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가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는데도 내 친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녀석, 무슨 일이길래. 한번만 더 결석하면 F학점이 뜬다고 했으면서···" 나중에 성적표를 받아들고 엉엉 울 친구를 생각하니 맘이 아팠다.

"그래, 결심했어" 그렇게 난 친구를 위해 대출을 결심했다.

"내 친구이름을 부르면 "네"라고 씩씩하게 대답하고 내 이름을 부르면 "예"라고 조용하게 대답하자. 앗, 그러다가 들키면 어쩌지!" 콩닥콩닥 뛰는 맘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나는 방금 세운 치밀한 작전을 연습 또 연습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우자 난 작전을 감행했고 다행히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날 종일 맘이 무거웠다.

이런 경험 한두 번쯤은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의리냐 양심이냐를 놓고 고민하던 기억. 그러나 이런 대출의 추억(?)도 이젠 안녕, 대출 전문화 시대가 찾아왔다.

"과외 구함", "책 싸게 팝니다", "책 사요" 라는 광고 틈에서 발견한 "대형강의 대출해 드립니다". 아르바이트가 곤궁해진 요즘 오죽하면 이런 광고를 냈을까 싶기도 했지만 우리의 도덕과 의식이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나를 생각하자 난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물론 친구를 위해 대출해준다는 것 역시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돈을 받고 대출해 준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 아닌가!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세상, 항상 그런 세상을 비판해 오던 우리 대학사회의 현주소를 내 눈으로 확인한 순간 매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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