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 대표적인 IT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을 합친 단어다. IT기업은 원격근무제와 주32시간제 등 유연한 근로환경과 높은 연봉으로 최근 대학생이 선호하는 직군 중 하나가 됐다. 이 흐름에 따라 본교에도 개발자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본지는 이화의 개발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뤄낸 게임 개발

‘네이버웹툰 게임챌린지’ 공모전에서 ‘귀전구담:귀빈’ 게임을 제작한 '엘더라인'  박성빈 사진기자
‘네이버웹툰 게임챌린지’ 공모전에서 ‘귀전구담:귀빈’ 게임을 제작한 '엘더라인' 박성빈 사진기자

게임 제작 경력이 없는 학부생들이 공모전 ‘네이버웹툰 게임챌린지’를 계기로 모여 게임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은 공모전에서 ‘귀전구담:귀빈’이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네이버웹툰 ‘귀전구담’에 나오는 귀신 캐릭터가 장애물을 헤쳐 나가며 총 6개의 스테이지를 통과하는 게임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에서 현업자 없이 학생들끼리 게임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팀 ‘엘더라인’은 기획팀 2명, 코더팀 2명, 아트팀 3명, 사운더팀 2명으로 구성됐다. 기획팀은 스토리나 시스템 등 게임의 전반적인 부분을 기획했다. 코더팀은 게임 프로그램에 대한 코드를 짜는 역할을 한다. 아트팀은 게임에 사용되는 캐릭터와 배경 일러스트를, 사운더팀은 bgm과 효과음을 작업했다.

이들은 팀 결성 후 2년 뒤 게임 ‘귀전구담:귀빈’을 출시했다. 본래 예정된 출시 시점은 2021년이었지만, 예상보다 미뤄져 2022년 6월에 출시했다. 게임 제작 경험이 없는 학부생들로만 구성돼 있어 협력에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이다. 코더팀 정다소(컴공·20)씨는 “처음에는 팀끼리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파일 이름과 형식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소통 체계가 잘 구축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각 팀별로 업무처리 방법을 체계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팀에 맞는 소통 방법을 찾아나갔다. 메타버스(Metevarse) 플랫폼 ‘게더타운’이 그것이다. 게더타운은 마치 게임을 하듯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화상회의 매체다. 두인경(작곡·21년졸)씨는 “실제 게더타운으로 사무실처럼 기획, 코더, 아트, 사운더 팀별로 방을 만들었는데, 용무가 있을 때는 다른 팀 방에 접속해 메모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소통에 제약이 있었던 상황에서도 지루하지 않게 소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년 동안 게임을 제작하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한 데는 ◆PM(Project Manager)을 담당한 정씨의 공이 컸다. 게임 코드 개발 업무만 맡았던 정씨가 팀 프로젝트가 무산될 뻔했던 순간에 PM이라는 리더 역할을 자처하고, 팀원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사기를 불어넣어 준 것이다. 팀원 모두 열정적인 정씨의 모습을 보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정씨는 “다른 팀에서 작업한 음원이나 디자인을 게임에 구현해야 하는 코더팀에 속해 있었기에 프로젝트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며 “어떻게든 이 게임을 완성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PM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팀원에게 프로젝트를 정해진 날짜에 끝낼 수 있도록 스케줄을 정리하고 공유했다. 매주 게임을 임시로 실행해보는 테스트 일정도 계획해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쳤다.

 

