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노르웨이 오슬로대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김해인 선임기자가 2023-1학기 '노르웨이에서 행복을 묻다' 칼럼을 제작기간 중 격주로 연재합니다. 노르웨이에서의 행복을 담은 일상의 순간을 전합니다.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오슬로 학생들. 많은 경우 직접 싸 온 점심을 먹는다. <strong>김해인 선임기자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오슬로 학생들. 많은 경우 직접 싸 온 점심을 먹는다. 김해인 선임기자

노르웨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연어, 순록, 겨울왕국, 그리고 비싼 물가. 노르웨이는 북유럽 중에서도 가장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나라다. 맥도날드 빅맥버거 약 12000원, 버블티 한 잔 약 9000원, 커피 한 잔 8000원, 맥주 한 잔 12000원, 담배 한 갑 15000원 정도이며, 패스트푸드점이 아닌 번듯한 식당에서 밥 한 번 먹으려면 인당 삼만원은 훌쩍 넘는다. 이 곳에 온 지도 6개월, 외식은 딱 2번 했다. 그래도 너무 안쓰러워하지는 말길. 맥도날드는 5번 정도 갔으니까.

친구들은 도대체 이렇게 비싸면 어떻게 사느냐고 묻는다. 외식은 하지 않고 밥은 대부분 만들어 먹는다. 학교를 갈 때 점심은 싸간다. 마트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싼 수준이다. 18알 들은 계란 한 판이 7천원, 식빵 5천원, 애호박 3천원 정도니 한끼 한끼 만들어 먹으면 식비를 아낄 수 있다.

교환학생인 나만 그런 건가 싶지만 노르웨이 현지 사람들도 비슷하게 산다. 이들도 물가가 비싼 것을 인정하며 외식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점심시간 즈음 캠퍼스 내 학생카페에 가면 학생들은 대부분 직접 싸 온 점심을 먹고 있다. 카페 내에 누구나 쓸 수 있는 토스트그릴기와 전자레인지가 있어 샌드위치를 구워먹거나 집에서 만들어온 파스타를 데워 점심을 때운다.

비싸다는 말이 음식에만 해당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통신비도 싸지 않고, 학용품이나 전자제품, 가구 등 전반적인 물가가 모두 비싼 편이다. 그래서 오슬로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방에 있는 것이 별로 없어 걱정이었다. 방에는 침대와 책상, 의자가 있었다. 이불, 램프, 쓰레기통 등이 필요했고 침대 옆에 둘 작은 탁자와 수납장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얼마나 머물 거라고 이 모든 걸 사기는 돈이 아까웠다. 그렇다고 없으니 불편했다.

그때 옆방에 사는 노르웨이 친구와 대화를 하던 중 ‘핀(Finn.no)’이라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노르웨이어로 ‘찾다’라는 뜻인 핀(Finn)은 한국의 당근마켓과 같은 개인 직거래 중고물품 어플리케이션이다. 사용자가 사이트에 물건을 팔려고 올리면 다른 사용자가 연락을 해 물건을 받으러 가면 된다.

작은 탁자와 수납장을 구해보리라 결심하고 앱을 둘러보았다. 가구이니만큼 적당히 싼 가격에 올라온 것들로 고르려 했는데 가구조차 무료로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이 난 나는 앱 알림을 켜두고 원하는 물건이 올라오면 연락해 쪼르르 달려나갔다. 그렇게 작은 탁상과 수납장, 그리고 전자레인지까지 무료로 구해올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벼룩시장이 자주 열린다. 특히 학기가 시작하는 8월이나 1월에는 초등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 등에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한 벼룩시장 행사를 연다. 학생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기부받은 물품을 싸게 팔아 돈을 작게나마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벼룩시장에 가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눈에 불을 켜고 시장을 휩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노르웨이는 물가가 비싼 만큼 기본임금이 매우 높은 나라다. 이 나라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악명높은 물가도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노르웨이인들의 이러한 생활방식은 단순한 절약만을 위한 것이 아닌 습관임을 점점 느끼게 됐다.

북유럽에 교환학생을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행복 때문이었다. 북유럽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말이 부풀려진 소문인지 사실인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고, 사실이라면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만큼 외식을 자주 하지 못하고 그만큼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지도 못한다. 친구들과 카페에 놀러 가 버블티를 먹거나 케이크를 먹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남과 비교하면서 불행해진다. 다 같이 점심을 싸 오니 친구가 비싼 밥을 사 먹는다고 부러워할 일이 없다. 도시락을 싸 오는 일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놀다가도 저녁 시간이 되면 다들 집으로 가서 밥을 먹는다. 벼룩시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하며 비싼 비용 들이지 않고도 방을 꾸미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과시하지 않고 검소하게, 부지런히 일상을 챙기는 노르웨이인들의 일상에서 행복의 실마리를 하나 찾은 것 같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