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1일 ECC 이삼봉홀에서 ‘제8회 이화 에크리’가 개최됐다. 제공=홍보실
10월11일 ECC 이삼봉홀에서 ‘제8회 이화 에크리’가 개최됐다. 제공=홍보실

 

이화의 글쟁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0월11일 ECC 이삼봉홀에서 제8회 이화 에크리(에크리)가 개최된 것이다. 이화 에크리는 학생들의 성찰적 사유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진행되는 글쓰기 대회로 필독 도서 5권 중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쓰는 서평 부문과 청년·교류·희망을 주제로 수기를 작성하는 나눔 수기 부문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에크리는 서평 부문 92명, 나눔 수기 부문 36명이 참여했다.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인 이번 행사에서 수상을 거머쥔 이화의 글쟁이들, 서평 부문 1등 김혜준(생명과학·18), 2등 신소연(호크마·22), 조민재(컴공·18), 나눔 수기 부문 1등 김세연(경제·19)씨를 만나봤다.

 

이화 에크리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세연: 평소에도 블로그에 순간의 생각이나 느낀 점을 꾸준히 쓰는 등 글쓰기를 좋아해서 에크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2021년에 서평 부문 에크리에 참여했지만 수상하지 못했죠. 그런데 1년 동안 수업에서 여러 편의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으며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지게 돼 대회에 참가할 용기를 찾았어요.

소연: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에크리를 추천해주시길래 참여했어요. 평소에 글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통학 시간에 틈틈이 독서를 할 만큼 책을 좋아해요. 수업 중에 읽었던 책이 에크리 서평 목록에 있길래 참여하게 됐어요.

민재: 평소 책이나 웹소설 읽기를 좋아해서 에크리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요. 공대생이다 보니 인문학적 글쓰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인문학적으로 사유하고 글 쓰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해서 참여했습니다.

혜준: 저 역시 독서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서 새내기 때 에크리를 접하고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에크리에 참여했죠.

 

평소에도 책을 읽고 글을 자주 쓰시나요?

세연: 수업이나 스터디에서 읽어야 하는 책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10편의 논문과 2~3권의 책을 읽어요. 학기 중에는 주로 학술적인 책을 많이 읽죠. 책을 읽다 보면 몰랐던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머릿속 사유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블로그에 생각들을 자주 기록하는데 그렇게 정제된 언어로 글을 쓰고 나면 평화로운 마음이 들어서 꾸준히 글을 쓰죠.

소연: 지하철로 통학하는 40분 동안 전자책을 틈틈이 읽어요. 못해도 한 달에 한 권은 읽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주로 소설을 많이 읽는데, 그렇게 책을 읽을 때면 글에 빠져들어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어요. 책을 읽은 후에는 완결성 있는 긴 글을 쓰기보다는 책 구절과 감상을 간단히 메모해요.

민재: 저는 긴 호흡으로 책을 읽는 편이라 한 달에 한 권을 꼼꼼하게 읽어요. 매일 책을 읽지만 여러 가지 책을 한 번에 번갈아 가며 읽어서 머리를 자주 환기하죠. 여러 권을 읽기 때문에 꼼꼼하게 기록하면서 읽게 되고, 그러다 보니 기억도 오래 남아요. 저도 완결된 긴 글을 쓰기보다는 왜 이 문장이 좋았는지 곱씹어보며 짧은 감상을 매일 남겨 놓아요.

혜준: 한 달에 2권 정도 책을 읽어요. 독서는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통로예요. 저와 전혀 다른 타인의 세계를 경험하며 제 세계가 확장되는 것 같아서요. 그러다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나거나,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고 싶을 때,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싶을 때마다 글을 써요. 일주일에 2번은 꼭 글을 쓰는 편이죠.

 

제8회 이화 에크리 현장 모습. 제공=홍보실
제8회 이화 에크리 현장 모습. 제공=홍보실

 

나만의 독서 방법이 있나요?

세연: 책을 더럽게 읽어요. 더러워질 때까지 밑줄을 긋고 책 귀퉁이에 의문점을 써놓으면 책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많이 되죠. 평소 비판적 시선으로 책에 꾸준히 질문을 던지며 책과 소통하는 편이에요. 비판적으로 읽지 않으면 사상에 쉽게 경도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또 예전에는 글이 이해될 때까지 정독했는데 최근에는 다 읽은 후에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으로 돌아가서 맥락을 이해하려고 해요.