개발부터 작곡까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게임

게임 디자인을 작업하며 이씨가 그린 그림. <strong>제공=이재니씨
게임 디자인을 작업하며 이씨가 그린 그림. 제공=이재니씨

이재니(사회·18)씨는 ‘DR3AMy’라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가상 세계 속에서 몰입해 현실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평소에도 게임을 즐겨 했던 그는 이제 자신만의 게임을 직접 만들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나만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그의 소망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씨의 게임은 2023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씨는 여러 전문가와 협업해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해보자는 생각으로 극복하는 중이다. 2021년 6월부터 독학으로 개발을 공부한 그는 코드를 짜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배웠다. 이씨는 “이용자가 게임을 더 입체적으로 즐기게끔 기능을 많이 넣다 보니 코드가 복잡해진 적이 있다”며 “코딩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워드나 엑셀에 정리해놓고 매일 개발일지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날마다 진행 상황을 짧게라도 요약하는 습관은 프로젝트 진행에 큰 도움이 됐다.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와 배경 디자인 작업이 필요하다. 이씨는 해외 사이트에서 찾은 인도네시아 작가에게 외주를 맡겨 진행했다. 그는 배경 디자인 작업을 요청했는데 영어로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명확한 표현을 써야 원하는 디자인이 나오기에 최대한 분명하게 작성하고자 노력했다.

“외주를 넣을 때 기획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문서에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기획의도를 명백히 하는 참고 이미지까지 첨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패드로 제가 원하는 캐릭터를 그리고 작가님이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이미지도 넣어 외주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배경음악은 고등학생 때부터 독학으로 작곡을 해온 덕분에 현재까지 10곡 중 8곡을 작업했다. 남은 2곡은 본교 영상제작 동아리 ‘너이화함께’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작곡과 지인 2명과 1곡씩 작업했다.

그는 게임 개발을 하며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개발, 디자인, 작곡을 비롯해 융합콘텐츠학 수업에서 얻은 지식을 활용해 직접 게임을 기획해보고 경영학에서 배운 마케팅 수요를 예측해보는 등 여러 학문을 복합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에 귀 기울인 개발 이어 나가다

적녹색맹 환자를 위한 앱과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제공=손수민씨
적녹색맹 환자를 위한 앱과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제공=손수민씨

손수민(휴먼바이오·20)씨를 비롯한 4명의 휴먼기계바이오공학전공 학생들은 적녹색맹 환자를 위한 프로젝트로 적녹색 구분 디바이스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고 있다. 신호등색을 구별하지 못해 운전이나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적녹색맹 환자가 겪는 불편에 주목해 프로젝트 진행을 결심했다.

이들은 적색과 녹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을 카메라로 찍어 색을 구분해주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같은 원리를 이용해 자동차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앱과 같은 원리로 알고리즘을 구현해 장치에 삽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적녹색맹을 가진 운전자가 신호등 색깔을 편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적색과 녹색이라는 색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이들은 신촌으로 나섰다. 길거리에 있는 모든 빨간색과 초록색을 카메라에 담았다.

서현지(휴먼바이오·20)씨는 “같은 빨간색이라도 물체마다 다양한 색감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면서 느꼈다”며 “그림자나 빛의 방향에 따라서도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색이 달라진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접 눈으로 보며 몰랐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매주 카페에서 회의만 하던 이들에게 소소한 즐거움도 됐다.

프로젝트 과정에서는 어려움도 있었다. 컴퓨터공학 전공이 아니기에 개발 지식이 부족함을 느껴 컴퓨터공학과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최근 개발자들이 많이 쓰는 컴퓨터 언어는 무엇인지, ◆ios와 안드로이드 중 무엇을 활용할지 등 조언을 얻었다. 최근에는 ‘YOLO’라는 객체 인식 모델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노트북 사양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유빈(휴먼바이오·20)씨는 “난관에 많이 부딪히기도 했지만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난관을 하나씩 헤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팀원들과 함께하며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개발하면서 발생한 오류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하고 객체 인식이나 이미지 라벨링 등 처음 접해보는 작업을 같이 공부해 나갔다. 김예진(휴먼바이오·20)씨는 “협업의 자세를 배울 수 있던 기회였다”며 “내가 모르는 부분을 잘 알고 있는 동기들과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무척 좋다”고 말했다.

개발 이후에는 적녹색맹 환자들에게 직접 개발한 앱을 사용하게 하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개발자를 꿈꾸는 이화인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개발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어려움 때문에 겁먹을 수 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혼자가 두렵다면 다른 팀원들과 협업하고 논의하며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하유빈)

 

◆PM: 기획부터 개발, 홍보 등 모든 과정에 대해 관리하고 책임지는 사람 

◆ios: 애플이 운영하는 독자적인 운영 체제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