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교표가 새겨진 이화그린색 휘장. 윤채은 기자
본교 교표가 새겨진 이화그린색 휘장. 윤채은 기자

“본교의 정체성을 더 뚜렷이 할 수 있는 홍보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홍보 영상, 축제, 기념품 등에 이화그린을 활용하고, 학생들이 이룬 결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좋겠어요.”

본교 홍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높다. 학교의 공식 색상인 이화그린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본교를 향한 악성 게시물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본지가 재학생 1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본교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96.3%였다. 반면 본교를 홍보하는 데 있어 현행 방식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학생은 4.2%에 불과했다. 본교 이미지는 확실히 구축돼 있지만, 홍보에서 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홍보실은 언론홍보와 지면광고부터 인스타그램 계정, 유튜브 채널 등의 SNS 콘텐츠 운영을 통해 본교를 알리고 있다. 본교 홈페이지(ewha.ac.kr) 내 이화뉴스, 이화소식도 현행 홍보 방식 중 하나다. 이화소식은 인쇄물로도 제작해 후원자나 동문에게 보내고 있다. 홍보실 관계자는 “본교 상징색인 ‘이화그린’을 중심으로 SNS 콘텐츠를 통해 본교의 성과와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그린’ 정체성 확립될 수 있도록

본교 2023학년도 정시모집요강 표지색 논란이 일면서 ‘이화그린’ 활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식 색상인 이화그린이 아닌 자주색을 사용해서다. 윤채린(행정·21)씨는 “많은 고등학생들이 보는 정시모집요강에 왜 자주색을 사용했는지 모르겠다”며 “수시와 정시를 구별하기 위함이었다면 흰색 바탕에 진초록색 글씨로 해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희영(기독·20)씨도 “진초록과 하얀색, 진초록과 베이지색 등 상징색을 활용하되 수시와 정시는 구분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게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학처 관계자는 “수시, 정시 구분을 목적으로 초록색과 하얀색을 포함한 다양한 색상으로 모집요강을 제작해왔다”며 “내년 모집요강은 학생들의 요구를 고려해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교 교표가 새겨진 이화그린색 휘장. 윤채은 기자
본교 교표가 새겨진 이화그린색 휘장. 윤채은 기자

대학 홍보에 상징색의 중요성이 큰 만큼, 본교 공식 색상인 이화그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 이화그린을 보다 적극적으로 브랜딩해야 한다고 느낀 일부 이화인들은 이화그린 TF를 조직하기도 했다. 이화그린 TF가 10월7일부터 18일까지 재학생 및 졸업생 1645명을 대상으로 이화그린 홍보와 축제 개선 방안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8.9%가 ‘매년 신입생들에게 지급되는 입학키트에 이화그린 물품을 추가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학교 차원에서 입시 조교에게 이화그린을 활용한 의복을 권장했으면 한다’에 동의한 학생들은 92.1%에 달했다. 본교 공식 색상이 이화그린임을 입시 준비생과 신입생이 기억해주길 바란다는 의미다.

윤씨는 “모교방문단으로 활동할 때 본교에서 모교 학생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을 준비해줬는데, 기념품 중에 볼펜이 연두색과 진분홍색이었다”며 “본교를 제대로 홍보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상징색’을 확실하게 활용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송해린(심리·21)씨는 “축제에서 학생들끼리 옷 색깔을 이화그린으로 맞춰 입거나, 올해 새로 공모받은 학생증 디자인에 상징색을 적극 활용했다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캠퍼스투어를 진행하는 캠퍼스리더의 유니폼 색이 이화그린인 것이 마음에 든다”며 “앞으로 학교 구성원이나 외부인을 대상으로 행사를 한다면, 상징색을 최대한 활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학교 상징색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이화그린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홍보 콘텐츠를 만들고, 앞으로 이화그린이 본교 상징색으로 굳건히 인식되도록 관련 이벤트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매년 추가되는 홍보 문구에 학생들 혼선

본교가 홍보에 사용하는 문구로는 공식 슬로건과 입시광고캠페인 문구가 있다. 공식 슬로건에는 ▲‘세상은 이화에게 물었고, 이화는 그대를 답했다’ ▲‘이화를 비춘 그대, 세상을 비출 그대’ ▲‘EWHA, THE FUTURE WE CREATE’ ▲‘그대가 바라는 미래, 이화’가 해당된다. 슬로건의 경우 학교의 비전이 수립되는 시점에 새롭게 발표되거나 홍보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진행한 학생 투표를 반영해 새로 만들어진다.

 

잔디광장에 설치된 '나답게 이화답게' 조형물. 윤채은 기자
잔디광장에 설치된 '나답게 이화답게' 조형물. 윤채은 기자

학교입시광고캠페인 문구는 대입 시기 잔디광장에 조형물로 설치되는 ‘그래, 이대로’, ‘나답게 이화답게’가 해당한다. 매년 입시철마다 본교 홍보를 위해 광고 캠페인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새로운 문구를 선정한다.

문제는 매년 추가 및 변경되는 홍보 문구에 대해 학생들은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송씨는 “계속 바뀌는 홍보 문구로 인해 학생들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며 “본교 학생들이 좋아하는 ‘Where Change Begins’처럼 대표 슬로건을 고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도 “공식 홍보 슬로건을 하나로 정했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확실히 각인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본교를 향해 지속되는 악성 게시물

악성 게시물 또한 본교 홍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송씨는 “본교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학교 커뮤니티에서 접했다”며 “본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경우 학교 측에서 법적 대응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진아(무용·22)씨는 “부도덕한 사람들을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학교와 교내 구성원에게 피해가 간다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강력한 대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비방글은 법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본교에 대한 악성 게시물이 학생 개인이 아닌 학교 전체를 향한 비방인 경우 역시 이에 속한다. 본교가 변호사 자문을 받은 내용에 따르면, 본교 구성원 개인의 명예가 집단명칭에 의해 훼손되는 경우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 다만 해당 글이 본교에 속하는 특정인을 비방하고 있음이 명백해야 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집단의 크기 및 성격 등을 고려해야 한다. 본교의 규모와 성격을 살펴봤을 때 ‘이화여대생’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집단명칭에 의한 명예훼손이 인정되기 어려워 법적 대응의 실효성이 낮다. 홍보실 관계자는 “악성 게시물 제보를 통해 학교를 비방하는 콘텐츠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운영자가 있는 사이트는 삭제 요청을 하거나 법적 대응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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