소연: 책 구절 중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 있다면 메모와 함께 감상을 덧붙여요. 그중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긴 호흡의 글을 써보기도 하고요. 틈틈이 글을 읽다 보면 책을 읽는 호흡이 끊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다시 돌아가서 (내용을) 복기하는 편이에요. 책을 읽는 과정에서 채워진 메모장을 볼 때면 아주 뿌듯해요.

민재: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책 끄트머리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책을 다 읽은 후 메모장에 기록해요. 좋은 문장을 읽었을 때 감상이 풍부해지는 편이라 책 전체를 소화하면서도 의미 있는 문장을 찾기도 해요. 또 모르는 단어가 생기면 사전에 검색해서 단어장을 만드는 편이에요. 생각보다 제가 정확한 뜻을 모르는 단어가 많더라고요. 그렇게 단어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사용하는 언어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혜준: 저는 한 번에 한 권의 책을 집중해서 정독하는 스타일이에요. 읽으면서 인상적이거나 공감되는 부분은 형광펜으로 밑줄 치고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둔 다음 다시 읽어봐요. 특히 책을 읽다가 의문이 생기거나 이해가 잘되지 않는 부분은 반복해서 읽으며 의미를 곱씹는 편이에요. 생소한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 뜻을 책에 적어두기도 해요. 또, 하나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중요한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해두면 흐름을 놓치지 않죠.

 

에크리 수상자로서 글쓰기 팁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세연: 나눔 수기의 경우, 주제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일상적 소재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글을 쓸 때 첫 문단에는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문장을 썼어요. 단 순 서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주장을 지지해줄 수 있는 뉴스 통계나 학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고요. 또 두괄식으로 작성하되 문장이 길어지지 않도록 쓰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소연: 메모에 적어놨던 짧은 문장들을 매끄럽게 이어가려고 노력했어요. 글을 쓴 후에 다시 읽었을 때 독자에게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 것 같으면 내 생각과 비슷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수정했어요. 현장에서 이면지에 미리 써보고 종이에 다시 쓰면서 방향을 수정했어요.

민재: 서평은 갖춰야 할 요소가 있는 형식이 있는 글이잖아요. 그래서 의미 없는 문장이 없도록, 글의 흐름이 논리적이고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특히 서평은 평소 사유가 글에 반영돼요. 그래서 제가 받은 느낌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사유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또 감상하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쓰려고 노력했죠.

혜준: 서평은 감상문과 달리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글이에요. 그래서 우선,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정리하고 책의 주요 부분을 활용해서 그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어요. 책의 주요 구절과 현대 사회 현상을 연결지어 설명함으로써 책의 가치와 시의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평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자기 삶과 책을 보다 쉽게 연결지어 생각하면서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길 바라며 썼어요.

 

삶에서 독서와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세연: 독서가 설탕이라면 글쓰기는 솜사탕이에요. 독서 없이 살아갈 수는 있지만 몽실몽실하고 즐거운 걸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제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의 원천에는 독서가 있기에 독서는 설탕, 글쓰기와 삶은 솜사탕이라고 생각해요. 내년 2월에는 한 달 동안 중앙도서관에서 책에 빠져 살려고요.

소연: 글쓰기는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해요. 말보다는 글을 통해서 제 생각을 온전하게 표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에크리에 참여해서 세 시간 동안 집중해 글을 쓰는데 문득 ‘내가 글 쓰는 걸 좋아하는구나!’ 깨달았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쓰고 싶어요.

민재: 글쓰기는 영업 정신이라 생각해요. 좋은 글쓰기의 동력이 독서고요. 좋은 책, 좋은 구절을 읽고 제가 느낀 감정을 최대치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쓰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고 제가 본 것 같이 즐겁게 봐주면 뿌듯할 것 같아요. 앞으로는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글을 써나가고 싶어요.

혜준: 저에게 독서란 무지개예요. 일곱 가지 빛이 조화를 이룬 무지개가 하늘을 아름답게 만들 듯 독서는 제 삶을 다채롭게 만들거든요. 요즘 인턴으로 예전보다 책을 많이 읽지 못했는데 에크리를 준비하며 책 읽고 글을 쓸 때 제가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앞으로는 요즘 드는 생각과 감정들을 조금씩 글로 써가며 스스로를 북돋아 주 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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