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면서 피는 거나 다름없어요.”

흡연구역에서 넘어오는 담배연기와 적은 흡연구역 개수로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관리처 안전팀은 법률 준수,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이해관계 고려 등을 이유로 흡연구역을 새롭게 지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흡연자·비흡연자 모두 불만족한 흡연구역

현재 본교 캠퍼스에 설치된 흡연구역은 7곳으로 ▲아산공학관 기계실 입구 앞 ▲학관과 인문관 사잇길(담장 앞) ▲정문 입구(운동장 입구) ▲산학협력관 잔디밭 앞 공터 ▲한우리집 입구 인도 옆 ▲진선미관 앞 우물가 ▲음악관과 조형B동 사이(공터)다. 이 중 학관과 인문관 사잇길은 학관 공사로 임시 폐쇄돼 실질적 흡연구역은 6곳이다.

 

본교 흡연구역 위치를 표시한 지도 제공=관리처 안전팀
본교 흡연구역 위치를 표시한 지도 제공=관리처 안전팀

학생들 사이에서는 흡연구역 위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한우리집 입구 인도 옆 흡연구역을 지나야 해 필연적으로 간접흡연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호흡기 질환이 있어 걱정된다”고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을 본 ㄱ(정시통합선발생·22)씨는 “기숙사에 많은 인원이 생활하는 만큼 글 쓴 사람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공감했다.

흡연구역이 통행로 주변에 있어 불편한 것은 흡연자도 마찬가지다. ㄴ(생명·22)씨는 “(인도 옆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연기가 인도로 가 눈치 보이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담배 연기로 인한 불편함은 흡연 부스 설치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김효은(사회복지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진선미관 앞 우물가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쉬던 중 담배 냄새가 나 휴식을 방해받았다. 김씨는 “흡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흡연 부스를 설치해 냄새를 막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ㄱ씨 역시 “(한우리집 입구 인도 옆) 흡연구역 위치를 바꿀 수 없다면 칸막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넓은 캠퍼스에 비해 흡연구역이 7개인 것은 너무 적다는 의견도 있다. ㄷ(불문·17)씨는 흡연구역이 부족해 멀리 돌아가야 한다며 개수를 늘려달라고 말했다. 비흡연자 ㄹ(휴먼바이오·21)씨도 흡연구역이 적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멀리 가기 힘들어 금연구역에서 빨리 피우려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며 “외진 곳에 흡연구역을 더 만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19년 흡연구역 설치, 그 과정은?

흡연구역에 대한 학생들의 건의는 2018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8년 10월 제50대 총학생회는 상반기 교육공동행동 ‘인사이드 이화’를 통해 캠퍼스 내 흡연부스 설치를 요청했다. 안전팀은 업체 컨설팅, 타대 사례조사, 흡연구역 후보지 파악을 통해 겨울방학 동안 임시 흡연구역을 운영했다. 당시 본교는 임시 흡연구역 운영 이후 미흡한 점을 보완해 정식으로 설치하겠다는 잠정적 계획을 밝혔다. 2019년 8월 51대 총학생회는 정기협의체를 통해 2학기부터 공식적으로 흡연구역을 시행하기로 논의했다. 안전팀과 학생처 학생지원팀은 교내를 돌며 흡연구역 위치를 확정해 제51대 총학생회에 전달했다.

흡연구역을 선정하기 위해 안전팀과 학생지원팀은 법률적 부분과 비흡연자·흡연자의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했다. 흡연구역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라 모든 시설물의 출입구로부터 10미터 떨어져 있어야 한다. 더불어 재학생의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기창이 난 건물 근처는 피했고 학생들의 휴식공간인 학생문화관과 학관 숲을 흡연구역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2019년 2학기에 정한 흡연 구역 6곳에 2021년 8월 1곳을 추가해 총 7곳을 운영하게 됐다.

 

학생의 선호에 맞춘 흡연구역 설치 쉽지 않아

안전팀은 현재까지 통행로 옆에 흡연구역이 있어 불편하다는 민원을 받은 적은 없으나 불편하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내부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전팀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흡연구역은 원래 통행로로 이용되는 곳인데 유동 인구가 많다 보니 민원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우리집 입구 인도 옆 흡연구역에 대해서는 대체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기숙사 근처에 설치하려면 E-House와 한우리집 건물 중 한 곳에 흡연구역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 경우 담배 연기가 기숙사 창문으로 들어가고 미관을 해치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흡연구역을 단지 밖에 설치해 흡연 후 기숙사로 들어가게 함으로써 민원을 최소화하도록 설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안전팀 관계자는 흡연 부스가 비효율적이라고 답했다. 2018년 안전팀은 흡연 부스를 운영하던 고려대에 문의했으나 “담배 냄새가 옷에 배어 학생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흡연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안전팀 관계자는 “흡연부스는 청소, 고장 등 시설 관리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칸막이 설치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외 흡연구역은 자연환기가 되기 때문에 칸막이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또 칸막이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면 태풍 및 집중 호우에 대한 안전 관리도 필요해진다.

안전팀은 “학생지원팀과 논의할 당시 설치할 수 있는 구역이 더 있었으면 흡연구역을 설치했을 것”이라 말했다. “법률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했기 때문에 학생들 선호에 따라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건 어렵습니다. 다만 현장점검 및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쳐 흡연구역 추가 지정에 대한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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