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헌트’를 보고

우리는 이제까지 왜곡된 역사를 무시한 채 오로지 앞만 보고 걸어왔다.

그래서 4·3 항쟁이 일어난지 50여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4·3 희생자 시신 11구를 그렇게 서둘러 화장해 버린 것일까? 민중들의 무력 항쟁에는 두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 자기 방어적이다.

다시 말해서 미리 계산하고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탈출구가 없는 궁지에 몰려서야 무력 항쟁을 하기 때문에 그 항쟁 자체도 공격적이지 않고 수비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두번째 특징은 시끌벅적하다는 점이다.

권력가들이나 재력다글이 그들의 음모를 위해 조용히 타협(?)하는 것과 달리 민중 항쟁은 첫번째 특징인 방어적이라는 점 때문에 아주 진실하고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특성을 여실히 반영하는 항쟁! 한국의현대 역사가 걸어온 발자취를 짐작케 해주는 항쟁이 바로 4·3항쟁이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 앞에서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첫째, 우리는 그토록 절실했던 4·3의 진실을 너무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 우리가 선택했던 정부란 바로 그 정의롭고도 열정적인, 수많은 젊은 영혼들과 맞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던 끝없는 학살, 어쩌면 이론과 지성도 통하지 않던 시대였다.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된 강요백 화백님의 그림에서 그들의 처절함, 오로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엿볼 수 있었다.

유골도 없는 빈 공동묘지, 시대는 산 사람의 죽은 영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하게 했다.

제주도 4·3항쟁이 일어난 지 정확히 50년이 지났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우리는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픈 역사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은 산 자의 몫이며 살아가야 할 사람의 책임이다.

제주도 사람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이제 슬픔과 상처를 정의와 분노할 줄 아는 용기로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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