮은 이자율로 20년간 갚으면 된다.

이 외에도 시오(SiO)라는 학생조합이 주거, 의료서비스, 운동 등 다양한 방면으로 학생들의 생활을 돕는다. 집값이 비싼 오슬로에서 집을 구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조금 더 싼 월세의 학생주거단지를 제공하고, 친목 도모 혹은 색다른 체험을 위한 무료 이벤트 역시 다양하게 마련한다.

나 역시 시오의 지원을 톡톡히 받고 있다. 학생주거단지 중의 하나인 송(Sogn) 기숙사에서 살고 있고 실내수영장이 있는 체육관을 매달 3만 원 정도의 학생가격으로 이용하고 있다. 체육관에 가서는 헬스장을 이용해 개인 운동을 할 수도 있고 다양한 그룹 트레이닝 수업도 들을 수 있다. 원래는 꽤 비싼 돈을 주고 가야 하는 사우나와 놀이동산도 시오에서 연 이벤트로 친구들과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

학비 무료에, 생활비 지원, 사교활동을 위한 이벤트까지, 노르웨이에서는 그야말로 학생은 공부만 하면 된다. 반면 한국 대학생들은 돈 때문에 걱정이 많다. 만만치 않은 대학 등록금에, 집이 멀면 통학 비용, 혹은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하느라 월세까지. 최근 개강 철을 맞으며 치솟는 물가와 난방비, 월세로 대학생들이 울상이라는 기사가 한가득이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 없어 휴학을 하고 돈을 모으는 학생들도 많다.

노르웨이에서는 모든 학생이 비슷한 경제력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 학자금 대출은 고스란히 자신의 빚이 되지만, 그걸 부담스럽게 여기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고, 세금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자신이 받은 기회를 넘겨준다. 당장 노르웨이의 복지를 따라가자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한국 학생들도 사회의 도움을 받아 더 맘 편하게 공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평등한 교육의 선순환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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