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완성해 꿈을 실현하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도전학기제에 뛰어든 학생들이다. 도전학기제는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를 설계해 수행함으로써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학사제도다. 도전학기제는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3~9학점을 취득할 수 있으며 최대 4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본지는 도전학기제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공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다

노이레씨가 숭실대에 방문해 찍은 강의실 사진. 제공=노이레씨
노이레씨가 숭실대에 방문해 찍은 강의실 사진. 제공=노이레씨

도전학기제 14기로 활동하고 있는 노이레(교육·21)씨는 교육학과 학생 2명, 건축학과 학생 2명과 함께 팀을 결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론 수업과 토론 수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만든 본교 ALC 강의실에 주목했다. 해당 강의실이 실제로 학습의 질을 향상하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단점을 보완해 새로운 강의실과 그에 맞는 수업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ALC를 사용해본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숭실대의 ALC 강의실을 방문했다.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건축학과 팀원들은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강의실 모형을 만들었고, 교육학과 팀원들은 주차별로 ALC를 활용한 수업 계획표를 작성했다. 노씨는 타전공 학생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상공간이었던 강의실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저는 강의실에서 어떤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했는데, 건축학과 학생들은 강의실에서의 발걸음 소리, 조명 밝기 등을 고려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회의를 통해 공간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죠.”

 

이주혜씨가 도전학기제에서 발행한 뇌과학 분야의 인스타툰을 모아 출판한 뇌과학 학습만화. <strong> 제공=이주혜씨
이주혜씨가 도전학기제에서 발행한 뇌과학 분야의 인스타툰을 모아 출판한 뇌과학 학습만화. 제공=이주혜씨

전공 공부에 도움을 받은 사례도 있다. 13기로 참여한 이주혜(뇌인지·19)씨는 뇌과학 분야의 31가지 주제로 인스타툰을 그렸다. ‘머리를 때리면 뇌세포가 죽나요?’, ‘냄새로 여행지 기억이 되살아나는 이유’ 등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한 번쯤은 궁금했던 뇌과학 정보를 쉽게 설명해주는 학습만화를 제작한 것이다.

그는 본교 입학 후 전공 공부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씨는 “전공 지식이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흩어져 있고, 무작정 외우는 느낌이 강했다”며 “대학에서는 주도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고등학생 때처럼 시험을 보고 나면 다 잊어버리는 게 반복되면서 슬럼프를 크게 겪었다”고 말했다.

전공 흥미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취미로 즐겼던 그림 그리기와 전공 지식을 결합해 뇌인지과학 만화를 기획했다. 도전학기제에 참여한 2021년 2학기 동안 매주 2편씩 만화를 연재했다. 소재는 주로 전공 수업 자료에서 찾았다. 이씨는 “뿅망치로 머리를 때리면 뇌세포가 죽는다는 등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뇌과학 지식에 대해 전공자로서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아직까지 뇌과학 분야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주제들이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뿌듯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비전공자에게 뇌과학 지식을 알려주는 동시에 본인에게는 전공 지식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입문자를 위한 만화였기에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공부하다 보니 오히려 전공에서 배운 내용의 기본 체계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어려움도 있었던 도전학기제

이주홍씨가 개설한 네이버 카페. <strong> 출처=EEC:이화공학도를 위한 채널
이주홍씨가 개설한 네이버 카페. 출처=EEC:이화공학도를 위한 채널

 12기로 참여한 이주홍(전자전기공학전공·석박사통합과정)씨는 공학 분야에서 여성 롤모델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여성공학인을 위한 네이버 카페를 개설했다. 과거 자신이 참여했던 비교과활동 후기와 도서를 추천하는 활동을 했다. 그는 직접 본교 재학생 혹은 졸업생인 여성공학인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 카페에 올렸다.

인터뷰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이씨는 “원래는 인터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으려고 했는데 꺼리는 분들이 많았다”며 “줄글 형식으로 인터뷰를 싣기로 방향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이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쉽지 않았지만, 그는 건축학과, 사이버보안전공, 전자전기공학과, 화공신소재공학과 재학생 각 1명씩과 전자전기공학과 졸업생 2명을 발굴해 인터뷰했다.

 

김연주씨가 도전학기제의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참고한 젊은 암 환자가 겪는 심리적 외상에 관한 도서들. <strong> 제공=김연주씨
김연주씨가 도전학기제의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참고한 젊은 암 환자가 겪는 심리적 외상에 관한 도서들. 제공=김연주씨

 14기인 김연주(사회·18)씨 역시 인터뷰이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그는 젊은 암 환자가 겪는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젊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그는 아주대 암센터의 도움을 받아 3명의 젊은 암 환자를 소개받았지만, 인터뷰 당일 한 환자가 약속을 취소했던 경험을 말했다. 김씨는 “인터뷰이가 별로 없었기에 취소 연락을 받았을 때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 같아 낙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가 부담스러운가 했는데, 사실 환자분께서 당일 아침에 암이 재발한 것 같은 느낌에 병원을 가시느라 인터뷰가 취소됐던 것이었다”며 “당시 환자분이 어떤 생각이 들었고, 병원에 갔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들으며 오히려 배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젊은 암 환자에게 재발이 얼마나 큰 두려움인지를 느끼게 됐다.

 

계속 도전을 이어가는 학생들

이주혜씨는 도전학기제 이후 뇌과학 학습만화에 이어 뇌과학 보드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도전학기제에서 그린 만화를 책으로도 출판했는데,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며 “게임으로 즐길 수 있도록 보드게임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주홍씨는 2021년 1학기 도전학기제 활동을 마치고 그해 2학기부터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꾸준히 카페에 공모전 정보를 올리고 있다. 그는 더 많은 학생이 찾아와 사소한 고민과 정보라도 나누고 서로에게 응원과 지지가 될 수 있는 카페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모두 도전학기제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노씨는 “보통 전공 강의에서는 교수님들이 제시한 주제 내에서 과제를 선택하지만 도전학기제는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 프로젝트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추가 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도전학기제를 추천했다. 교내 프로그램 대다수가 대상이 정규 학기생만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도전학기제는 추가 학기생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안전지대에만 머물고 도전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벗어나서 도전학기제를 통해 안전지대를 넘어서는 기회를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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