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새학기가 돌아왔습니다. 캠퍼스에 흐르는 빗방울 하나, 바람 한 자락에도 봄기운이 풍깁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개강은 어땠나요? 처음 듣는 수업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모르는 얼굴들을 잔뜩 마주하는 봄날이었으리라 여깁니다.

우리는 살면서 모르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게 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이들을 만나 관계를 맺고, 서로의 마음에 저마다의 크기로 자리잡습니다. 두 세계의 조우입니다. 저 또한 이화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게 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제가 평생 동안 모르는 채 사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을 겁니다. 아는 것이 생길 때마다 한편으론 무지의 크기를 실감하는 매일입니다.

올해 겨울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을 훨씬 많이 만났습니다. 해외취재를 하겠다고 북유럽을 누비고, 유럽에서 돌아오자마자 지인 2명과 뜻이 맞아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난생처음 발 디딘 곳에서 긴장한 이방인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도 더러 있었습니다. 덴마크에서 만난 한 취재원에게는 저녁을 대접받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집까지 찾아간 한국인 둘 앞에 양배추 볶음과 빵, 감자 수프를 만들어 내왔습니다. 덴마크에서도 ‘파’를 가리키는 말에 ‘P’발음이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들어 보니 발음이 비슷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다르다고 여긴 세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접점을 발견한 순간이었습니다.

마감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10편에서 20편의 기사가 제 손을 거쳐갑니다. 그동안 저는 학보실 책상에 앉아 2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형태를 가진 삶도 있구나, 알게 됩니다. 이번 1656호에는 특히 ‘모르는 사람들’의 비중이 큽니다. 논밭상점과 밭멍이라는 농촌 공동체를 경영하는 청년들, 공익인권 변호사였다가 책방지기가 된 사람, 교수 성폭력 문제에 분노해 시위한 사람. 이들은 이화인이 아닙니다. 저희 이대학보 기자들이 각자 이유를 갖고 발굴한 취재원들입니다.

취재원을 선정하는 것은 독자들이 누구를 만날 것인지, 어떤 세계를 발견하도록 도울 것인지 선택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이대학보의 단독 취재원들은 비슷했습니다. 동문이라서, 동문인 데다 빛나는 성과까지 이루었기 때문에 기사에 실릴 가치가 있는 사람들. 하지만 이대학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동문의 성공기’만으로 한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학보 그 이상이라는 슬로건처럼 더 많은 이유를 찾아,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을 발견하고 이대학보 독자분들께 소개하고 싶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삶은 있어도, 알 필요가 없는 삶이란 없습니다. 나와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고 배울 점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기자들은 매주 기획안을 쓸 때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뭔지, 이 사람을 학보에 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지 고민합니다. 한정된 지면에서 독자 여러분께 알찬 읽을거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대학보 기자들의 치열한 고민을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모르는 이들과의 마주침을 두려워하는 대신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학보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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