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1월12일부터 10일간 미국 뉴욕주 레이크 플래시드(Lake Placid)에서 제31회 세계대학경기대회가 개최됐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서 주최하는 세계대학경기대회는 올림픽 다음으로 큰 규모의 국제스포츠종합경기대회다. 대학이나 그에 준하는 교육기관에 재학 중이거나, 전년도에 학위 또는 졸업장을 취득한 18~25세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전 세계 도시에서 열리며 개최 도시에서 조직위원회를 출범한다. 세계 대학생들의 종합스포츠 축제를 주관하는 이들은 경기장 뒤에 있다. 실무 현장으로 파견된 김민주(국제·19), 양서연(체육·22년졸), 주하연(체육·21)씨를 만났다.

 

레이크 플래시드로 가다

호수의 물결을 따라 반사된 빛이 반짝이는 마을, 레이크 플래시드. 김민주, 양서연, 주하연씨는 2022년 12월28일 이곳에 첫발을 디뎠다. 이들은 한 달간 제31회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다. 이들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한 2022 국제스포츠인재양성교육의 직무집중과정에서 우수교육생으로 선발돼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인턴십 기회를 얻었다.

세계대학경기대회는 약 46개국에서 2500명의 대학생이 참가하는 종합스포츠축제로 2년에 한 번 열린다. 대한민국에서는 최민정, 이준서, 이예림 선수를 비롯한 선수 85명이 참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컬링 ▲노르딕 복합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빙상 종목에서 86개 경기가 진행됐다.

선수들이 경기를 잘 치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데는 조직위원회 인턴들의 노고가 한몫했다. 주씨는 선수촌 관리 부서에 배정돼 약 600명의 선수들이 현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선수들의 방 배정, 샴푸 등 소모품 배급, 시설 수리 접수를 담당했다. 김씨가 배정된 대표단 서비스 부서는 대표단과 조직위원회 사이의 의사소통을 도왔다. 김씨는 대표 단장 회의 등 일정이나 대회 중 발생하는 정보를 공지하고 선수들의 문의 사항을 받아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양씨는 프로토콜 및 대외관계 부서에서 옵저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observer program coordinator)로 일했다. 옵저버 프로그램은 대회 개최 예정인 도시의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방문해 대회 진행을 관찰하는 지식 전달 프로그램이다. 양씨는 관계자와 함께 대회 현장을 둘러보며 경기 중 점수 표시판이 어떻게 뜨는지, 선수촌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 대회를 구성하는 요소를 살폈다.

김민주씨(가운데)와 주하연씨(맨 앞줄 왼쪽)가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동료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제공=김민주씨
김민주씨(가운데)와 주하연씨(맨 앞줄 왼쪽)가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동료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제공=김민주씨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인턴 생활에서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묻자 주씨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답했다. 선수촌 현장은 실전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세심한 인수인계를 받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주씨는 업무 파악에 주체적으로 임했다. 업무 파악에 필요한 서류를 선임에게 먼저 요청하는 등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양씨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는 여유 시간을 활용해 다른 업무를 익히는 데에도 힘썼다. 조직위원회가 하는 일과 관련해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틈틈이 쌓아올린 지식은 그만의 독자성을 만들어냈다. “선수단과 단장의 출발 및 도착 업무를 맡은 팀원이 병가를 내서 담당자를 새로 찾아야 했어요. 저만 업무를 알고 있어서 적임자로 지정됐죠.” 휴일 오전 숙소에 있던 양씨는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며 일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양씨는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업무 지식을 가졌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현장의 묘미는 배정된 업무 외에도 직접 할 일을 찾아나서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씨는 “현장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면 그곳의 인연으로 다른 대회로 연결되는 길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빛난 대처 능력

위기 대처 능력은 조직위원회 업무의 핵심이다. 김씨는 “폐막식이 끝난 뒤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폐막식 이후 선수촌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김씨는 한 오스트리아 스키점프 선수를 다급하게 찾는 전화를 받았다. 해당 선수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50분 안에 선수촌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버스를 타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수송 수단을 다시 찾아야 했다.

전화를 받은 김씨는 해당 선수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버스를 갈아타 공항으로 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빠르게 짐의 위치를 파악하고 동선을 안내한 덕에 오스트리아 선수는 제시간에 버스에 탈 수 있었다.

김씨는 조직위원회 생활을 통해 도전정신을 길렀고 변수를 즐기게 됐다. 김씨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게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부분”이라며 “이 점에서 국제대회의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턴십에) 가기 전에는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해내고 나니 자신감과 용기가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대회를 주관하는 것의 또 다른 매력은 스포츠 경기의 현장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씨는 경기를 볼 때 느끼는 설렘과 긴장을 매력으로 꼽았다. “한 사람이 몇 년간 연습한 것을 쏟아내는 경기를 보는 게 재밌죠.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