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알록달록한 겉옷을 입은 사람들이 학내를 누비기 시작하고 이화 곳곳에 포스터가 즐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선거의 계절이 온 것을 우리는 쉽게 감지할 수 있으리라.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겐 ‘이미지 선거’라는 말이 낯설지 ㅇㄶ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후보들의 카리스마 혹은 남성적 이미지가 우리들에겐 ‘뭔가 있을 것 같은’그런 느낌을 주었고 투표하는 날이 닥치면 우리는 그나마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그들의 이미지(선거운동원의 율동, 강단지게 말하던 목소리 그리고 그들뒤에 서있던 거창한 조형물들)를 기억해 내고 그들에게 한표를 던져주는 ‘과감함’을 보여주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선거분위기와 유권자인 내가 느끼는 괴리감이 싫어 정책집과 리플렛을 꼼꼼히 살펴보며 좀더 적극적으로 투표를 해보고자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더이상 이화내의 수많은 복지사항이나 태초의 이화를 운운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문구가 눈에 들으오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어느 선본이든 차별성없는 복지정책과 행동선언(?)을 제시하기 때문ㅇ ㅔ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고 어차피 어떤 선본의 이야기를 들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일종의 회의적인 태도가 우리들을 상당히 소극적인 유권자로 몰았다고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번 선거를 통해 나는 각 선본들이 생각하는 대사회적인 정책이 얼마나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사실 비슷한 학내 복지 사항만을 가지고 정책대결을 하려면 그 많은 후보자들이 나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혹시라도 선본에서 많은 이화인들이 학생운동에 대해서 혹은 사회적인 일에 관심이 없다고 단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따. 우리들의조직이라며 한총련 탈퇴·불탈퇴에 대한 총투표까지 실시한 우리가 학생운동이나 한총련에 대한 각 선본의 기조를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하나의 예가 되지 않을까. 아직 유권자들이 너무 무지하다거나 무관심하다고 단정지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거라는 공개적·정치적 담론의 장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알리고 그것을 검증받겠다는 자세가 되어있다면 이제 우리 유권자들에게 무엇이 정책대결인지 보여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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