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의 필수 이수 제도는 글로벌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2007학년도부터 도입됐다. 2020학년도 이후 입학생은 영어강의를 15학점 이상 필수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영어강의는 학생과 교원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공별로 영어강의 수의 편차가 크고 기준도 모호해 효용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3년 만에 전면 대면으로 전환된 2학기, 영어강의가 원래 도입된 취지 그대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봤다.

 

학생도, 교수도 어려운 영어강의

이번 학기 본교에 개설된 영어강의는 448강좌. 학생들을 위해 도입된 영어강의는 오히려 배움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김채연(정외·21)씨는 “학생들의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한 규정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ㄱ(화학·21)씨도 강의를 영어로 듣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교수님이 전부 영어로만 설명하기 힘들어하시는 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러다 보니 저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영어강의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원에게도 부담이다. ㄴ교수(경영학부)는 “학생들마다 영어 능력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강의 난이도를 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무형 교수(정치외교학과) 또한 “교수와 학생 모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가 많다 보니, 수업 내용 전달과 의사소통에 있어 한국어로 할 때보다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영어강의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로 강의할 때만큼의 분량을 다루지 못하기도 한다.

일부 교원은 영어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ㄴ교수는 강의 이해를 돕기 위해 1주 동안 개념에 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조 교수 또한 가급적 쉬운 영어단어를 사용하며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전문용어나 어려운 단어를 써야 하는 경우에는 강의 PPT 슬라이드 내 해당 단어 옆에 한국어 뜻을 적어 놓는다. 두 교수 외에도 수업이 끝나고 한국어로 강의를 요약하거나 추가 학습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PI(Peer Instruction)나 별도의 질의응답 세션을 한국어로 운영하는 교원도 있다. 영어강의는 교원과 학생 모두에게 부가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공별 영어강의 편차 심해

 교무처 수업지원팀에 따르면 영어강의는 외국인 유학생 및 교환학생 수요와 해당 전공 영어강의 필수 이수 학점을 고려해 각 전공(학과)에서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전공별로 영어강의의 비율은 상이하다. 국어국문학과, 중어중문학과, 관현악과, 초등교육과 등 11개 전공은 2학기에 영어강의가 아예 개설되지 않았다. 국어교육과도 2학기 영어강의가 개설되지 않은 학과 중 하나다. 현혜주(국교·21)씨는 “전공 수업 특성상 영어강의가 잘 열리지 않아서 이수 학점을 채우기가 힘들다”며 “주로 교양과목으로 영어강의 이수 학점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영어강의가 많아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공대나 자연대, 영어영문학부 등의 경우에는 전공 특성상 영어강의가 다수를 차지한다. 교원 자체가 부족하거나 신임 교원 위주로 구성된 학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업지원팀에 따르면 신임 교원은 임용 후 일정 기간 동안 영어강의를 개설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교원이 부족해 개설과목 자체가 적은 정치외교학과의 경우, 이번 학기 개설된 9개의 수업 중 5개가 영어강의다. 2학기에 전공과목 두 개를 영어로 수강하는 김씨는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며 핵심 내용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평가가 영어 실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로한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기준 없는 영어강의

일부 수업은 영어강의임에도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영어강의가 본래 취지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2022년 1학기 한 복수전공 수업을 수강한 ㄷ(뇌인지·21)씨는 “오리엔테이션 당일 교수님이 학생들 전부 한국어 강의가 편하다는 것을 고려해 한국어 강의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해당 강의는 한국어로 진행됐지만 레포트 과제는 영어로 제출했다.  

반면 영어강의가 아니어도 강의 자료가 영어로 제공된 경우도 있었다. 교육공학과를 복수전공하는 현씨는 “강의자료는 모두 영어라 힘들었는데 수업 자체는 한국어로 진행해서 영어 강의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미국 학자들의 이론 위주로 공부하는 교육공학과 전공 특성상 수업 자료에서 해당 학자의 논문을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ㄹ(화학생명·22)씨 또한 사용하는 수업 자료가 영어인 한국어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ㄹ씨는 “시험까지 영어로 봤는데 문제 해석이 어려워 힘들었다”며 “이런 식의 수업은 강의계획서에 명확하게 표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점도 있어…영어강의 개선 필요 

한편 영어강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ㄹ씨는 “(화학생명전공 특성상) 영어로 배워야 더 활용하기 좋은 것이 사실”이라며 “일반화학 같은 전공 기초 수업은 한국어로 진행하고, 전공 수업은 영어로 하되 영어강의도 한국어 강의와 수업의 질이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ㄴ교수는 “영어로 수강하는 것은 학생들의 국제화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조 교수도 “학생들이 영어에 더 많이 노출돼 익숙해지고 영어 실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론 성격의 수업은 학생들이 접근하기 쉽게 한국어 강의로, 보다 심화적 내용의 수업이나 소규모의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영어강의로 진행하는 등의 유연성이 생기면 교육효과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영어강의 여부가 강의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돼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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