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7일에 시작된 히잡 해방 시위를 통해 이란 여성 인권이 해방되고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샤라씨. <strong> 권아영 사진기자
9월17일에 시작된 히잡 해방 시위를 통해 이란 여성 인권이 해방되고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샤라씨. 권아영 사진기자

“이번에는 진짜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성을 억압하고 국민을 죽이는 정부를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들어요.” 

이란에서 온 본교 유학생 마샤라(조예대·19)씨는 본국에서 죽임당하는 사람들과 본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면서도 희망을 말했다. 9월 중순부터 이란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여성 해방 시위에 대한 이야기다. 

 

여성에게 자유를 

9월13일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 시내 한복판에서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씨는 여성 복장을 단속하는 일을 주로 하는 ‘도덕경찰’에게 붙잡혔다.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나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교육센터로 보내진 지 3일 만인 9월16일, 2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의 사체에는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다. 9월17일 이란 테헤란에서는 아미니씨의 장례식이 열리는 동시에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는 ‘Woman, Life, Freedom(여성, 삶, 자유)’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테헤란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란의 여성들은 여성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직접 히잡을 불태우고 삭발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시위에 참여했다. 남성도 이들의 뜻에 연대하며 시위에 동참했다. 하지만 정부가 시위대를 폭행하거나 체포해 감금하는 등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탓에 시위를 주도하는 10·20대는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란 인권운동가 통신에 따르면 3일 기준 이란 전역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 47명을 포함해 최소 298명이 숨졌고, 최소 1만4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마샤라씨는 SNS를 통해 또래 여성의 죽음과 이로 인한 시위 소식을 처음 접했다. 이란 친구들의 SNS에는 아미니씨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뿐이었고, 가족들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격적인 시위가 시작되자 마샤라씨와 그의 가족은 '곧 정부에서 인터넷을 끊을 것'을 예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란 국내·외의 인터넷이 끊겼다. 이후 마샤라씨는 본국에 거주하는 친구, 가족들과 연락이 잘 되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 종종 이란에 있는 친구, 가족과 연락이 닿을 때면 마샤라씨는 국내·외 언론에 보도된 이란의 소식을 전한다. 

“뉴스를 보고 상황을 알면 친구들과 가족들이 조심해야겠다 생각할 텐데, 인터넷이 끊겨서 소식을 못 듣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이란 상황을 전해줘야 해요. 뉴스를 매일 챙겨봐요. 학교 오는 길에도 휴대폰으로 뉴스만 보고, 가족과 연락이 되면 이란의 상황을 전해줘요.” 

 

히잡 해방 시위를 통해 이란 여성 인권이 해방되고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샤라씨. <strong> 권아영 사진기자
히잡 해방 시위를 통해 이란 여성 인권이 해방되고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샤라씨. 권아영 사진기자

 

히잡 해방은 곧 여성의 해방

마샤라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6살 때부터 히잡을 착용했다. 그는 이란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히잡과 여성 억압이 불합리함을 느꼈으나 사회 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기에 불만을 표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히잡을 벗어 던졌다. 

히잡으로 알려진 머리 스카프는 이란 여성 인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란에서는 9살 때부터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해 머리카락을 모두 가리도록 한다. 남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전에 통치하던 왕조는 복장에 관대했으나, 1979년 이란 혁명으로 현 왕조가 권력을 잡은 후 히잡 규제가 시작됐다. 이후 히잡은 수십 년 동안 이란 여성 억압의 문화적 기반으로 기능해왔다. 

이번 시위는 히잡 해방에서 시작했다. 2017년부터 이어져 온 ‘하얀 수요일’ 운동도 히잡 해방에서 출발한다. 하얀 수요일 운동은 복장 규정에 저항하며 매주 수요일 흰색 히잡을 착용하거나 거리에서 흰 스카프를 들고 서 있는 상징적 운동이다. 2016년에는 남성이 여성에게 억압으로 작용하는 히잡을 직접 착용하며 역설적으로 연대를 표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샤라씨는 “히잡 해방 운동이 단순히 히잡을 벗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936년 이란의 여성들은 히잡 착용 허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현재 이란의 여성들은 히잡을 벗을 수 있게 해달라고 시위한다. 이들이 원하는 건 히잡을 벗는 게 아니라, 히잡을 쓰거나 쓰지 않기를 ‘선택할 자유’인 것이다. 히잡은 여성의 억압을 상징하고 히잡에서의 해방은 곧 여성 인권의 해방으로 이어진다. 

이란의 시위는 여성 인권 보장을 외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히잡 해방에서 시작해 국민을 죽이는 정부와 최고지도자에 항의하는 시위로 확산됐다. 이전에도 반정부 시위는 종종 있었다. 2009년에는 부정 선거, 2017년에는 경제난 악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있었다. 2019년에는 유가 인상에 격분해 일어난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1500여 명이 사망한 바 있다. 하지만 여성 해방을 주요 안건으로 내세우며 큰 규모로 확산된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는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현 정권 퇴진을 주장한다. 이전부터 시위를 진압하거나 여성 복장을 규정하는 과정 등에서 국민, 특히 여성의 죽음이 끊이지 않아서다. 마샤라씨 역시 “정부는 여성을 억압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거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하는 등 국제 정세에 위협이 되고 이란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시위대의 뜻에 공감했다. 

히잡 해방에서 시작한 이번 시위는 이란 내에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샤라씨는 이번 시위에 대해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가족이 죽고, 친구가 죽으니까 많이 위축된 상태였어요. 그렇게 죽어도 바뀌지 않으니 사람들이 많이 무력해져 있었어요. 이번 시위는 이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더 큰 결심을 한 것처럼 보여요. 이란의 가치를 지키려고 죽음까지 감수하는 것 같고, 마음이 아프면서 희망적이기도 해요.”

 

세계 곳곳에서 이란의 목소리를

최근 한국에서 개최된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대회에 이란 대표팀 자격으로 참가한 엘나즈 레카비(Elnaz Rekabi)는 10월16일 출전한 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 이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그는 이틀 후인 10월18일 아침 이란으로 호송됐다.

마샤라씨는 목소리를 내 이란을 포함한 세계 사람들에게 이 일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선수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언론사는 이에 대해 보도했고, 소식이 퍼지자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이란국제공항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우리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연대의 표출이었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걱정하는 여론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선수는 귀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통제 하에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며 외출도 불가능하다. 

마샤라씨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수를 자택에 구금한 정부에 분노를 표하면서도 “엘나즈 레카비 선수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로 소식을 알린 덕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란 여성과 시위대를 향한 연대는 전 세계로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twitter.com)에는 관련 해시태그가 약 3억 번 이상 트윗 됐고, 인스타그램(instagram.com)에서는 117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게시됐다. 

한국에서는 10월16일부터 매주 주말 강남 테헤란로를 비롯한 서울 곳곳에서 이란 여성 해방에 대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마샤라씨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이러한 흐름에 함께해 이란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기를 바랐다. 

“직접 시위에 참여하지 않아도 SNS 해시태그나 국제구호 기관을 통해 이란에서 일어나는 시위를 응원해줄 수 있어요. 이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란의 해방이 전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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