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화)부터 조형예술대학(조예대)의 졸업전시가 시작된다. 학생들이 학부 시절 동안 배움을 정리해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지만 그 준비 과정과 전시 환경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2022학년도 조형예술대학의 졸업전시가 22일부터 27일까지 교내에서 열린다. 정예은 기자
2022학년도 조형예술대학의 졸업전시가 22일부터 27일까지 교내에서 열린다. 정예은 기자

 

기본 100만원,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는 졸업전시

“조예대에 들어올 때부터 각오했어요. 졸업 전시에 돈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해서 미리 적금을 들었거든요.” 

ㄱ(디자인·18)씨는 2022년 1학기에 졸업전시를 마쳤다. 조예대 학생들은 두 개의 졸업 과목을 수강해 전시나 발표를 하면 졸업할 수 있다. 수업에서 교수의 피드백을 통해 졸업 작품을 완성하면 전공별로 5일 동안 졸업전시를  진행한다. 

ㄱ씨는 졸업을 위해 1학기에 두 개의 졸업 과목을 수강했다. 한 과목에서 진행했던 전시는 약 100만원이 들었다. “공동으로 전시장을 꾸미는 비용으로 21만원 정도 냈어요. 개인작업에서 초안을 만드는 데 20만원, 최종본은 약 50만원 들었어요.”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졸업전시지만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금전적 부담은 ㄱ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2학기 졸업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라은(도자예술·18)씨는 “지불하는 등록금에 비해 (졸업전시 준비에) 지원이 너무 적은 것 같다”며 “도자예술전공 자체에서 지원하는 비용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세정(섬유예술·20)씨는 “1학기 때 ◆메이데이전을 준비했는데 약 120만원을 사용했다"며 “졸업전시에는 더 큰 비용이 필요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학생들은 졸업전시에 많은 비용을 쏟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에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ㄱ씨는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많이 쓰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이상하다”며 “학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예대 행정실 관계자는 “졸업전시 준비 및 진행 등 학생들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비용은 전공 차원에서 일부 지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이 체감하는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열악한 전시 공간, 아쉬움 남아

고액의 금액을 들여 준비한 졸업전시지만 전시 공간이 열악한 문제도 있다. 조예대 졸업전시는 교내 공간을 활용해 열린다. 디자인학부 학생들의 졸업전시는 주로 ECC와 이화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반면 동양화전공, 서양화전공 학생들의 전시 일부는 조형예술관(조형관) A동 복도에서 진행된다. 이화세라믹 홀에서 전시를 준비하는 서효원(도자예술·19)씨는 “현재 전시 공간은 갤러리라는 느낌보다 그저 복도로만 느껴진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조형관 A동은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지 않아 전시가 이뤄지는 3층까지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정예은기자
조형관 A동은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지 않아 전시가 이뤄지는 3층까지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정예은기자

ECC에서 졸업전시를 진행한 ㄱ씨는 “깔끔한 흰색 벽과 같이 전시를 위한 공간에서 전시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공별로 전시 공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는 “(타과의 경우) 엘리베이터도 없는 조예대 건물에서 전시하는 게 어색하게 느껴진다”며 “작업물이 아무리 멋져도 복도의 폭 때문에 작업물을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거리가 한정돼 있어 작업물의 실제 가치가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5월 25일 조형예술관 A동 이화아트센터 동양화과 메이데이전을 방문한 관람객들. 김영원 사진기자
5월 25일 조형예술관 A동 이화아트센터 동양화과 메이데이전을 방문한 관람객들. 김영원 사진기자

ECC 내 전시장들과 이화 아트센터는 흰 벽과 작품 위 조명을 갖추고 있다. 이화 아트센터는 전시 공간의 폭이 약 520cm 이상으로 충분히 넓어 적당한 거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기에 적절한 환경이다. 그러나 조형관 복도의 경우 맨바닥과 얼룩 묻은 벽에 작품을 전시해야 하며 복도의 폭 또한 약 320cm 밖에 되지 않아 관람객이 충분히 몰입하기 어렵다.

 

조형관 A동 복도의 폭은 약 320cm으로 거리를 두고 작품을 감상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정예은기자
조형관 A동 복도의 폭은 약 320cm으로 거리를 두고 작품을 감상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정예은기자

참여 인원과 무관하게 동일한 복도에서 전시가 진행되기 때문에 작품 규격에도 제한이 생긴다. 서양화전공의 경우, 조형관 A동의 복도 양옆으로 그림을 전시한다. ㄴ(서양화·16)씨는 “인원 수는 많은데 공간은 한정돼 있다 보니 작품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며 “작품 또한 복도 벽에 그대로 걸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형대 행정실 관계자는 “졸업전시는 본교에서 배움을 마무리하는 전시”라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함께 교내 공간을 활용해 전시를 꾸미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시 공간 배정에 대해서는 “각 전공별 학생들의 전시작품들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각 전공 교수님들이 함께 논의해 결정한다”며 “가장 효과적인 공간 활용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타대학의 경우는

서울대와 홍익대는 본교와 동일하게 교내 공간을 활용해 전시를 하지만, 그 상황은 더 나은 편이다. 홍익대학교의 경우 홍익대 아트센터, 미술관과 같이 전시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놨다. 이씨는 “홍대 졸업전시는 분리된 공간에서 진행돼 갤러리를 대관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경우 매년 외부 공간을 대관해 졸업 전시를 진행하지만 그 비용의 일부를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중앙대 산업디자인학과는 2학기 졸업전시에 700만원 정도를 지원했다. 대부분의 비용이 대관에 사용됐다. 졸업 전시에 참여했던 중앙대 박민정(산업디자인·19)씨는 “구역이 여러 개로 나눠져 있는 전시장을 대관해서 좋았다”며 “산업 디자인과 같이 분야가 다양한 경우 구역에 각 주제를 배정해 거기에 맞는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어 더욱 몰입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중앙대학교 산업디지인학과 학생들은 여러 구역으로 나뉜 전시장을 대관해 졸업전시를 진행했다. 정예은기자
중앙대학교 산업디지인학과 학생들은 여러 구역으로 나뉜 전시장을 대관해 졸업전시를 진행했다. 정예은기자

학교의 대관 비용 지원에도 나머지 금액은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므로 교내 공간을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지출이 요구된다. ㄱ씨는 “대관을 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있지만 현재는 전시 장소가 협소해 많은 불편함이 있다"며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메이데이전: 매년 5월 이화 창립을 기념해 3학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개최하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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