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대면을 맞아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스타 아이디 교환할까요?", "인스타 아이디 쌓읍시다!" 인스타그램은 언젠가부터 명함의 역할을 대신하고, 대학생이 되고는 주변의 한 명쯤은 꼭 사진 찍기를 취미로 가지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면서도 인스타그램, 트위터 빠지지 않고 업로드하는 콘텐츠는 모두 글보단 이미지가 중심이라 사진은 언제나 필요의 대상이다.

SNS의 사용자 수 등락을 보면 10년대 말부터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서서히 트렌드가 이동한다. 인터넷의 시대에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소셜 미디어였던 페이스북보다 인스타그램이 현대인들의 삶에 더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즉석 사진기(instant camera)와 전보(telegram)의 합성어로 그 출발에서부터 사진으로 사용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목표를 가졌다. 따라서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첨부하지 않고는 게시물을 쓸 수 없는데, 같은 크기의 텍스트를 주욱 나열하거나 스토리에 추가하는 짧은 감상이 활자의 전부이다. 또 하나로는 글을 이미지 그 자체로 만드는 카드뉴스의 경우로, 피드의 이미지들 속에서 글이 선택받기 위해 제작자들은 내용을 잘게 씹어 쉽고 눈에 잘 읽히게 만든다. 게다가 대부분 댓글, 커뮤니티 역할이 강조된 지금까지의 SNS에 비해 좋아요 등 가볍고 즉각적인 반응들이 주요하다.

넘쳐나는 쉬운 콘텐츠의 시대에 우리는 삶을 피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사용자를 우선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은 몸에 착하고 핏(fit)되어 불편함을 느낄 새도 없고 음악은 이지-리스닝이 대세라 너무 어렵거나 복잡하면 팔리지 않는다. 누구나 손쉽게 연출하고 촬영할 수 있는 사진은 사람들에게 특정한 분위기와 무드, 그 찰나의 순간을 집약적으로 전달해주지만 언제나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지 않다.

본가 대구의 화학공학보다는 사실 요리를 좋아하고 창업 생각이 있어 전과를 생각하는 내 친구도, 대학교에 와서 만난 문어발 전공에 때로는 좁은 코트에서 같이 연습하며 복학하고도 주말마다 교육 봉사하는 아는 언니도, 종종 인스타로 소식을 접할 때면 모두 별다르지 않은 사람인 마냥 비슷하게 느껴진다. 간간이 올라오는 음식 인증샷 스토리와 예쁘게 찍은 여행 사진들, 분명 우리는 이것 말고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다.

더욱이 이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도 몸소 깨달은 경험이 있다. 지난 수요일 동아리 OT와 회식이 있던 나는 10시쯤 집에 도착하는 보통 때와 달리 2시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로 귀가했다. 9월14일, 그날은 바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뉴스를 접한 다음 날부터도 신당역 근처에 사는 나는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고 화장실이 있는 통로를 지나갔다. 22년 동안 뉴스로만 접하던 사건들, 추모의 공간으로 기억하는 장소가 이렇게 직접 인생에 삽입된 것은 처음이었다. 난 지금도 비슷한 시간에 귀가하곤 하는데 늦은 시간임에도 자리를 지키는 경찰관, 촬영장비를 늘여놓은 피곤에 절은 기자들, 매일 늘어가는 꽃과 포스트잇까지. 세상은 네이버 기사 댓글을 보지 않으면 이리도 조용한데, 오히려 늦은 시간이라 조문객 없이 달라져 가는 통학로 배경의 한 부분이 미치도록 신경 쓰였다.

뉴스의 단어 조각들이 내 삶으로 편입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내 삷의 불투명한 껍질을 직면할 수 있었다. 내 삶이 바빠서, 재미없어 보여서, 관심이 적어서,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서 뚫어볼 생각 못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변에 잔뜩 있었다. SNS나 미디어화와 관계없이 사람과, 사람이 모인 사회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유효하다.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닌 양 반응이 저마다 다른 것도, 또 삶이 실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것도 분명 사안에 대한 공감의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일 테다.

디스레일리의 ”경험은 사상의 아들이고, 사상은 행동의 아들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의식하는 대로 삶을 살아가고, 작다고 생각한 나의 행동이 결국 나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너무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는 나의 껍데기와 타인과 나를 가르는 껍데기 모두 치워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맹자의 성선설을 차치하더라도 인간을 본성을 정의한 측은지심을 비롯한 사단으로 우리는 조금 더 움직여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서로 알아가고 관심 가져야 한다. 따라서 안녕하세요. 우리 글로는 처음 만나지요, 반갑습니다. 그래서 제 인스타 아이디는 @mybad... .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