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존 말코비치 되기(1999)

출처=영화 스틸컷
출처=영화 스틸컷

나 자신이 미덥지 않아 다른 누군가가 되길 바란 적이 있는가? 선망하다 못해 그 사람 자체가 되고자 노력한 적이 있는가?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1999)는 이 모든 욕망에 대한 답장이다. 세상에는 자기 자신을 삭제하고 타인의 개성과 자아를 베끼려는 미성숙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들을 우스갯소리로 ‘손민수’라 부른다. 우리 주변에는 심심치 않게 ‘손민수’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친구가 자신의 소지품부터 옷, 머리 스타일, 심지어 말투까지 따라 하다 결국 애인까지 뺏었다는 사연, 유명 브이로그 유튜버가 사용하는 물건, 편집 스타일, 자막 등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하고 모르는 체하는 브이로그 유튜버, 다른 유명 연예인을 따라는 연예인 등 다양한 영역에 ‘손민수’들은 포진하고 있다. ‘손민수’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연예인과 유튜버들이 제품을 홍보하고 협찬받는 것은 타인처럼 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활용한 전략이다. 이렇듯 흔히 사용되는 마케팅 전략을 고려해볼 때, 모방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발톱 먹은 쥐처럼 존 말코비치가 되고자 한 여러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통해 우리 안의 가려진 욕망을 직면해볼 기회를 준다.

영화는 주인공 크레이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가난한 무명의 인형 조종사다. 인형극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과 가난에 지쳐 다른 직업을 알아보게 된다. 인형 조종사 출신답게 빠른 손으로 7과 1/2층에 있는 괴상한 회사에 서류정리직으로 취직한다. 크레이그는 사내 관능적인 매력을 풍기는 동료 직원 맥신을 만난다.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맥신에게 반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크레이그가 서류정리함 뒤에 빠진 서류를 줍던 중 사무실 구석에 숨겨진 작은 터널을 발견하게 된다. 그 통로는 바로 15분 동안 '존 말코비치'라는 유명 남자배우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의 감각과 생각을 느낄 수 있는 통로였다.

크레이그는 맥심의 환심을 사고자 터널을 알려주게 되고, 그들은 ‘존 말코비치 되기 체험’을 암암리에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크레이그의 아내인 로테는 그에게 터널의 존재를 듣고 ’존 말코비치 되기 체험’을 해본다. 이를 통해 자신은 여자가 아닌 남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깨닫고 말코비치가 되는 것에 집착한다. 계속해서 터널에 들어가던 로테는 말코비치가 된 채로 맥신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이에 크레이그는 질투심이 불타올라 로테를 감금해버리고 자신이 말코비치가 돼 맥신을 만난다. 말코비치 안으로 여러 번 들어가게 되면서 크레이그는 인형 조종 능력을 활용해 말코비치의 머릿속을 완전히 조종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말코비치가 돼 유명세를 이용해 세계 최고 인형 조종사로 성공한다. 이후 말코비치의 육체에서 빠져나오자 그간의 모든 업적은 인어공주의 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만다. 크레이그는 엄청난 절망감에 빠져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채로 터널에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려 터널에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한다.

영화는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살 때 자기 삭제를 경고하며 ‘진정한 자기실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가 헤맬 수밖에 없는 미궁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 밖에 정신이 팔린 채로,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처럼 단순한 질문부터 궁극적으로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관한 심오한 질문까지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사람들은 미궁 속에서 길을 잃고 괴로워한다. 이로 인해 앞에 놓인 미로들을 회피한 채 타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시선을 남이 아닌 나로 돌려, 나만의 미궁 속 지리에 익숙해져 기분 좋게 헤맬 때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한 크레이그의 회사 상사는 문서를 정리하고 있는 그에게 말한다. “명심해요. U보다 I가 먼저예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신만의 미궁 안에서 건승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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