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는 법’이란 화두를 내세워 한 몫을 잡아보려는 수많은 책들이 대한민국의 서점을 가득 메우고, 이 나라 대학생들의 필독서는 어느 학교를 막론하고 동·서양의 어떠한 고전도 아닌 미국대학에서 만들어낸 시험 통과용 고재가 된지 오래이다.

게다가 현재 우리 사회에 밀어닥친 시련은 대학을 보다 ‘직업인 양성소’답게 자리매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어’가 필생의 과제인양 온갖 영어교재를 섭렵하며 영어공부에 고전하고 있는 판에, 게다가 대학원 석사들도 더이상 제2외국어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이제는 정말 영어에만 전념할 수 있는데 이 상황에서 ‘왠 라틴어?희랍어?’라고 반문할 이대생, 대한민국의 대학생이 절대적으로 더 많음을 잘 알고 있따. 경제가 이 모양이 된 탓에 ‘영어공부하러 학원가는 것도 부담스러워진 현실 속에서 라틴어 공부는 사치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당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불어·독어 등의 제2외국어 공부는 엄두도 못내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면, 또한 대부분의 학제에서 사용하는 교제가 영어에 국한돼 있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면 잠시 사고의 전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고전어로 구분되는 희랍어, 라틴어는 서구문명의 토대가 되는 헬레니즘 문명, 로마문명을 이루어낸 언어들이다.

서구의 정신사는 2천5백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 두 문명에 근간을 두고 발전해왔기에 서구를 알고 인류를 알기 위해서는 그 문명을 구성했던 언어를 아는 것이 당연한 선행조건인 것이다.

또한 15세기까지 유럽의 중심언어였던 라틴어는 로만스언어(Romance- 불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태리어 등)의 뿌리로서 라틴어의 습득은 여러 유럽언어로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영어단어의 60%이상의 그 기원을 라틴, 희랍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영어단어를 무작정 외우기보단 고전어 습들을 통해 영어의 기원을 접하게 되면 단어를 외우는 일이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고전어 습득의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는 영국인, 미국인의 눈을 통하지 않고 직접 우리의 눈으로 2천년전 아테네인, 로마인의 사고를 이해하고 그들이 이뤄냈던 문명의 위대성의 원인을 밝혀보면서 우리의 진보를 모색하는 것이 현재 국가위기 속에서 대학생으로서, 지식인으로서 해낼 수 있는 역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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