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공간입니다. 절식, 마른 몸을 추구하는 다이어트 언급은 금지합니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 게시판 ‘벗들의 다이어트’에 꾸준히 올라오는 게시물이다.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섭식장애 중 하나인 ◆신경성 식욕부진(거식증)은 2016년 2702명에서 2020년 4280명으로 5년 사이 약 63%p 증가했다. 동시에 극단적인 다이어트의 위험성을 깨닫고 미용보다 건강을 위해 관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극단적 다이어트가 앗아간 건강

원하는 몸매와 몸무게를 갖기 위해 절식을 시작한 박가현(사학·18)씨는 급격히 건강이 나빠졌다. 생리불순으로 3개월 동안 월경을 하지 않는 대신 부정출혈과 하혈이 잦았다. 절식과 폭식을 반복하며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는 등 위 건강도 나빠졌다. 턱 끝까지 음식이 차지 않으면 배부르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까지 폭식을 반복했다.

“건강하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인데 건강을 잃자 회의감이 몰려왔어요.”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체감한 그는 절식 대신 운동을 시작했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결심한 것이다. 

건강하게 시작한 다이어트가 극단적으로 변한 경우도 있다. 1년 동안 꾸준히 운동한 임정민(환경·17년졸)씨는 바디프로필 촬영을 준비하며 절식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당류에 대한 집착이 생겼고,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며 운동하기 전보다 체중이 증가했다.

임씨는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할 수 있을지 막막해하던 중 ‘신체 변화는 당연하고 너무나 괜찮은 것’이라는 한 문구를 보고 식사량과 활동량에 따라 달라지는 몸무게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느꼈다. “몸무게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죠.”

임정민씨의 건강한 다이어트 전후 모습 제공=임정민씨
임정민씨의 다이어트 전후 모습 제공=임정민씨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를 꿈꾸며

임씨가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그는 평생 실천할 수 있는 식단과 운동 습관을 만들면 의도하지 않아도 살이 빠지고 건강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는 음식을 줄이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먹고 싶은 음식을 적정량 먹을 줄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씨는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음식을 먹은 후 왜 그 음식을 먹고 싶었는지 자신에게 질문했다. 그는 “먹고 난 결과에 집중하면 살찌겠다는 생각에 후회하게 되지만 먹고 싶어진 이유에 집중하면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됐다는 만족감이 든다”고 말했다. 

임씨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벗들의 다이어트’ 게시판에 맛있는 건강식 레시피, 운동 영상,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 등을 공유하는 ‘쟐핏 라이프’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쟐핏 라이프는 학창 시절 별명이었던 ‘쟐미’와  ‘fitness’, ‘지속가능한 삶’을 합친 말이다. 임씨는 쟐핏 라이프를 연재하면서 “운동을 싫어했는데 글을 보고 운동할 마음이 생겨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는 재학생의 감사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과 한 달 동안 연락하며 식단과 운동을 공유하는 계기도 됐다.

임정민씨가 쟐핏라이프에서 소개한 오픈 샌드위치 제공=임정민씨
임정민씨가 쟐핏라이프에서 소개한 오픈 샌드위치 제공=임정민씨

윤희정(영문·22)씨도 지속가능한 다이어트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윤씨는 다이어트를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건강식과 운동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 몸이 원하는 게 뭔지 살피며 하고 싶은 운동을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하지 않는 게 건강한 다이어트를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집착을 내려놓으며 강박에서 벗어나기

윤씨는 극단적인 다이어트에서 건강한 다이어트로 가는 과정을 거쳤다. 주변에서 말려도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고집했던 그는 기존 다이어트 방식이 잘못됐음을 느끼고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극단적 다이어트의) 위험성을 스스로 느낀 것이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벗어나는 첫 단계는 배부를 때 숟가락을 내려놓는 연습이다. 윤씨는 극단적으로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 잠시 다이어트를 멈추기를 추천했다. 폭식은 지금 아니면 먹을 수 없다는 강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식사량을 조절하는 연습을 한 뒤 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어트는 장기전이라는 마음가짐도 도움이 된다. 박씨는 “한 끼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강박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한 끼, 하루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쉽게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말리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이어트 방법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새로운 방법을 소개하거나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운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윤희정씨 제공=윤희정씨 인스타그램(@yoohga)
꾸준히 운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윤희정씨 제공=윤희정씨 인스타그램

 

◆신경성 식욕부진(거식증): 대표적인 섭식장애의 하나. 살을 빼려는 지속적인 행동, 체중 감소, 음식과 체중과 연관된 부적절한 집착, 음식을 다루는 기이한 행동,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 무월경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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